<이문익 시인>
노을에 젖은 황혼이
어슴푸레 꽃 가람 물들이면
소국의 짚은 향기 물결에 흔들리고
갈잎 발자국 따라 흐르는
만추의 공허함이
바람도 없는데 파문을 일으킨다
회상의 길목에 서성이던 가을은
갈잎 나룻배를 타고
낯선 시침 따라 길을 떠나고
일렁이는 적막 속
달빛에 젖은 갈색 그림자
스며드는 한기에 옷깃을 세운다
뒤돌아보면
신기루 같은 지난날들
스러져가는 산 그림자에 묻고
별이 피는 강물에
노란 장미의 미소 지우며
낙엽 쌓인 시간 속으로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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