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익 시인
10월에는
오염되지 않은 청량한 바람이
가슴을 젖시게 하시고
황금빛 들녘의 풍성함을 가득 안게 하소서
온갖 상처가 머물다간 자리마다
부드러운 햇살로 어루만져 아물게 하시고
새로운 날들로 가슴 부풀게 하소서
눈과 귀를 씻지 않게
말과 행동이 하나 되게 하시고
우리 어버이들의 땀과 혼이 가득 베인
곡창지역의 드넓은 평야와
울창한 숲이 미명의 이름으로
이제 더 이상 훼손되지 않게 하소서
10월에는
가슴에 앙금을 모두 씻어내고
하루, 하루가 새 하늘을 여는 개천절이 되어
이 땅에 모든 갈등이 종식되고
선한 웃음소리가 봇물처럼 넘쳐흐르게 하소서
그리고
이 땅에 모든 산과 들은
해묵은 어둠을 말끔히 벗어버리고
봄비를 기다리는 농부처럼
푸른 빗줄기에 모두 흠뻑 젖게 하시고
누구나 자유로운 환경에서
내일을 설계하고 꿈꾸는 개여울이
메말랐던 가슴에 고요히 여울져 흐르게 하소서
계좌번호 복사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