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문익
단풍 향기
무심하게 강물에 흐르고
푸른 하늘엔
바람도 구름을 안고
산 넘고 강 건너 들판을 지나
정처 없이 흘러가는데
일렁이는 기억 너머로
갈꽃이 춤추는 해거름 들녘에서
동무들과 어울려
소 치며 꼴 베고 놀던
사금파리 같은 갈색 향수와
유년의 시간이 겹쳐
잔잔하게 파문이 쌓여만 간다
하교 길
십오 리 굽은 신작로를
뛰다가 걷다가
징금다리 개울가에
책 보따리 던져 놓고
피라미를 잡고 놀던 소년이
어느새
가슴 한 곳이 비어버린
서리가 내리는 중년이 되어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