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고령군의 시계를 1998년으로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피니언

더도 말고 고령군의 시계를 1998년으로

지난 7월 1일 ‘젊은 고령! 힘 있는 고령!’이라는 새로운 지향점을 내걸고 제46대 이남철 군수가 취임식을 갖고, 민선 8기의 시동을 건지 어느덧 2개월여가 됐다. 우리나라는 인구 절벽시대 극복이 지방자치단체나 국가의 가장 시급한 문제로 현재 대두되고 있어서 민선 8기에도 가장 우선해야 하는 것이 인구 문제다. 

그래서 ‘인구 5만 명 도시! 신규주택 5,000호! 청년인구 5,000명!’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5·5·5프로젝트’가 가장 이목을 끈다. 그야말로 귀를 번쩍 뜨이게 하는 대목이라 군민 모두에게 ‘이남철 시대’가 기대를 갖게 한다. 임기 동안 그렇게만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인구 절벽을 걱정하다보면, 시계를 1998년으로 되돌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무엇보다 크다. 1993년 3월 고령군의 인구 3만 5천여 명이던 것이 4년제 가야대학교가 들어서고 5년 뒤 3만8천400여 명으로 늘었다. 물론 대부분의 인구 유입이 학생이었다. 그러나 농촌인구가 급감하던 당시로는 획기적인 하나의 사건일 수밖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최근 유력 일간지 보도에 의하면, 당시 가야대학교가 인구 증가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엄청난 효과를 가져왔다. 개교 이후 대학 부근에 30여개의 원룸과 상가가 생겼고, 당구장·PC방·서점·주점 등이 우후죽순처럼 문을 열어 이른바 ‘대학촌이 형성’돼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은 게 모두가 기억하는 당시의 고령의 모습이다. 

그러나 호황은 잠시였다. 인구 증가와 경제 활성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2004년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가야대학이 김해로 옮겨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가야대 고령캠퍼스 신입생 모집 중단 1년만인 2005년 고령 인구는 3만4천여 명으로 4천 명 이상이 감소했다. 그 후 현재까지 계속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2022년 8월 현재 고령 인구는 3만300여 명으로 3만 명을 턱걸이하고 있다. 3만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여서 격세지감마저 느끼게 한다. 

우리 같은 좁은 지역사회에 대학이 있다 없어진 결과는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우선 캠퍼스 주변을 살펴보자. 한때 3.3㎡당 70만원을 호가하던 캠퍼스 인근 땅값이 주민들의 말에 의하면 반 토막이 됐고, 그마저도 거래가 없다고 한다.

그 많던 원룸들은 대부분 낡았다. 학생들을 대신해 입주한 이들은 외국인 노동자와 공사 현장 인부들이 대부분이라 새벽 시간이면 인력사무소 주변에 외국인들이 진을 치고 있는 것이 요즘 모습이다.

그렇게 호황을 누리던 노래방, 당구장, PC방들은 문 닫은 지 오래다. 몇 몇 영세식당들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가야대 고령캠퍼스의 70% 정도는 현재 9홀 규모의 골프장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지역경제 활성화에는 거의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가야대학 측에서는 2년 전 남은 캠퍼스 부지를 고령군 인구 유입과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실행이 안 되고 있다.

고령 인구와 지역경제를 생각할 때 유행가 가사처럼 “아~ 옛날이여~”를 외치고 싶은 사람도 많을 것이다. 다행히도 고령군의 위기를 감지한 새 리더인 이남철 군수가 여러 가지 획기적인 구상으로 열심히 뛰고 있어서 한편 마음 든든하면서 또 기대를 하게 된다.

구독 후원 하기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