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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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최종동(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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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동(편집국장)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고, 국민들의 호국·보훈의식 및 애국정신을 함양하기 위해 1963년 호국보훈의 달로 지정했다. 6월 1일~10일은 추모기간, 11일~20일 감사의 기간, 21일~30일까지는 화합과 단결의 기간으로 나눠져 각각 특성에 맞는 호국 보훈 행사를 하고 있다.
매년 돌아오는 호국보훈의 달이지만 올해는 감회가 좀 다른 것 같다. 지난 2년여 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홍역을 치렀기 때문이다.
1950년 6월 25일 새벽을 틈탄 북괴의 남침은 전 국토를 그야말로 초토화 시켜 참혹한 참상으로 변했다. 불행 중 다행히도 유엔군의 참전과 수많은 우리의 참전용사들의 희생 덕분에 1953년 7월 27일 3년여 만에 강대국의 중재로 휴전이 됐다. 그 후 온 국민의 피나는 노력 끝에 어느 정도 복구는 됐지만, 부상자 치료 등 아직도 전쟁의 여파는 계속되고 있다.
휴전이 된지도 70여년이 됐다. 당시 참전했던 생존자들이 90세 전후여서 이제 몇 분 안 계신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 어르신들의 값진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경제대국 반열에 올랐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6월이 호국보훈의 달이라며 그 어르신들을 반짝 기억하는 1회성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본지는 매년 이맘 때 참전 유공자들을 찾아다니며 당시의 생생한 전쟁의 실상을 특집면으로 꾸몄지만, 이제는 그 마저도 어렵게 돼 안타까울 뿐이다.
몇 년 간 보훈의 달 특집면을 꾸미면서 만나본 참전 어르신들의 눈물겨운 당시의 참상은 두고두고 잊히지 않는다.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합가리 오 모 어르신의 회고에 의하면, 당시 추위와 전쟁 2중고에다 눈사태로 군 막사가 폭삭 주저앉아 부대원 중 5명만 살아남았다는 대목에서 말문이 막힌다. 전우를 잃은 충격에도 망연자실 할 여유조차 없었던 것은 빗발치는 적군의 총탄세례 때문이었다고 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휴전이 되고 5년의 군 생활을 마치고 고향의 품으로 돌아온 것은 기적이었다고 회상했다.
생존 어르신들의 증언에 의하면, 당시 전투는 전후방이 따로 없었다. 현재 89세로 생존해 계신 문 모 어르신은 고령지역에서 자체 특공대를 결성해 지역을 지켜낸 일은 최전선 못지않은 전쟁 수훈이다. 당시 전 국토가 적군의 수중에 들어갈 위기에 처하자 전국의 곳곳에서 자생적으로 방어 목적 단체가 많이 결성됐다고 증언했다.
이처럼 당시의 어르신들은 오로지 국토를 지키기 위해 내 몸 돌볼 여유가 없었음을 증언으로 알게 한다. 문 모 어르신은 단재 신채호 선생이 남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말이 가장 마음에 닿는다고 했다. 당시 한 뼘의 땅도 적군에게 내줄 수 없다는 확고한 애국심 또는 국가관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문 어르신은 매년 돌아오는 6월 호국보훈의 달이지만 당시에 희생하신 호국 영령들을 기억하고 그 유족들을 보살피는 것도 후세들의 몫임을 강조하신다.
참전 국가유공자와 그 가족의 명예와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하고 관심을 가져야 할 때도 보훈의 달만이 아닌 일상이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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