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 위스키 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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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 위스키 바 (2)

강기철<고령문인협회 회원, 고무신STUDY 글방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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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철<고령문인협회 회원, 고무신STUDY 글방 회원)

 

필요한 만큼의 바람은 풍선의 모양을 만들고 가벼워지게 한다.
그러나 그 이상의 행운은 풍선을 부풀려 터트리거나 우주로 날려 버리고 만다.
그렇게 듣고 사장님의 저 배를 보니 곧 둘 중 하나의 작용이 있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아니 괘씸하고 미운 마음에 꼭 그리 되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라기도 했었다.
그러나 진짜 독하게 행운을 싹쓸이 해간 인간은 그런 표시조차 나지 않는다 했다.
허우대 멀쩡하고 미끈하게 생긴 얼마 전 다녀간 사장의 25살 외아들 이야기다.
듣기로는 어려서 부터 거의 반에서 일등을 놓친 일이 없는 수제라고 들었다.
그때마다 사장님은 나 같은 사람들의 쥐꼬리 만한 행운도 가져 가서는 기술자 들에게 "글렌 그란트 60년 숙성"의 피보다 비싼 위스키를 같이 주었단다. 아 여기서 기술자라는 건, 말 그대로 학자나 스승이 아닌 그냥 가르치는 기계와 같은 능력이 있는 자를 칭하는 기계화, 산업화 시대의 용어이다. 그래도 그쪽 기술자들은 그런 대접이라도 받지만 나와 같은 기술자들은 손가락 한 두개쯤 잃어 버리는 건 준비물이나 숙제를 잊어 먹고 학교 가는 것처럼 꼼꼼하지 못한 나의 잘못이 되어 버려서 도리어 사과를 해야 하고 시말서를 쓰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행운이 너무 과했는지 그 아이는 또 학교 내의 모든 사건 사고 에서도 항상 일등을 놓친 적이 없다고 했다. 더욱 참을 수 없는 건 그때마다 나의 티끌 같은 행운도 사장님은 모조리 가져갔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사장님은 그렇게 저렇게 모든 행운을 다 가지기 위해 우리를 고용 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날도 있었다. 그러나 풍선이 너무 부푸는 경우와 같이 그 아이는 학교 졸업 후에도 그렇게 훔쳐간 우리들의 행운이 마치 자신의 것 인양 그리고 언제나 필요하면 늘 있을 줄로 생각을 했는지 안하무인으로 살더니 결국 사기꾼들에게 넘어가서 밀수 에다 금융 사기 그리고 마약까지 손을 대어서 저 바다 건너 비행기를 여러 번 갈아 타고 나서야 갈 수 있는 나라의 진짜 열악한 조건의 감옥에서 여전히 다른 죄수들의 행운을 가로채서 모기와 해충에게 뜯기고 있다는 뉴스를 보았다. 그리고 그 교도소는 죄수들의 노역으로 그 나라에서 유명한 위스키 숙성을 하기 위한 오크통을 만든다고 하니 인연이란 그런 건가 보다.
그렇게 사장님에게 모독 아닌 모독을 당한 그 옷은 이제는 아무나 다 입을 수 있는 평범한 의류가 되어있다. 나도 하나 입어보니 영 거끌 거리는 것이 뭐 이런 것을
그렇게 좋아 했을까 싶었다. 그런 것이 비단 옷 뿐이었을까 생각하니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아, 물론 그분은 더 좋은 명품이 있어도 이제는 입을 수 없게 되었다.
죽었느냐고? 뭐 꼭 그렇게 되는 걸 바라지는 않았지만 아니 한때는 그렇게 되기를 바라기도 했지만 아직 목숨은 살아있다.
지금은 그냥 아래위로 말끔하게 깔 맞춤으로 입는, 아무나 입을 수 없는 최고급 명품 중환자 복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떠도는 소문에는 지금 부인은 세번째 부인이고 아직 젊은 그 분인이 바람이 나서 밖에서 살림을 차려 두집 살림을 하고 있었고 급기야 독살을 시도 했다는 소문이 있지만 남의 집안 일이니 뭐가 어떻든…
그러면 나는 또 어떻게 되었냐고?
그 회사는 계속 다니냐고?,
우선 나는 더 이상 끌려 가지 않아도 되는 곳으로 마일즈 데이비스를 들으며 매일 간다.
늘 지적 받고 깨지며 위험하고 숨이 차오르는 경쟁에서 다친 영혼과, 잦은 야근으로 떠나간 그녀 때문에 힘들어 하며 괴로워 하던 나를 늘 따듯하게 코에서 부터 혀를 지나 위장을 거쳐 영혼까지 짜릿하게 위로해 주던 맞은편 건물 7층의 "천국 위스키 바(bar)"
바로 그 위스키바(bar)로 자리를 옮겼고 나는 매일 달콤한 위스키와 와인의 향이 있는 그곳으로 간다. 그리고는 제일 먼저 영화 엘비라 마디간에 흐르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을 틀어 놓고 위스키를 폼 나게 한잔, 이 아닌 화장실 청소를 한다.
뭐 어떠랴! 이것이 다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이니 더 한 일인들 못할까 싶다.
아! 그리고 또 하나 아니 가장 중요한 이유가 있다. 내가 이리로 출근하기 시작한지 3달 하고 3일이 넘어가던 날이었다. 그날도 오늘처럼 날이 참 화창하고 좋은 날이었는데 그 위스키 바 사장님 딸이란 사람이 와서 잠깐 놀다가 갔다. 그런데 그 사람은 세상에나 내 고등학교 동창 "희진"이었다. 물론 그 때보다 훨씬 성숙해진 모습에 퍽이나 어색하였지만 나름 반가운 마음으로 서로 인사를 하였다. 하지만 그간 어떻게 지냈냐는 인사는 하지 않았다, 그건 나에게도 참 아픈 이야기 이니 말이다. 대신 "참 좋아 보인다"는 말로 인사를 했다. 물론 희진이도 짧게 웃음을 지어 보이며 "너도 참 좋아 보이네"라고 했고 그렇게 서로 인사 한마디를 하고 나니 순간 흐르는 정적의 무게에 눌려서 그런지 아님 퇴근 시간이 다 되어서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꺼서 그런지 호흡이 조금 답답하고 얼굴이 달아 올랐다.
그때나 지금이나 참 어찌 저리 여자아이가 무뚝뚝 한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할 때쯤 퇴근 시간이 다 되어 가자 사장님이 "자네가 우리 희진이와 고등학교 동창이라고 하던데 정말인가?" 물었다. 그래서 나는 한 손으로 뒷 머리를 긁으며 "아. 예 뭐 2학년 때 잠깐 같은 반 이었고 그 후 희진이가 전학을 갔습니다." 말씀을 드렸더니 "야 참 그런 일이 있었구나 세상이 넓은 듯 해도 참 좁아," 그러시고는 "우리 이제 문닫을 시간도 다 되어 가는데 셔터 내리고 우리끼리 위스키 한 잔하고 갈까? 어때?" 하시길래 순간 희진이 표정을 살폈는데 그러자고 희진이도 동의를 해서 얼떨결에 "아 내 뭐 그러죠 뭐…" 하고는 후다닥 가서 셔터를 내리고 정리를 하고 앉았더니 이미 사장님과 희진이가 앉아서 설탕 단풍나무를 위스키에 절여서 숯을 만들고 그 숯에다 위스키를 한 방울씩 여과 시켜 담는 다는 예술가 특히 음악가들이 좋아 했다는 위스키 잭 다니엘 로 하이볼을 만들고 있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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