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종 갑<시인·시조시인>
두껍게 옷을 입는 그런 날이 잦아졌다
어두운 고샅길을 울며 가는 가랑잎들
뒷산에
걸린 조각달
입술이 시퍼렇다
창앞에 잎 다 지운 라일락을 짚고 서면
덧없이 흘러버린 한생이 휘감기고
조용히
고요를 찢는
냇물소리 처연하다
목없는 수수대가 팔 내둘러 더듬는 밤
바람이 시려운 듯 하나둘 불도 꺼지고
멀리서
개짖는 소리
적막이 흔들린다
내다 버리고 싶은 무거운 이밤을
하얀 저 떨림은 또 누구의 흔들림인가
바람에
눈물을 짓는
별들이 수심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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