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나라> 고향무정(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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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나라> 고향무정(2)

배연 화백.jpg

 

이전에는 향우회 모임에도 나가서 고향 사람들과 어울리며 즐거운 시간을 나누기도 했는데 개인적인 사정과 이런저런 핑계로 요즘은 자주 나가지 못하고 있다. 고향을 떠나 타향객지 생활을 수십 년 하다보면 그래도 언젠가는 고향 땅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고 친구도 고향 친구가 제일 좋더라는 얘기를 하게 되는데 정말이지 백 번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수구초심(首丘初心) 여우도 태어난 언덕 쪽으로 머리를 두고 죽는다고 하지 않던가. 얼마 전 연어가 바다로 나아가서 몇 년을 잘 살다가도 자신이 고향으로 돌아가야 할 때를 본능적으로 알고 머나먼 강의 상류로 돌아가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거슬러 올라가는 것을 TV를 통해 보면서 크게 감동한 적이 있는데 금본을 찾아가려는 마음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돌아보면 나 자신도 고향을 떠나 타관 객지 생활을 한 지가 적은 세월은 아니었다. 강산이 몇 번이나 변하도록 나그넷길 떠돌면서 파랑새를 찾아 평생을 해매며 뜬구름만 잡다가 이제 다 늙어서야 고향 하늘을 날고 있는 파랑새를 찾게 되다니 나야말로 참 바보같이 산 인생이었나 보다.
새치고개 저 너머 미지의 세상이 궁금하여 고향을 떠나온 날이 엊그제 같은데 꿈 많던 그 소년은 어느덧 황혼에 접어들어 후회만 남고 지나간 추억을 더듬는 마음만 소년으로 사는 초로의 늙은이가 되어버렸다.
타향 객지에서 부와 명예를 잡으려고 도전하고 청춘을 불살랐던 지난날이 있었다면 떠나온 고향으로 돌아가서 남은 삶을 멋지게 마무리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은 진정 성공한 인생이 될 것이다.
연어가 자기가 태어난 곳으로 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은 험난한 길이다. 가다가 곰한테 잡아먹히는 일도 부지기수이고 수로가 막혀 오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목적지에 도착하여도 기다리고 있는 천적에게 잡히고 만다.
끝까지 가서는 알을 낳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면서 마지막으로 자기의 몸마저 새끼의 먹이가 되어 모든 것을 다 내어주는 위대한 삶의 연어에게서 어버이의 고귀한 희생과 사랑을 느끼게 되면서 귀감이 되는 참된 이치를 배우게 된다.
고향에 돌아온 것이 본마음이면 귀향歸鄕이요 어쩔 수 없으면 낙향落鄕이라 하였는데 고향을 지키면서 평생을 눌러 사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고향의 주인이며 우리가 존경하고 창찬을 아끼지 말아야 할 일이다.
내가 태어난 고향 집은 오래 전 헐리어 빈터만 남아있고 잡초만 무성해서 가끔 들를 적마다 가슴이 아프다. 고향 산천은 변한 게 별로 없는 데 사람들은 하나둘 떠나고 남아있어도 옛날 모습이 아니다. 외지인들이 많고 아는 사람도 별로 없어 낯설기만 한 고향, 유행가 제목처럼 ‘고향무정’이 되어버린 내 고향이지만 할 수만 있다면 고향 유정有情으로 바꾸고 싶다.
조상들의 산소도 자주 찾아뵐 수 있고 어릴 적 천방지축 뛰어놀던 동산에 올라서 마음만이라도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고 보람된 나날이 될 것이다.
태어나고 길러준 어머니의 땅, 그 고향으로 나는 돌아가고 싶다. 기다리는 이 없고 찾아갈 집도 없는 떠돌이 나그네 신세지만 그래도 정든 산과 들, 고향 산천은 나를 반겨 주리라. 그래서 고향의 하는 아래에서 고향의 맑은 공기도 맘껏 마시며 가끔 찾아오는 지인들과 막걸리도 주고받으며 옛날얘기도 하고 고향 풍경을 화폭에 담기도 하면서 유유자적悠悠自適하게 여생을 보내다가 언젠가는 조상님 계시는 선산에 조용히 묻힐 수 있다면 바랄 게 없으리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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