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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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배규성

논설실장(경희대 연구교수)


또 다른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된다. 새해의 의미는 무엇일까? 새해 첫 날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어제와 다를 것이 없는 또 다른 하루인가, 아니면 어제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간의 시작인가? 시간은 인간이 연월일로 구분하기 전에도 있어 왔고, 또 인간의 시간계산법이 달라지더라도 계속 흘러갈 것이다.

 “시간은 하나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시던 그 날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흘러가고 있다.”(이맘 부카리) 코페르니쿠스 이전 사람들은 상상하지도 못했겠지만,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한 바퀴 도는 데는 약 365.242196일이 걸린다. 물론 365일로 딱 떨어지지 않는다. 지구가 지축을 중심으로 한 바퀴 돌면 하루다.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돌면 또 한 달이다.

인간의 시간계산법은 필요의 산물이다. 양력을 시작한 고대 로마에서는 한 해의 시작은 봄이 오는 3월(March)이었고, 일 년이 10개월로 구성되어 있었다. 달을 기준으로 하는 시간계산법인 음력에서도 봄이 시작되는 무렵에 한 해가 시작된다. 유대인의 월력도 그렇고, 세계 많은 민족들의 민속력도 그렇다. 이렇게 한 해의 시작은 봄이 오는 것처럼 시작된다.

그러나 예수의 탄생년을 기원으로 하는 양력에서는 새로운 두 달이 만들어져 제일 앞으로 옮겨졌고, 따라서 한 해의 시작이 1월(January)로 바뀌었다. 현재 세계 공통으로 쓰고 있는 그레고리우스력은 한 해의 첫날인 1월 1일의 요일도 매년 다르다. 고대 중국의 역법에서는 한 해의 시작이 음력 정월(1월) 1일이었을 때도 있었고, 섣달(음력 12월), 동짓달(음력 11월)이었을 때도 있었다. 한 해의 시작도 동지(冬至)였던 때가 있었고, 춘분(春分)이었을 때도 있었다. 명리학에서는 지금도 입춘(立春)을 한 해의 시작으로 친다.

이렇게 한 해의 시작은 시대에 따라 중요하게 생각되던 원칙과 개념에 따라 정해졌고, 새해 첫 날도 그런 원칙들에 따라 보낸다.

많은 이들이 희망을 갖고 새해를 맞이하지만, 유대인들은 ‘나팔을 불어 기념할 날’인 새해 로쉬 하샤나를 회개와 참회하는 첫 날로 삼는다. 성경에는 새해(New Year)란 말이 없다. 레위기 23:24에는 이 날을 가리켜 ‘나팔을 불어 기념할 날’로 기록했다. 유대인의 새해는 유대 월력으로 일곱 번째 달인 티슈리 첫 번째 날이다. 유대인들은 이 날을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신 첫 번째 날로 믿는다.

새해는 유대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날이다. 새해의 준비는 새해가 시작되기 전부터 시작된다. 경건한 유대인들은 정결의식을 행하며 다가올 새해를 준비를 한다. 그리고 새해가 시작되면 회당을 찾는다. 새해에 드리는 예배는 아주 오래한다.

새해 오후가 되면 샘이 솟는 곳이나 흐르는 시냇가로 가서 흐르는 물에 자신의 죄를 던져 버리는 상징적 의식을 치른다. 죄의 상징으로 빵이나 음식 또는 조약돌을 물에 던진다. 새해에는 좋은 한 해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사과와 꿀을 먹고, 짐승의 혀와 머리 고기를 준비하는데, 이것은 한 해의 머리가 되는 날을 의미한다. 물론 덕담도 한다.

 “행복하고 즐거운 한 해가 되세요!” 그러나 나팔을 불어 기념하는 새해의 하루가 지난다고 새해 의식이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다. 유대인들은 열흘 후에 있는 욤 키푸르(대속죄일)까지 참회하면서 보낸다. 그래서 이 기간은 ‘회개하는 10일’이 된다.

불교권에서 새해는 국가들마다 차이가 있다. 소승불교 국가들인 태국, 미얀마, 스리랑카, 캄보디아, 라오스 등에서는 양력 4월 첫 보름부터 사흘 동안 새해 축제가 시작되고, 대승불교 국가들에서는 양력 1월 첫 보름부터, 한국, 중국, 베트남에서는 음력 1월 1일부터 새해가 시작된다. 티벳의 새해는 한국보다 한 달이 더 늦다.

새해 첫날, 사람들은 사찰과 수도원을 방문하여, 불상을 씻고, 부처님에게 예배하며, 미래의 행복과 평화를 기원한다. 그리고 새 옷을 입고, 집안을 정리하고, 가까운 친구와 가족을 방문하여 소원을 빌고, 선물을 나눈다. 맛있는 음식과 더불어 새해 첫 날 밤은 폭죽놀이도 벌어진다. 어떤 나라에선 서로에게 물을 뿌리는 데, 그것은 모든 죄를 씻고 영혼을 정화하는 의식이다. 그리고 새해의 복을 기원한다.

무함마드가 메카에서 메디나로 옮긴 헤지라((AD July 16, 622)로부터 시작하는 이슬람력은 무하람의 달을 한 해의 시작으로 보고, 특히 축복한다. 그러나 이슬람은 새해의 의미를 부각시켜 새해맞이 특별행사나 축제를 하지 않는다. 이슬람 새해 첫날은 기도와 독서와 명상으로 비교적 조용히 지나간다. 무하람 달의 열 번째 날인 야슈라에는 하나님께 감사하는 단식을 행한다. 

만약 시간이 하나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시던 그 날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흘러가고 있고, 어제와 다를 바 없는 또 다른 하루라면, 새해의 첫 날이 아직 추운 겨울인 것은 아마도 이유가 있는 모양이다. 여전히 본격적인 겨울추위인 소한(小寒)과 대한(大寒)을 앞에 두고 추운 겨울에 새 봄을 기대하면서 새해를 맞이하는 것에는 다른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즉, 올 새 해는 더 마음을 굳게 먹고 맞이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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