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보부상단(朝鮮 褓負商團)의 시조(始祖) 이야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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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보부상단(朝鮮 褓負商團)의 시조(始祖) 이야기(2)

“나하고 장사를 하면 적어도 가족이 굶주리지는 않을 것이오.”
“먹고 살게만 해 주신다면 무슨 일이든 하겠습니다.”
걸인 남자가 벌떡 일어나서 대답했다.
백달원은 자기집 옆에 움막 한 채를 짓고, 차득보 일가를 살게 한 뒤 그를 데리고 장사를 다니기 시작했다.
차득보의 부인은 아내와 농사일을 하거나 허드렛일을 하게 했다. 그러자 아내가 불안해하거나 무서워하지 않아 백달원은 마음 놓고 돌아다니며 장사를 할 수 있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백달원은 걸인들을 휘하로 끌어들였다. 흉년이 든 데다 관리들의 착취로 거리에는 굶어죽은 사람들이 가을 낙엽처럼 뒹굴고 있었다. 손만 내밀면 사람들이 기꺼이 따라왔다.
백달원은 그들을 끌어들여 상단(商團)을 조직했다. 한 사람이 장사를 하면 이익이 두 배로 남고, 두 사람이 장사를 하면 네 배로 남고, 열 사람이 하면 백배로 남는다.
백달원은 상단을 조직한 뒤 본격적으로 장사를 나섰다. 장사 규모도 커지고, 거래 품목도 다양해 졌다. 그들의 가족까지 합치자 100명 가까이 되어 마을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장정들끼리 싸우거나 장사하러 다니면서 도둑질을 하거나 음란한 짓을 하는 사람들까지 나타났다.
백달원은 장정들과 가족들을 모아놓고 삼강오륜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간의 도리를 지키지 않으면 상단에서 추방하겠다고 선언했다.
1. 불망언 : 말을 함부로 하지마라.
2. 불패행 : 행동을 함부로 하지마라.
3. 불음란 : 음란한 짓을 하지마라.
4. 불도적 : 도적질을 하지마라.
이는 500년 동안 이어온 조선 보부상의 전통이 됐다.
바람이 나부낄 때마다 피비린내가 풍겨왔다. 백달원은 여진족이 완전히 시체가 돼 나뒹굴 때까지 풀숲에 납작 엎드려 있었다. 장사를 하러 다니다가 뜻밖에 전투를 목격하게 된 것이다.
벡달원은 차마 물건을 버리고 달아날 수 없어서 풀숲에 엎드려 있었다.
“저 장수는 누군지 참 용맹하구나.”
동북면 군사들 중 유난히 활을 잘 쏘는 장수가 있었다. 그는 여진족과 마주쳤을 때 귀신같은 활 솜씨로 여진족을 쓰러뜨렸다.
전투가 끝나자 백달원은 강가 풀숲을 살폈다. 동북면 장수가 죽었나? 여진족 군사들이 여기저기 시체가 되어 널브러져 있었다.
그때 시체들 틈에서 동북면 장수가 신음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의 허벅지는 창에 찔렸고, 어깨에는 화살이 박혀 있었다.
“장군님, 견딜 만합니까? 제가 상처를 치료해도 되겠습니까?”
“그대는 의원이오?”
“아닙니다. 떠돌이 장사꾼이지만 임시 조치는 할 수 있습니다.”
“그럼 부탁하겠소.” 장수는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백달원은 어깨의 화살을 뽑은 뒤 지혈을 하고, 창에 찔린 허벅지 상처도 헝겊으로 동여매 피가 흐르는 것을 막았다. 상처 때문에 고통스러울 텐데도 입을 다물고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상처가 깊어서 움직이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저희 집이 가까우니 치료를 받고 돌아가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럼 부탁하겠소.”
백달원은 나귀에 실은 물품이 걱정됐으나 사람을 먼저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단을 내려놓고 동북면 장수를 나귀에 태워 집으로 돌아왔다.
“부탁이 있소. 내 부하들이 죽었는데, 시신도 함께 수습해 주시오. 함주까지 보내주면 사례하겠소.” 장수가 백달원에게 청했다.
“시신을 함주로 보내라.” 백달원은 일군들에게 지시했다.
동북면 장수는 치료를 받는 동안 말이 없었다. 눈이 부리부리 하고 목소리가 굵은 사내였다. 이따금 백달원이 읽던 책을 뒤적거리다가 눈을 감고 깊은 생각에 잠겨 있을 뿐이었다.
“예사 인물이 아니구나!” 백달원은 장수의 의연한 모습에 감탄했다. 장수는 자신이 누구인지 말하지 않고 백달원에 대해서도 묻지 않았다.
여진족에게 죽은 시체들을 수습해 함주에 갔던 일꾼들이 동북면 군사 수백 명과 함께 왔다. 장수는 군사들을 이끌고 함주로 돌아갔다.
백달원은 장수가 돌아가고 한 참 지난 뒤에야 그가 이성계 장군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성계는 여러 달이 지난 뒤 백달원을 함주 군영으로 초대했다.
<다음호에 계속>
* 출처 : 블로그 소소한 일상에서 퍼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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