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미성년의 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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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미성년의 밤(5)

박진경<일러스트, 웹툰 작가>

박진경 홈피.jpg

 

“여보세요. 전화 주운 사람입니다. …네. 편의점에서 주웠어요. 학생이랑은 이미 통화돼서 학생이 폰 찾으러 오고 있어요. 여기는 부천이에요. 좀 멀죠… 하하 제가 집이 부천이라 … 폰을 주웠는데 아무리 편의점에서 기다려도 안 오기에 어쩔 수 없이 집으로 와 버렸네요. 학생이 오는 길에 지하철을 잘못 타서 천안 방면으로 가는 바람에 늦어졌다고 하네요. 원래 1호선이 헷갈리기 쉽잖아요. 부모님께 연락드리려고 해도 번호를 잊어버려서 연락을 못 했다고 만약 부모님 전화 오면 잘 좀 받아달라고 했어요. 슬슬 학생이 도착할 시간이네요, …아뇨, 별말씀을요. 아유, 그런 거 바라고 한 거 아니예요. …네, 안녕히 계세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가 거짓말을 술술 내뱉은 걸 쳐다보는 두 명에게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어쩌겠어. 모두가 평화롭자면 이 방법밖에…….”
“언니 순발력 짱이네요.”
민희는 자신을 재워 달라던 부탁을 내가 전화로 에둘러 거절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순수하게 감탄했다.
“부천이라고 했으니까 집에 들어갈 시간은 좀 벌었고… 그때까지 술이나 마저 깨야겠네.”
승호의 말에 민희의 얼굴이 살짝 어두워졌다.
“언니, 진짜 굿즈들 언니가 보관해 주실 거예요?
“응. 그거야 뭐 어려운 일도 아니고.”
“언닌 천사예요. 제가 나중에 돈 벌어서 다 갚을게요.”
“됐고, 독서실 땡땡이나 치지 마.”
“네.”
“그럼 뒤는 승호한테 맡길게.”
“네?”
나는 승호를 팔꿈치로 찔렀다.
“판 깔아 주는 거야. 기회가 자주 오는 줄 알아?”
“아니, 저는…….”
“시끄러워 아줌마는 간다.”
“…아줌마라고 해서 죄송해요.”
나는 큭큭거리고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언니, 가지 마요.”
“나 내일 친구 결혼식이라 일찍 일어나야 돼.”
물론 거짓말이었다. 애나 어른이나 다 거짓말을 하지만, 고작 눈 하나 깜짝 않고 아무렇지도 않게 앞뒤가 맞는 거짓부렁을 술술 늘어놓는 게 어른과 아이의 차이일 뿐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외롭다. 고딩들도 짝이 있는데 내 짝은 어딨는 거야.”
잘하지도 않는 혼잣말을 하면서 다시 아까의 편의점으로 들어가 캔 맥주를 샀다. 오늘의 오지랖은 과연 잘한 일이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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