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무인기와의 대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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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인기와의 대화(2)

박진경(일러스트, 웹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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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경(일러스트, 웹툰 작가)

 

 

“죄송합니다.”
무인기의 공손한 사과를 받고 나는 머쓱해져서 되물었다.
“언제 추락한 거야?”
“2034년 5월 19일입니다.”
“…그럼 무려 5년째 이러고 있었단 거네.”
“그렇습니다.”
“어디 소속이야?”
“기밀사항이라 밝힐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런 것 치곤 불타다 남은 날개에 너무나 여봐란 듯이 미 공군 마크가 선명히 찍혀 있다.
“나도 조난당했어. 차가 퍼져버렸거든.”
“저도 통신 계통이 손상당해서 조난신호를 보낼 수 없었습니다. 혹시 통신 수단이 있으십니까?
“있긴 한데, 여기선 신호가 안 터져.”
“이동통신망 기반의 통신수단입니까?”
“응, 스마트폰이거든.”
나의 대답에 무인기가 약간의 시간을 두고 대답했다.
“저는 캐노피를 포함한 동체 전체에 스텔스도장이 되어 있어 빛을 제대로 반사할 수 없었기에 구조되지 못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게 보이네. 내가 구조되면 너도 함께 신고해줄게.”
“정말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5년이나 지났는데 도대체 어떻게 버틴 거야? 전기도 없잖아, 여긴?”
“비상용 배터리를 이용해 저전력 탐지 모드에 돌입한 채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같은 활성화 상태로는 30분 후면 배터리 잔량이 모두 소진됩니다.”
하긴, 비상용 배터리로 5년이나 버틴 것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처럼 켜졌는데 안됐네.”
“대화를 위한 연산에는 전력이 소모됩니다.”
“그거, 말 걸지 말라는 뜻인 거야?”
“아닙니다. 저는 당신을 만나게 되어 정말로 반갑습니다. 이대로 배터리가 모두 방전될 때까지 만이라도 좀 더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나는 그 말에 5년이나 사막에서 뙤약볕을 받으며 언제 올지 모를 구조를 막연히 기다렸을 걸 생각하니 아무리 인공지능이지만 좀 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그 말투부터 좀 어떻게 해 봐.”
“제 말투가 이상합니까?
“그냥 말 놓으라고.”
“그럴까?”
무인기의 말에 나는 소리 내어 웃었다.
“너, 이름이 뭐야?”
“코드명이나 일련번호는 밝힐 수 없게 돼 있어.”
“보안 설정이 돼 있는 모양이네.”
“그렇지.”
나는 조금 생각하다가 그에게 제안했다.
“내가 이름 지어줄까?”
“좋아, 뭐로 지어줄 건데?”
“음… 형오 어때?”
“맘에 들어.”
“무턱대고 맘에 든다고 하지 말고.”
“맘에 들 수밖에 없잖아. 계산 결과로 3% 이하의 구조 확률이 나오 길래 진작 다 포기한 상황에서 어디선가 갑자기 사람이 나타나선 이름을 지어주는데 그게 싫을 리가 있겠어?”
나는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너, 입 털 상대가 나타나서 신난 모양이구나.”
“은, 완전.”
기이한 상황이지만, 나는 그 덕에 기분이 좋아져서 무인기에 등을 기대고 주저앉았다. 그러자 그가 물었다.
“혹시 내 동체에 기댄 거야?”
“그런데?”
“기대지 않는 게 좋을 걸. 스텔스 도료에는 암을 유발하는 물질이 포함돼 있어.”
“으아아!”
나는 흠칫하며 기대었던 등을 뗐다.
“그런데, 형오라는 이름에는 무슨 뜻이 있어?”
“형오는… 음… 엄청 친했었는데 해외에 가버리면서 연락이 끊긱[ 된 친구 이름이야.”
“그렇구나. 어쩌다가 연락이 끊긴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친구랑 다시 연락이 되길 바랄게.”
“그래. 너 전원 꺼지려면 몇 분 남았어?”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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