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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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빈 의자

시인 이문익

이문익 시인.jpg

시인 이문익

 

 

네 체온이 묻어날 것 같은
빛바랜 빈 의자에는
나른한 햇살이 졸고 있고
서산 노을에 가슴이 젖은 바람
빈 의자에 비켜 앉아
회상의 먼 바다에 잠들면
수은등 불빛 피어나는
어스름 강변에는
풀벌레 소리 맑은 은하수를 이루고
깊어가는 소설한 밤
윤슬 따라 흔들리는 갈꽃 향기
사방이 가을로 가득한데
갈 곳 잃은 고즈넉한 달빛
빈 의자에 기댄 채
검푸른 강만 하염없이 바라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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