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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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체험’

최종동
대한웰다잉협회 고령군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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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동

대한웰다잉협회 고령군지회장

 

 

나는 죽었다. 지금 나는 관 속에 누워 있다. 삼베 수의를 입고 손과 발은 하얀색 끈으로 꽁꽁 묶인 채 600x1900x450mm 크기의 나무로 만든 관 안에 누워 있다.
관 뚜껑이 닫히고 세 차례의 못 박는 망치질 소리가 유난히 크게 나의 귓전을 친다. 귀청이 찢어지는 줄 알았다. 관 뚜껑과 관 사이에 가느다란 빛이 새 들어왔다. 아주 캄캄한 어둠은 아니라고 느끼는 순간 뚜껑 위로 어떤 천이 덮이는 듯 하더니 칠흑같이 어두워졌다.
아! 여기가 바로 무덤이구나. 밖과 안이 철저히 분리되어 있구나. 음산한분위기 속에서 옆으로 돌아누울 수도 없고, 무릎을 굽힌다거나 얼굴이 가려워도 긁을 수도 없다.
입관하기 전 수의로 갈아입을 때 눈여겨보니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는 이유도 알게 됐다. 어떠한 것도 이 안으로 가지고 올 수가 없으니까. 죽은자는 갖고 갈 게 없다.
관 밖에는 많은 것들이 있다.
내가 죽은 후 가장 애통해 할 나의 가족,
지인들,
나의 친구들,
눈만 뜨면 나가는 일 터, 직장 동료들,
내가 읽던 책,
그 외에도 아끼는 이런저런 물건들, 그 무엇도 가지고 올 수가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남는 걸까? 지금 관 속에 누워 있는 나에게 남아 있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관 속에 누워서 죽음을 묵상하는 죽음체험’을 통해 삶과 죽음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 때 비로소 뭔가 번쩍 떠오르는 게 있었다.
“아! 알았다. 바로 마음이구나. 죽어서 관 속에 있는 나에게 그 무엇도 가져갈 수 없고 오직 마음뿐인 것을 그제야 알았다.
누구나 이 시점에는 마음 외에는 돈도 명예도 모두가 필요 없다는 것을 죽음 체험을 통해 터득한 셈이다.
수많은 생각이 스쳤지만, 그리 긴 시간도 아니었다. 불과 5분밖에 안됐다. 가슴이 터질 것 같은 공포감이 5분여가 지나니 오히려 마음이 아늑함으로 바뀐다. 체념일까?
이때 밖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다.
“살면서 가장 후회되는 것은 무엇입니까?”
“다시 태어나면 어떤 삶을 살고 싶습니까?”
그 음성에 울컥 눈물이 핑 돈다. 후회되는 일이 많아서? 아니면 잘 못 살아서?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 혼자 떠나는 게 애통해서? 똑 부러진 이유는 모르겠고, 그저 슬프다.
‘죽음 체험’이 아니고 현실로 받아드려진다. 가장 짧은 시간에 멀고 먼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그때 문득 생각나는 게 있다. 누군가 이 관에서 꺼내주지 않으면 이제 나갈 수도 없다. 이게 바로 죽음이구나! 저절로 눈물이 양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그때 밖에서 또 소리가 들린다.
“자 이제, 당신은 다시 태어날 시간입니다.”
그제야 관 뚜껑이 열렸다. 온 몸이 굳어있어서 옴짝달싹 조차 할 수가 없다. 눈이 부신다. 새로운 세상 같았다. 누군가의 부축을 받으며 간신히 일어났다. 불과 10여분의 시간이지만 현실 세계와 저승 세계를 경험했다.
이상이 내가 경험한 ‘죽음 체험’이다.
이날의 체험을 통해 여생 동안 나 자신을 돌아보면서 정말 후회 없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각오를 마음속으로 다져본다.
고령군에는 대가야역사테마관광지 맨 안쪽 산 중턱에 죽음 체험장이 있다. 그곳에는 체험자들이 들어갈 몇 개의 관이 입을 떡 벌리고 기다리고 있다.
대한웰다잉협회 고령군지회에서 운영하는 ‘웰다잉 강사 자격증반’ 수강생 20여 명이 교과 과목의 하나인 죽음 체험(입관 체험)을 수련하기 위해 체험장을 찾았다. 하얀 수의로 갈아입은 수강생들이 약간의 공포심을 느끼며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저승사자를 따라 한발 한발 체험관으로 향했다. 저승사자 역할은 지회장인 내가 맡았다. 100여 미터를 걷는 동안 각자의 진지하고 엄숙한 표정이 얼굴에서 묻어났다.
수강생의 연령분포를 보면 70대가 3명, 50~60대가 대부분이고, 40대 5명, 30대도 1명 있었다. 그리고 80%가 여성이다.
차례대로 절차를 거쳐 체험을 한 후 관 속에서 나온 사람마다 하나 같이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눈이 충혈 되어 있었다.
저들은 그 속에서 무엇을 본 것일까?
저들은 하나 같이 왜 눈물을 흘리는 걸까?
사람들은 그 속에서 묵상을 통해, 또 명상을 통해 삶과 죽음을 들여다 본 것이다. 삶을 통해 죽음을 생각하고, 저마다 죽음을 통해 삶을 그 짧은 시간에도 바라본 것이다.
그렇다면 여생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후회 없도록 잘 살아야 되겠네. 수강생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아주 소중한 경험을 했다고 입을 모은다.
내가 먼저 경험 해봤기에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가 됐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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