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가나 구름이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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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달이 가나 구름이 가나

万 折 / 문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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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죽을래!’가 나오더니 ‘어디서 건방지게’가 나오고 대권 노리는 사람은 ‘내 앞에 무릎 꿇을 날이 온다’도 나왔다. ‘아무말’ 경연대회나 하는 건지 ‘높은 분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하기엔 인성을 의심하게 한다.
7천억 원 들여 수명 연장해 놓은 월성1호기, 언제 중단할 거냐고 물으니.  정작 실무진은 2년6개월 연장 가동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이를 본 장관이 뱉은 말 ‘너 죽을래’다. 그 실무 과장 장관 대신 기소되어 교도소에 있는 그는 ‘신내림 받았다’ 했고, 이 말에는 ‘연장 가동’의 본심과는 다르게 장관을 향한 은근슬쩍 비아냥의 함의로 추단할 수밖에 없다.
탈원전, 이제 언급하기도 지겹다. 게다가 탄소중립 정책 때문에 원전 비중을 낮추고 ‘새똥태양광’이라 냉소 받는 태양광과 풍력으로 대체한다고 한다. 그러면 전기 요금이 3배나 오른다는데도 우이독경이다. 청와대가 산업부에 월성 원전 중단을 요구하며, “원전 중단은 대통령 머리깊이 박혀 있으신 거다” 했다. 이를 본 탈원전 비판자는, “차라리 빙의(憑依) 걸렸다고 하라”라는 혹독한 비난이 나왔다. 답답한 판국에 나도 동의하고 싶다.
장관 질의하는 국회의원(헌법기관)을 보고, ‘어디서 건방지게···’가 나왔다. 그는 듣도 보도 못한 ‘나는 장관이면서 여당 의원’이라고 질의 예봉(銳鋒)을 피해가며 호기(豪氣)를 부렸으며, 권력에 취한 자들이 흔히 쓰는, ‘내가 누군 줄 아니, 어디 감히···’에 다름 아니었다. 국민 봉사의 자세가 아니라 국민 위에 군림하는 오방[傲慢放恣] 권력자였다. 아프간 입국자 중 어린이들에게 인형 주는 퍼포먼스 장면을 기자들에게 반강제로 찍게 한 것이 바로 오방에 걸맞은 행태이니, 역시 ‘실세 장관’이라는 이름값을 했다. 참 쪼잔하다.
의원이 장관 겸임하는 제도는 한참 전부터 있었지만 이도 삼권분립인가. 그럼 국회와 정부가 이해 충돌이 있을 때 어느 쪽에 서야 하나? 보나나마 ‘박쥐의 행태’를 보일 것만은 분명할 터이니 참 편리도 하다.
언론중재법인지, 언론重罪법인지 모를 악법이라고 국내외 언론단체도 반대하는데 180석의 공룡이 포효(咆哮)하며 꿈틀대고, 영문 자료도 없고 제대로 통역도 못하면서 중재법 설명하려 외신 기자를 부르는, 국제적 망신 골고루 했다. 그럼 ‘국경없는기자회’에 ‘외신어용기자’를 낙하산 배치하면 안 될까? 일부 여권 중진이 신중하라 비판했더니 문빠들의 ‘말 폭격’을 당했으며, 다음 날 꼬리 내리는 해프닝도 있었다.
뿐만이 아니다. 법사위서 그 악법 새벽에 단독 통과시켜 놓고 환호작약, 하이파이브도 했다. 기고만장이었다. 정권 잡았을 때 ‘10년 정권’ 하더니 그도 모자라는지 ‘100년을···’도 스스럼없이 호언(豪言)했다. 그 원대한 시나리오가 ‘중죄법 개정안’인가 보다. 야당은 ‘文 위한 안전보장법’이라는 직격탄을 날리기도 한다.
가짜뉴스 제재(制裁)한다고? 가짜 여부 판별은 누가 하나. 내게 유리하면 진짜, 불리하면 가짜라 할 것이니 ‘유진불가’라는 신조어가 나오게 생겼다. 지금이 유신시대냐고 비판하는 소리도 좀 듣고 원로(유인태)의 조언도 좀 들어라. 하긴 이 나라 어른이 없고 원로도 없어진 지 오래이며, 권력지향 해바라기만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는 맹공이 나온다.
가짜뉴스와 괴담으로 정권 향방이 갈렸던 사태(?)를 생각하면 현기증이 날 정도다. 공분(公憤)을 부르게 하는 김대업 병풍, 뇌송송 구멍탁의 광우병 소동, 천암함·세월호 미군 폭침 등의 괴담이 모두 이 정권 친위매체들에서 나왔다. 처벌받은 MBC기자, 지금도 억울하다는 고집불통이니 참 뻔뻔하다.
절대 권력의 상징 180석 공룡의 때 아닌 ‘윤미향···보호법’은 무슨 해괴망측한 짓이냐. 여성단체협의회 60여 곳이 반대하는데 폭주를 하니 일부 여당의원도 좀 무리하다고 가세를 하고 있다. 이를 본 나는, 마치 ‘도둑이 도둑 보호법’을 만드는 꼴이라 비판했더니, 야당은 내 말 도청이나 했는지, 차라리 ‘범죄자 보호법’을 만드는 것이 그 개정안 저의에 부합한다고 비꼰다.
조국 딸 부산의전 입학 취소가 온 나라를 출렁이게 한다. 한 여자 앞길 망쳤다고 국민청원이 25만을 넘었다 하고, 그 입학 취소를 본 20대 청년이 사필귀정이라 박수 치는 아들 뺨을 때렸다는, 괴담도 나왔다. 정의 공정이 아직도 살아있는 말인지, 잠수해버린 교언영색인지 모르겠다. 한참 전 추미애는 아들 병역을 두고 안중근에 비유하더니, 조국의 어머니는 곤욕을 치르는 아들을 성모(聖母)에 비유하는, 해프닝도 부끄럼 없이 나왔다. 때 아닌 ‘신성(神聖) 가족’이 출현했으니 코미디가 따로 없다. 더구나 정 교수(조국의 아내)의 2심 재판까지 유죄가 나왔는데, 어떤 대학 총장은 법원을 향해 ‘판사가 무슨 전지전능이냐’라고 폭언을 하는 대한민국이다.
여당 LH사태는 야당 윤희숙의 친정아버지 소유 농지 문제로 폭풍우의 중심으로 이동했다. 대통령은 주말에 채소밭 호미질이나 하면서 농민이라 등재했느냐고 비교, 비판하고, 윤희숙 문제에 대해서는 무슨 전근대적 연좌제냐고 일갈한다. 윤희숙은 경선 포기, 의원직도 내던졌다. 정작 의원직 버릴 자는 ‘뻔뻔 몰염치’ 윤미향인데 왜 자진사퇴는 윤희숙이냐라는 비판도 있다.
여야 일전불사가 연출되고 있다. 서로 옳다고 공격하니, 초교 때 국어책에 있던 ‘달이 가나, 구름이 가나’로 어린이들이 다투는 장면이 떠오른다. 꼭 거기 비유할 수밖에 없는, 이 나라 정치 현실이다.   

 

* 사외(社外)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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