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분리수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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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분리수거

환경수필
여 명<시인>

우상혁 시인.jpg

여  명<시인>

 

지나고 보니, 은퇴를 한 지도 여러 해가 흘렀음을 퍼뜩 깨닫는다. 아점을 먹고 나서, 설거지를 한다. 이어 청소를 한다.
분리수거 쓰레기통에, 일반 쓰레기봉투를 얼마나 양이 찼는지 체크한다. 집을 나서기 전에, 버릴 것들은 다 챙겨 나간다.
아파트에는 분리수거 함들이 따로 따로 잘 정비되어 있다. 종량제 봉투 쓰레기들을 모으는 큰 플라스틱 통이 있고, 박스를 모으는 원형 포대, 투명 페트병, 일반 플라스틱류, 비닐류, 철제류, 병류 넣는 곳, 스티로폼 박스 모으는 곳, 또 가정에서 쓴 폐기름을 담는 드럼통과 음식 쓰레기통 두어 개 등, 아파트 단지 한 곳에는 폐건전지와 전구류를 담는 곳도 있다.
여름철이라 생각 외로 생수 소비가 많다. 한 번씩 대형마트에 가서 1.6리터짜리 6개들이 묶음 사 오면, 한 달 안에 동이 난다. 요즈음은 생수병에 라벨이 안 붙어서 그냥 발로 밟아 쪼그려서 투명 페트병만 모으는 포대에 따로 분리수거 한다.
주문한 생선류 티로폼 박스가 배달되어 오면, 얼음 팩이 두 개 정도는 들어있다. 저번엔 회원 아들이 음식점 하는 집에 필요하단 메시지를 보고 한 박스 담아 갖다 준 적이 있다. 아니면 이 얼음 팩은 일반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려야 한다.
음퇴 이후론, 브런치와 저녁 딱 두 끼만 먹는 편이다. 아침에 출근을 안하니, 운동할 때도 외려 몸이 편하다. 저녁은 그냥 라면류 등으로 가볍게 때우는 편인데, 이 라면 본지는 물론, 원칙은 스프 봉지도 분리수거해서 버려야 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청소하는 아주머니들과 경비 아저씨들을 만나면, “수고하십니다”라고 내가 먼저 인사를 한다.
90연대에는 지금보다 ‘쓰레기 분리수거’가 잘 안 되었다. 그래도 그 당시 읍내의 우리 아파트 대표를 맡은 어른은, 쓰레기 분리수거를 너무 철저히 관리해서, 내 생각엔 전국에서 가장 선진한 곳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파트 밖을 벗어나면 골목마다 폐휴지들이 널브러져 있고, 전봇대 아래 방치된 쓰레기 더미엔 파리 떼들이, 냄새가 역하게 코를 찔렀다.
유원지도 그렇고, 계곡의 맑은 물가에서 음식을 해 먹고 물에 발 담그고 즐겁게 놀다가 잠시 주변을 둘러보면, 돌 틈 사이에서 검은 비닐봉지를 막 쑤셔 박아 놓았다. 음식 쓰레기봉지들이었다.
‘쓰레기를 되가져가기’를 못 한다면, 모으는 곳에 잘 분리수거를 해서 버리면 좋으련만……! 그 즈음에, 서울 모 신문사가 벌이는 ‘자연보호’ 일환으로 ‘쓰레기를 줄이자’ 스티커를 만든 것을 보고, 그 신문사에 전화해서 스티커 백 몇십 장을 받았다. 여러 곳을 돌면서, 함부로 쓰레기를 버린 곳마다 그 스티커를 붙였다.
가야산 백운동까지 가서 붙였다. 학교에는 생활 담당을 오래 했기에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기까지 했다.
2002년도에는 말레이시아 문예 진흥청 강당에서 ‘한·말레이시아 문학 세미나’가 열렸는데, 한국 대표로 우리 한국현대시인협회원 14명(나 포함)이 통역 담당 교수 한 분과 가게 되었다.
3박 4일 일정에, 먼저 싱가포르에 이어 인도네시아 투어, 마지막 날에 말레이시아 행사 후에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싱가푸르 공항에 내려 여행사에서 대기한 버스를 타자마자, 현지 한국인 여자 가이드가 주의 사항부터 일러 주었다.
“여기선, 쓰레기 무단 투기를 절대로 해서는 안 됩니다! 여기서 담배꽁초 1개 버리다 걸리면, 벌금 30만원이고요, 쓰레기 무단 투기는 벌금 70만원입니다”
싱가포르의 센토사 섬과 해변을 걸으면서, 그 다음 날 아침 식사 후 근처 공원을 산책하면서 살펴봤지만, 정말! 손톱만한 휴지조각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마음까지 정결해져 왔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도 이젠, 분리수거를 너무 잘하여 시민의식이 엄청 높아졌다. 그러나, 아직도 원룸 근처나 낚시터 주변이나 사람 내왕이 적은 유원지에서는 쓰레기가 어지럽혀져 있는 곳이 많다.
이 쓰렛기들은 미관상도 그러하거니와, 그 자체가 썩는 데 걸리는 시간도 오래간다.
참고로, ‘썩는 데 걸리는 시간’을 조금 적아 보자.
종이 : 2~5개월
페이퍼 타월, 티슈 : 1개월
가벼운 모자, 양산 : 1년
우유팩 : 5년
나무젓가락 : 20년
일회용품 컵 : 20년 이상
병 : 1천년
나일론천(스타킹 등) : 30~40년
알루미늄 캔 : 500년
가죽 구두 : 25~40년
플라스틱병 : 500년 이상
유리병 : 100~200년
금속 캔 : 100년
일회용 기저귀 : 100년 이상
칫솔 : 100년 이상
비닐 : 10~20년 이상
폐건전지 : 200만년 이상
하루에 2천만개 이상 버려지는 폐마스크는 450년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지구 환경이 몸살을 앓고 있다. 북극의 빙산과 알프스산 만년설이 녹아내리고, 남미의 페루 연안에서 적도에 이르는 태평양상의 수온이 3~5년 주기로 상승하는 엘리뇨와 라니냐로, 세계 각지에 한 쪽에서는 홍수가 다른 쪽에서는 가뭄과 폭설 등을 몰고 오는 기상이변이 많아지고 있다.
올해, 2022년 7월 세계 뉴스에선,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서유럽 국가들은 기온이 40.3도까지 치솟아, 영국에선 철길이 흰 페인트칠을 하려 한다는 것이다. 스웨덴은 산불이 크게 발생했고, 이탈리아에선 물 부족으로 미용실에서 고객의 머리를 두 번 감기면, 벌금 70만원을 물게 했다고 한다.
2020년 기준, 긱 가정에서 배출해 내는 종량제 생활 쓰레기의 비증이 46.5% 거의 절반 수준이며, 재활용 26.5%, 음식물 27%라 한다.
나 하나가 피고, 여럿이 피면 꽃밭이 된다 하듯, 반대로 나 하나 잘 분리수거하고 너도 하면, 재활용으로 자원 재생도 되고, 주변 환경도 한층 더 깨끗해지지 않겠는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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