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이 없는 지식과 지혜를 가진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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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상식이 없는 지식과 지혜를 가진 상식

배규성-논설실장(정치학박사)


인간의 지식과 지혜와 문화와 문명은 지구촌 곳곳에서 번창했고, 지금도 이런 것들에 관한 많은 구전설화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인류문명의 한 축을 이루었던 인도에는 ‘다섯 편의 이야기’라는 뜻의 ‘판차탄트라’라는 산스크리트 설화집이 있다. 원본은 존재하지 않고 이본들만 전해지고 있는데, 원작자와 제작연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책은 “비슈누마샤르만”이라는 브라만(성직자?학자)이 “아마라샤크티” 왕의 요청으로 어리석은 세 왕자에게 지혜와 덕성을 깨닫게 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아리비안 나이트처럼 「친구와의 이별」, 「친구를 얻음」, 「갈까마귀와 올빼미의 싸움」, 「얻은 것의 상실」, 「사려 없는 행위」 등 5편의 이야기 속에 여러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형태의 이 설화집은 대략 기원전 200년경에 카슈미르에서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번역된 책 중 하나이기도 한 이 책은 힌두교의 경전이나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종교경전인 베다에 기초해 도덕적인 우화를 통해 깨달음을 전해준다.

수련을 통해 지식으로 가득 찬 네 명의 브라만들이 왕궁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문득 한 브라만이 말했다. “우리는 오랜 세월동안 열심히 공부했고, 위대한 지식을 쌓았으니 이제 왕궁에서 왕의 신임을 받고 확실하게 고위직으로 출세할 수 있을 꺼야. 그러면 우리 넷은 사이좋게 수익도 나눠가져야겠지? 왜냐하면 우리는 어려서부터 친구였으니까.”

그러자 다른 브라만이 말했다. “아니야,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우리 중 학자가 된 사람은 셋뿐이잖아. 한 명은 단지 상식이 풍부할 뿐이고 그렇기 때문에 동등하게 나누어가질 순 없지.” 세 명의 브라만은 힘없이 땅만 바라보고 있는 나머지 한 명을 보면서 히죽히죽 웃었다.

그러나 상식이 풍부했던 나머지 한 명은 “아니야, 상식도 지식 못지않게 충분히 중요하고 필요해. 너희들이 책에서 많은 것을 배웠는지 모르겠지만, 난 삶에서 실재 경험에서 많은 것을 배웠어.”라고 작은 소리로 자신을 변호했다. 그러자 나머지 세 명중 한 명이 빠르게 반박했다. “과연 그럴까? 네 상식은 왕궁의 복잡한 일을 해결할 땐 별로 필요하지 않을 꺼야. 왕에게서 하사 받은 돈은 바로 복잡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우리의 위대한 지식에 대한 댓가일 꺼야. 너는 지적인 수련을 더 해야 해!”

상식이 풍부해 지혜로웠던 그는 왕궁으로 향하는 내내 고개를 숙이고 걸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네 명의 브라만은 수풀 옆 길에 놓인 동물의 뼈를 보았다. 자신에 찬 한 브라만이 말했다. “이제, 우리의 위대한 지식이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줄 때가 되었다. 나는 이 동물의 뼈를 완벽하게 맞출 수 있어.” 그러자 다른 브라만이 말했다. “그럼 나는 그 뼈에다 살을 붙여 보이겠어.” 마지막 브라만이 가장 우쭐대면서 말했다. “그런 것쯤이야. 내 지식은 너희들보다 훨씬 더 위대해. 난 이 동물을 되살릴 수 있거든.”

상식이 풍부해 지혜로웠고 겸손했던 나머지 한 명인 브라만은 “난 너희들처럼 비범한 지식은 없지만, 이 뼈가 사자의 뼈라는 사실을 알아. 굶어 죽었을지 모르는 그에게 다시 생명을 준다는 것은 아주 위험해.”라고 말했다. 세 명의 브라만은 지식이 부족해 어리석은 이 브라만을 비웃었다. 자꾸 자신을 놀려대는 소리에 화가 난 마지막 브라만은 “만약 너희들이 죽은 사자의 뼈를 맞추고, 거기다 살을 붙이고, 게다가 생명까지 새로 불어 넣는다면, 나는 나무위로 도망갈 꺼야.”라고 말했다.

세 명의 브라만의 비웃음을 뒤로 하고 마지막 브라만은 나무위로 올라갔다. 드디어 세 명의 위대한 지식을 가진 브라만들이 그들의 지식을 뽐내기 시작했다. 첫 번째 브라만이 사자의 뼈를 맞추자, 두 번째 브라만이 코웃음을 치면서 맞춰진 뼈에 살을 붙이기 시작했다. 두 번째 브라만이 작업을 마치자 마지막 세 번째 브라만이 거만하게 앞으로 나서면서 다들 조용히 하라고 했다. 자신의 작업은 집중이 필요하다고 했다.

마지막 세 번째 브라만이 자신의 정신을 집중하여 지식을 적용했다. 마침내 위대한 지식의 결과가 나타났다. 헝크러진 뼈만 남았던 사자는 살이 붙고 생명을 되찾았다. 사지를 크게 뻗어 기지개를 켠 사자는 큰 소리로 포효했다. 그러고는 세 명의 브라만을 쳐다보더니, 와락 덤벼들었다. 상식이 풍부해 나무위로 도망갈 줄 알았던 만큼 지혜로웠던 브라만은 사자가 세 명의 브라만을 찢이겨 죽이는 동안 안전한 나무위에서 이 모든 것을 지켜보았다.

그 후 사람들은 말한다. 상식이 없는 지식은 쓸모가 없고, 지식을 가진 상식(지혜)은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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