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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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낯선 곳에서

우종율(시인·수필가)
(2022 대가야체험축제 시화전 출품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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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종율(시인·수필가)

 

두리번거린다. 여기서 나를 가둘 자 누구인가.
자동판매기 내용물은 같지만 밖엔 내가 없다.
외국인 하나가 새벽 담배 먹고 있다.
지난밤 못 채운 알코올 농도를 채우려는지
맥주 캔을 따려 두리번거린다.
둘러보니 나도 그들 눈 속에 든 어눌한 표정의
외국인, 칭얼대던 지난밤의 거리를 되짚어본다.
낯선 이들과 나눈 회전 초밥, 순서 되어 돌아
나오는 접시만 선택했다. 그러다 들켜버린
독백, 이젠 모두가 익숙하다.

 

여자 하나 바삐 푸른 신호등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어디로 가는 걸까. 뒤따라가려면 이미 늦은 깜빡거림,
누가 나를 잡아주오. 텅 빈 도시의 질서를 나는 모른답니다.
끈 풀린 현수막이 펄럭이며 종소리를 낸다.
해체된 김밥처럼 널브러진 편의점에 들러 토마토
그림 주스를  찾는다. 갇힌 속내 조금이나마 평정된다.
오늘, 언제인가. 천천히 나를 해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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