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 청 수 공벌레 한 마리빌딩 길모퉁이 앉아 먹이를이리저리 굴린다 잠시 바람이 쉬어갈 뿐 파지에 가려진 손수레공처럼 비틀비틀길을 피해 걸어간다 몸집보다몇 배나 큰 먹이를 굴리며사막을 걸어간다
文筆家 万 折 어른들이 하늘을 보고 있다 한 어른이 달이 간다고 하니 다른 어른은 아니지, 구름이 가는 거야······ 왜 서로 맞는다고만 하며 싸우는지 어른들은 참 이상해, 그지?
윤성희수필가 코로나19와의 전쟁을 한지도 딱 1년이 된다. 지난해 2월 23일 70여명의 회원들이 윷놀이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데, 대구 신천지교회 사태가 봇물 터지듯 하면서 온 나라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떨결에 시작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렇게 1년이란 세월을 넘나들 줄이야 짐작이나 했을까? 작년 이맘때 처음 사회적 활동을 금지할 때가 생각난다. 기껏해야 1주일이면 되겠지? 라는 생각에, ‘이참에 나의 몸과 마음을 조금 쉬어주자’ 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대응했다. 그러던 중 1주일이 아닌 몇 주일이 지나가니 ...
봄 春江 이 종 갑 언제쯤 오셨는지 봄은 이미 저기 있고눈자위 붉은 매화 주먹 쥔 산수유도아직은 찬바람인데 벙글어 터진 가슴 복수초 아장거려 진달래 붉어졌나달보다 훤한 목련 눈시울 저린 벗꽃다투어 피는 꽃들이 무지개로 걸리었다 개나리 기상나팔 풀꽃마저 잠을 깨워청보리 너울춤에 민들레 터진 배꼽복사꽃 붉은 가슴에 달빛이 시를 쓰고 봄이 걸린 언덕에는 꽃구름이 뭉개 뭉개실버들 머리 감는 물그림자 그늘에서 마음에 색동옷 입혀 그 먼 봄을 헐고 있다.
시인·소설가 서상조 ‘너는 무엇으로 살 것이냐?’ 봄꽃이 던진 화두가 가슴에 들어와 앉는다 나의 열정은 연약해 샛바람에 삭아지고,머뭇거린 일상들이지난온 발자국처럼 희미하다 꽃처럼,마주한 그 누구의 영혼 속에화사한 느낌 하나 건넬 수 없을까? 어리석음을 느끼는 순간에도 봄은 나를 멀거니 바라보며낙화에 얹혀 떠나가고 있다
시인 김청수 봄날은 푸른 구름이라고 불러야 하나바람 건너오는 매화 향기에 취해눈부신 분홍치마 자락을 보느라, 뒷산에 올라 숲과 돌의 가슴속에발가락을 담갔다가 먼 산 너머 보네 도시는 전쟁의 폐허, 침묵하는 식당들숨어서 노리는 코로나19카톡, 카톡, 아가씨가 친절하게어제도 왔고 오늘도 오네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가하룻밤 사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네 감기약처럼 몽롱한 31번 확진자고양이처럼 발자국을 찍고 다닌 말씀 따라 봄꽃들 화르르화르르세균으로 마른기침으로 번져고통 받는 이들에게 약이 되지 못하는 ...
홍쌍리를 가다 섬진강 굽이굽이 물안개로 걸린 매화홍쌍리 산중턱엔 꽃구름이 둥실 댄다꽃내음 우거진 길을 삐뚤삐뚤 걷다보면 밤새며 꿈을 그리던 파란 꿈은 어디가고껍질만 남은 생각 풍경처럼 흔들린다.강물은 도란거리며 해 뜨는 곳을 가는데 그대는 어느 곳에서 경전을 읽고 있나죽순처럼 돋아나는 주체 못할 그리움에나 오늘 무릎을 꿇고 노을처럼 붉겠노라 아~ 늑대가 몰려온다 발길을 돌려야지그리운 마음에는 연기만 피어오르고바람을 기댄 매화는 눈시울이 저리다.
봄은 오고 있는가 시인 김영식 계절은 어김없이 매화를 꽃 피우고철새들은 입춘대길을 노래하니대가천 천변에는 오리 떼 노닐어대가야의 봄은 고분군 능선에서 졸고 있다 때는 바야흐로운세는 자연으로 돌아와야 하거늘쥐구멍의 쥐새끼들은머리를 내밀어 사방을 살피며천적을 경계하고 기회를 엿보는데 다급한 이리 떼들은 앞을 가면서도고개를 자꾸 뒤 돌아보는 것은의심 많아 내숭을 떨지만음흉한 야성은 숨길 수 없구나 대망의 꿈을 안고 금의환향한봉황은 벽오동 가지가 없어만어가 되어 바다로 가버렸네 반도의 삼국지는 다...
얼음의 눈물 시인 이용수 얼음이 웁니다. 해동이 되니계곡의 얼음들이눈물을 흘립니다. 이제 죽어물이 된다고얼음들이 웁니다. 본시의 물로되돌아감을모를 리 없건만은 이제 물이 되어 흘러가면이 계곡 다시 못 올세라 이별이 아쉬워하염없이 웁니다.
유윤희(수필가) 미련이 많은 사람들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도로에 어딘가 어색함을 느낀 것은 지난 유월경 신천지 교회 소동이 점차 수그러지던 시점인가 싶다.물론 희고 검은 마스크를 쓴 군상들이 도로를 가득 왕래하는 그 자체가 ‘아직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인 경우지만 그래도 왕래하는 사람들의 구성에 분명히 약간의 부조화를 느꼈다. 일상 와중에 그 부조화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려 적지 않은 날을 보낸 후 내 나름 그 원인을 찾았다. 그것은 나이가 든 양반들이 거리에서 현저하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예전 ...
시인 김청수 입춘열차 매화나무 가지마다 물 흐르는 소리 들리고멍울이 아기 젖꼭지처럼 부풀었다 산기슭망개나무 덤불 속에서 어쩌다 마주친 고라니 눈망울이 한층 맑고 깊었다 산속 옹달샘에서 목 축일 때하룻밤 사이입춘의 달착지근한 물맛으로 변해 있고 고령 장날 소구래 국밥집에서막걸리로 목을 축이고집에 돌아오는 길에는겨울의 야윈 시간이피난민처럼입춘열차에 실려 가고 있었다
春江 이종갑 벌써 무심코 지나치던 길 아직은 2월인데... 찬바람 꺾어들고 어느새 매화가 부풀었다. 보는 이 그믐이라 고요속의 난풍은 그리움에 새가 울고 벌써 라는 마음에는 옛정의 달이 밝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