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작전명 “동백꽃”(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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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작전명 “동백꽃”(6)

서상조(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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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조(시인·소설가)

 

그리고 사내는 자물쇠로 잠긴 작은 서랍을 열쇠로 열면서, 차안에 있던 두 사람을 향해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듯 이야기 했다.
“동백꽃이란다. 편하게 좀 주무시도록 해 드려야겠어.”
그 순간 두 사내는 유 목사의 양팔을 하나씩 강하게 잡으며 몸통을 압박했다. 동시에 유 목사도 있는 힘을 다해서 몸부림을 쳤다. 나이에 비해 완력이 보통이 아닌 유 목사였지만, 사내들은 훈련받은 전문가들 이었다. 서랍을 열던 사내가 헬멧처럼 생긴 것을 꺼내더니 머리가 통째로 쑥 들어가도록 씌워 버렸다. 다시 온 힘을 다하여 저항하던 유 목사는 20초를 넘기지 못하고 모든 근육이 풀려버렸다. 세 사내는 별 일도 없었다는 듯이 조용히 차 밖으로 나가 버렸다. 어느 만큼의 시간이 지나고 선임자가 차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더니 안으로 들어가서 상황을 살폈다. 담배 한 개 피를 다 태웠을 때 쯤 선임자가 밖으로 나오면서 지시를 했다.
“세 사람이 교대로 업고 적당한 곳에 처리하고 오도록 해. 낮에 보니까 인근에 매실 밭이 더러 있던데 그런 장소가 괜찮을 것 같아. 매실 수확 때 까지는 사람이 접근할 일이 없을 테니까. 한 사람은 소지품 잘 챙겨가서 곁에 두도록 하고, 안경은 가다가 적당한 곳에 놔두도록 해. 그래야 이리저리 헤매고 다닌 것처럼 보이니까.”
세 사내는 몇 번이고 사망 확인을 한 후에 시신을 밖으로 들어 옮겼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살기 위해 몸부림치던 사람이 순식간에 주검으로 바뀌었다. 선임자는 헤드폰을 조금 전과는 달리 제대로 착용한 후에 교신을 했다.
“작전명 동백꽃, 종료를 보고합니다.”

양 기사는 뉴스를 통해 매실 밭에서 발견된 사체가 유 목사일 가능성이 많다는 소식을 접하며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유 목사는 그날 사내들을 따라 나가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기 그지없었다. 혼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쓰러진 것으로 텔레비전의 출연자들이 결론을 지어가는 것을 보면서 그것은 턱도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양 기사가 겪어본 유 목사는 종교를 떠나 한 인간으로서 지혜롭기 그지없었고, 체력 또한 젊은이 못지않았다. 그리고 정히 위급하면 자수를 해 버리면 죽을 일은 없을 것이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유 목사는 얼마나 삶에 집착이 강했던지 두루마리 화장지 대신에 항상 키친타올을 이용하는 사람이었다.
여러 가지 정황을 종합해본 양 기사는 이미 사건이 정리되어 버렸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세상을 향해서 한마디도 할 수 없게끔 그날의 사내들로부터 양 기사의 입은 자물쇠가 채워져 버린 상태였다. 유 목사를 포함해서 이미 지난 상황은 과거가 되어 버렸고 자신만이라도 살아서 길고 긴 세월이 흐르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전화로 자수의사를 밝히고, 금수원에서 경찰을 기다렸다. 그런데 경찰관보다도 기자들의 숫자가 더 많았다. 체포연행이 되어 건물 밖으로 나오자 카메라 플래시가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비치고 있었다.
“유 목사는 누가 데려 갔습니까?”
어느 기자의 질문은 유 목사가 혼자 나가지 않고 누군가가 데려 갔다는 것을 아는 듯 했다. 일체 입을 열지 않으리라고 다짐했던 양 기사는 자신도 모르게 대답을 하고 말았다.
“모르는 사람들이 데리고 갔어요.”
그 말은 사내들이 그 정도로는 말해도 되는 듯이 얘기도 했거니와, 어쩌면 긴 세월이 지나도 밝혀지지 않을 진실에 있어서 눈치 있는 사람들의 추리에 도움을 주기 위함이었다.(끝)

▷작가의 변
지난 시절 가운데 한 때는 범국가적 정보에 있어서 우리 국민 거의 대부분이 바보처럼 지낸 적이 있었다. 정권이 관련된 사건들에 있어서 진실과는 무관하게 권력이 원하는 프레임을 만들고 또 슈퍼언론을 통해서 퍼뜨리는 때문이었다.
그러나 긴 세월을 흘러오면서 투쟁과 그 피의 댓가로 우리는 국가의 투명성을 어느 정도 보장받았다고 볼 수 있겠다. 그 결과 우리 국민들은 관심이 깊은 사건에 있어서 마음껏 상상을 하고 의견을 표출한다, 위에서 끝맺음을 한 작품 “작전명 동백꽃”도 우리 국민들이 상상했던 흐름중의 한 줄기라고 할 수 있겠다. 위의 소설을 읽는 독자 가운데서도 유목사의 해외도피 등 다른 주장을 하는 분들도 계시리라 믿는다. 여기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위의 소설이 작가 개인의 주관적 판단이며 당시 상황에서의 가장 합리적 가능성, 그리고 최고정보 기관의 능력(?)을 소설소재로 삼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문학이라는 것은 우리 생활가운데 있고 결코 어렵거나 힘든 일이 아니기에, 위 작품을 계기로 독자들께서도 조용히 눈을 감고 상상의 소설을 나름대로 펼쳐 본다면 작가로서는 할 일을 마쳤다는 마음을 흡족히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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