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꼰대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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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나는 꼰대로소이다

万 折(문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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万 折(문필가)

 

정권이 바뀌니 지방선거도 여당의 대승으로 끝나 야당의 ‘20년 정권’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170석의 공룡’ 때문에 정책을 의도하는 대로 펼 수가 없게 된 데다 느닷없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이 재점화되니 서로 공방(攻防)에 정신없다. 그런데 여야 모두 공교롭게도 性비위가 동시에 터져 내홍에 시달리고 있으니, ‘强대 强’ 대치로 개원도 못 하고···.

‘월북’이 하루아침에 왜 ‘사고’로 뒤집어졌느냐가 문제의 핵심이다. 왜 그랬을까. 국방부가, 해경이 ‘권력 따리’가 된 것은 아닐까. 아니면 정권 잡은 여당의 ‘기획된 사건’일까? 집권자(윤 대통령) 성향으로 봐서 그럴 리는 없을 것도 같은데, 만에 하나 그렇다면 이건 더 큰일일 수밖에 없다.

여당은 지난 청와대가 ‘월북 공작’이라 규정했다고 공세를 펴고, 야당은 구차한 ‘新색깔론’으로 반격하며 ‘지금 민생이 더 급한데’라 했다. 내가 질책한다. ‘당신들 언제 그렇게 민생을 챙겼나’다. 나라 걱정은커녕 일마다 딴죽 걸고 몽니 부리고, 오로지 ‘권력 지향’에 취해 있었잖아···!

불난 집에 기름 붇는 행태가 또 터졌다. 설 의원 언행, ‘이 판국에 아무 것도 아닌 일 가지고···’가 의원이 할 말인가 되묻는다. 뭐가 그렇게 다급해서 격정을 쏟을 일이며, 얼마나 흥분했으면 침을 튀기는 (아참! 마스크는 썼지) 분통을 터뜨리느냔 말이다. 옛 청기와집 주인처럼 A4용지에 써주는 대로 천천이, 음미해가며 읽으면 될 걸 뭘 그리 숨 쉴 새도 없이 속사포를 쏴대느냔 말이다. 이성적 판단으로 앞뒤를 돌아봤으면 그러지 않았을 것을···.

쏟은 물 되 못 담듯(복수불반-覆水不返) 허겁지겁 사과한들 무슨 소용인가. 살인자가 사과만 하면 될 일인가. 일급(日給) 46만 원짜리 공직자, 그 값도 못 하는, 한마디로 자질 미달이다. 이런 언행을 냉정히 보면 아마도 평소 의정활동도 ‘자기편’ 사람만 챙기는 의원임이 분명하다. 전후 맥락으로 보아 불같이 화 낸 이유를 짐작하고도 남는다는 말이다. 대의정치, 참 슬프다.

이참에 이 말 안할 수가 없다. 수년 전, 아무도 예측을 할 수 없을 만큼 치열한 대선전일 때 김대업이 후보자의 아들 병역 문제를 터뜨렸다. 이를 본 설 의원이 ‘의인(義人) 났다’고 치켜세우는, 가상(?)(嘉祥)한 일도 있었다. 때 아닌 참사에 공감하는 다수 국민이 질타하는 목소리도 좀 들어보라! “가장 잃은 가족들 무참히 짓밟는(별일 아니다) 당신의 뻔뻔함” 말이다. 또 “그럴 양이면, 의인이나 찾아 나설 일이지, 무슨 헛소리야···”. 나도 동감이다.

‘떡 본 김에 제사···’라는데 이 판에 지난 ‘청기와집’ 비판 좀 해야겠다. 비서실장이 청기와집 주인에게 ‘2020년 10대 성과 보고서’를 냈다. 보나마나 빠지지 않는 ‘세계 표준이 된 K방역, 위기에 강한 경제, 역대 정권이 20년 걸릴 일을 우리가 다했다’ 등이었다. 민심의 뇌관인 부동산 문제, 최대 실정인 탈원전, 월북몰이 등 실정은 물론 없었다. 정말 기가 막힌 것은, ‘잘못한 것이야 야당과 언론이 도배했기 때문이지 않았느냐’라는 ‘장님 개천나무라기’였다. 이참에 꼭 할 말, 국민가요가 될 뻔한 “종전선언”이다.

정말 충격은 따로 있다. 사실 중국이 우리의 최대 경제 파트너임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고 ‘중국은 높은 산봉우리고 우리는 조그마한 나라’라 했으니, 이런 치욕을 왜 자초하느냔 말이다. 오죽했으면 한신대 윤평중 교수가, “중국에 납작 엎드린 번방국(藩邦國-봉건 제후가 다스리는 나라)의 충성 맹세”라 직격했을까. 소국과 대국의 국제 관계일 때는 동등한 주권국가의 자존감을 앞세워야 함이 당연지사인데 이 무슨 치욕이냔 말이다. 겸양(謙讓)할 데가 따로 있지 5천만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 맞나? 또 북한에겐, 홍길동전에서 ‘호부호형’을 할 수 없었듯 미사일을 미사일이라 하지 못 했잖아! 

할 말 많지만 몇 가지 더 해야겠다. 부동산 문제. 수요공급의 원칙도 모르는지 현장엔 가보지도 않고 책상에만 앉아 얼치기 정책만 폈으니 실패는 명약관화였다. 게다가 국민이 정책을 따르지 않았고 1인가정이 많아서···, 몰염치의 전형이었다. 참 ‘머시기’하다.

세계가 인정하는 원전은 왜 연옥(煉獄)으로 보냈으며, 허우적대는 탈원전 정책에 대해선 ‘선무당 칼춤’과 ‘조자룡의 헌 칼 쓰듯’이라 조롱당하기 일쑤였지만 왜 침묵하나.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하는 것이 지도자의 덕목인데 가로 늦게 겨우 한다는 말, ‘원전이 전원(電源)이다? 또 마차가 말을 끄는 형국인 ‘소득주도성장’, 일자리 정책은 누워서 떡먹기인 공무원 증원과 공기업의 정규직 전환, 대학 강의실 불끄기, 장마철 하수구 감시 등이 전부였다. 

나는 1947년경 초교에 입학했는데 그때 국어책에 ‘달이 가나, 구름이 가나’의 제호로 글이 실렸다. 예닐곱 짜리 아이 세넷이 구름 낀 하늘을 보고 한 아이가 ‘저것 봐 달이 신나게 웃으며 달리잖아’ 했더니 또 다른 아이는 ‘아니야, 구름이 너울너울 춤추며 가느라 뒷발을 번갈아 휘젓잖아!’ 했다. 승강이를 벌였지만 아무도 이기지 못 한 무승부였다. 

70년도 더 지난 오늘에 와서 지금의 ‘공무원 월북’을 보니 옛 생각이 떠올라 써보는 것이다. 여야가 꼭 ‘해와 달’을 두고 다투는 꼴이니 말이다. 그때 그 필진이 오늘의 이 정치상황을 예견이나 했는지, 또는 우연의 일치인지 그 혜안(慧眼)(?)에 놀라울 뿐이다. 당시 그 국어책 필진이 누구였던가가 몹시도 궁금한 오늘이다. 나는 역시 옛이야기나 하는, 거추장스러운 존재(?)인 ‘꼰대’일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나는 꼰대로소이다!!!” 

* 사외(社外)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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