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보부상단(朝鮮 褓負商團)의 시조(始祖) 이야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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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보부상단(朝鮮 褓負商團)의 시조(始祖) 이야기(1)

백달원(白達元)은 조선 보부상(朝鮮 褓負商)의 시조(始祖)로 여겨지는 인물이다. 보부상(褓負商)이라 불리는 행상(行商)의 기원(起源)은 이미 고려사회에서 비롯됐지만, 전국적인 상인단체로 조직된 것은 조선 초기로 추정되고 있다.
즉, 조선 건국 때 부상 단체인 부상청(負商廳)의 첫 5도도반수(5道都班首)가 바로 백달원(白達元)이기 때문이다. 조선 보부상단(朝鮮 褓負商團)의 시조(始祖) 백달원(白達元) 이야기를 이번호부터 연재한다.

살구꽃은 3월에 피고, 국화꽃은 9월에 핀다. 꽃도 피고 질 때를 아는데, 사내는 지루함과 고달픔을 잊기 위해 소매에서 표지가 너덜너덜한 책자를 꺼내 들었다.
아내가 친정에서 나올 때 가지고 온 책자로 사마천의 ‘사기열전’이었다. 아내는 까막눈인 남편에게 글을 가르쳐서 읽을 수 있게 했는데, 그는 특히 ‘화식열전’을 좋아했다.
사내의 이름은 백달원(白達元), 황해도 토산 출신 천민으로 원래 귀족인 왕씨가의 노비였다. 아내는 바로 그 주인집 딸이었다.
노비와 주인 아가씨 신분이었지만 백달원은 어릴 때부터 아가씨와 오누이처럼 지내며 자랐다.
하루는 백달원이 아가씨를 모시고 절에 다녀오게 됐다. 불공을 드리고 내려오는데 소나기가 쏟아져 업고 계곡을 건너는데 춘정이 동했다. 그래서 아가씨를 껴안았는데, 아가씨도 거절하지 않았다.
백달원은 아가씨를 몰래 만나서 사랑을 속삭였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은 오래가지 못했다. 주인나리가 아가씨를 개경의 유력한 부자에게 시집보내려고 했기 때문이다. 이제 둘이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백달원은 아가씨와 함께 야반도주를 했다.
그들은 황해도와 평안도를 떠돌다 함경도의 삼수갑산까지 와서 정착했다. 귀하게 자란 아내는 산속에서 사는 것을 무척 힘들어 했다.
농사를 지을 줄도 모르고 사냥을 할 줄도 모르는 그들은 이웃 사람들이 친절하게 도와줬다.
‘사람은 서로 돕고 살아야 한다.’ 백달원은 그것이 공자가 말한 인(仁)이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그는 그때부터 마을에 어려운 일이 닥치면 반드시 솔선해 도왔다. 사마천의 말 중 가족을 부양하지 못하는 이는 열등한 인간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래, 열등한 인간이 될 수는 없어.” 백달원은 지난밤에 생각했던 계획을 아내에게 이야기 했다.
“장사요?”
아내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응시했다.
“언제까지 산속에 살 수는 없지 않소?”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모여 살아야지, 산속 생활에 지쳤어요.”
“산속에서 살다보면 언젠가는 여진족의 약탈을 당할 수도 있소, 이제는 대처로 나갈 때가 되었소.”
“우리가 성공하면 부모님도 우리를 받아 주실 거요.”
아내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당신 뜻대로 하세요.”
백달원은 아내의 동의를 얻자 화전을 일구고 사냥을 하는 대신 장사할 준비를 했다. 백달원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산속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짐승 가죽을 모았고, 아내는 짐승 가죽을 손질했다. 그렇게 손질한 가죽은 함주에 가지고 가서 팔았다.
백달원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장사를 다녔다. 눈이 오거나 비가와도 함주를 오가면서 장사하는 일은 화전을 개간하는 것보다 더 힘들었다.
“여기서 주저앉아서는 안 돼, 편하게 장사를 해서 돈을 벌 수 있다면 누구나 돈을 벌거야, 남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해” 다짐을 했다.
6개월이 지나고 1년이 지나자 조금씩 돈이 모이기 시작했다.
백달원은 어느 정도 돈이 모이자 나귀를 한 마리 구입했다. 나귀에 물건을 싣고 다니자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었다.
하루는 백달원이 함주 저잣거리를 돌아다니며 물건을 구경하고 있는데, 난전 한쪽에 웅크리고 앉은 걸인 부부가 아기를 안고 구걸하고 있었다. 날씨는 살을 엘 듯 추웠다.
저 사람들은 건장해 보이는데, 어째 일을 하지 않는단 말인가?
“저 걸인 부부에게도 국밥을 한 그릇 말아주시오.”
“인심도 좋구려.” 주모는 내키지 않는다는 듯 퉁명스럽게 대답하고 걸인 부부에게 국밥을 가져다 줬다.
며칠 후 백달원이 다시 함주의 저잣거리에 들렀을 때 걸인 부부는 여전히 구걸하고 있었다. 백달원은 그때 어떤 생각이 번개처럼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렇게 구걸을 해서 어떻게 살겠소? 추운데 집도 없고, 나를 따라 가겠소?”
“어디를요?”
“나는 장사하는 사람이오, 나하고 장사를 같이 하지 않겠소?”
<다음호에 계속>

* 출처 : 블로그 소소한 일상에서 퍼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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