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아닌 게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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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 아닌 게 없더라

김청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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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수<시인>

 

 

부처 아닌 게 없더라

 

 

천년 고목에 보름 달빛이
촛불처럼 걸렸습니다
산문(山門)에 들어 묵언하며 지낸 지도
달포가 지나가고
그렇게 겨울의 끝자락에서
다시 새봄을 만났습니다
산새 노랫소리에
새벽 아침을 열고 솔숲에 들면
세상에 다 들어내 놓고
말하지 못하고 살아온
삼십년 세월의 보따리를 풀어
계곡물에 철철 흘려보냈습니다
산길에서 만나는 모든 풀잎과
부처 아닌 게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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