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무인기와의 대화(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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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인기와의 대화(6)

박진경 <일러스트, 웹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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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경 <일러스트, 웹툰 작가>

 

그 사이에 여동생이 사고를 한 번 쳤다. 번 돈을 코인에다 거의 몽땅 꼬라박고는 탈탈 털려서 갈 곳도 없다며 내가 사는 집으로 왔다. 몇 년 간 번 돈을 다 잃어서 멘탈이 너덜너덜한 채 부모님에게 찾아갔다가 면박까지 들어버리면 감당이 안 될 것 같다며 내 이불에 눈물 콧물을 바르고 펑펑 울어대는 녀석에게 나는 차마 뭐라고 할 수 없었다. 

여동생의 산더미 같은 짐 덕분에 집이 숨 막이게 좁아져서, 결국 우리는 수도권의 가격은 같고 좀 더 넓은 집으로 옮겼고, 출퇴근 시간은 얼토당토않게 길어졌으며 차를 바꾸려는 계획도 늦어졌다.

업무 중에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며 폰으로 잠시 중고차 커뮤니티에 올라온 황당 사연을 몰래 읽고 있었는데, 직속상사인 최대리가 나를 불렀다.

“넵, 대리님.”

“이번에 우리 부서에 새로 배속된 안드로이드인데, 업무 분장 좀 해.”

“네 근데 새 직원을 뽑는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연수중에 도망갔어.”

“……”

“이번 기획서가 급하니까 그것만 얘랑 우선 좀 쓰고 업무 분장은 그 후에 하도록 해.”

나는 사원증을 걸고 있는 안드로이드에게 다가가 악수했다. 

“이름이……?”

“강형오입니다.”

내가 멈칫하자, 안드로이드가 씨익 웃었다.

“우리 구면이죠?”

“…어?”

“기억 안 나세요? 사막에서.”

“…?”

“뭐야, 둘이 아는 사이야?”

“음… 그런 것 같네요.”

나는 얼떨떨해져 머리를 긁으며 더듬더듬 대답했다. 그가 도대체 어떤 경위를 거쳐 여기까지 흘러 들어올 수 있었는지를 상상해보다가 이내 포기하고 나는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일 지옥에 온 걸 환영해. 하필 와도 이런 델 오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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