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가 머리를 내밀고 양쪽 끝에서 망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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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쥐가 머리를 내밀고 양쪽 끝에서 망설인다




김년수(수필가/일선김씨 문충공파 종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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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년수(수필가/일선김씨 문충공파 종친회장)

 

 

떳떳함과 비열함이 있고 수단에는 정당함과 부당함이 있다.
떳떳함과 정당함은 하늘을 봐도 두렵지 않고, 땅을 봐도 부끄럽지 않은 것이요, 비열함과 부당함은 하늘에 대해, 세상에 대해 부끄럽기 짝이 없는 매우 부끄러운 행위 그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존경해야 할 대상이 있다면 그것은 대통령도 장관도 재벌도 학자도 예술가도 정치인도 아닌 어떤 자세 어떤 정신으로 살았느냐이다. 그러니까 얼마나 올곧은 자세와 결 곧은 정신으로 강직하게 살았느냐로 존경의 척도로 삼아야 한다 이 말이다. 정치인은 지조가 생명이다.
그래서 온갖 풍상에도 의연한 소나무, 대나무, 매화나무처럼 절개를 지켜야 한다. 어제 같이 욕을 하던 그 당이 집권 여당이 돼 오늘은 주인보고 꼬리를 치는 강아지처럼 꼬리를 흔들면서 연민을 구걸한다. 좀 어려운 말로 수서양단이란 말이 있다. 돌 틈바구니에 쥐가 머리만 쏙 내민 채 바깥을 살피다가 세 불리하면 머리를 쏙 디밀고 세 유리하면 머리를 쏙 내미는 게 수서양단이요, 약을 대로 약은 쥐가 담벼락이나 돌 무기 속에 납작 엎드려 사방을 관망하다 아무 일 없으면 쪼르르 나오고 무슨 일이 생기면 재빨리 숨어버리는 것을 장관복서라 한다.
요즘 더불어 민주당 대선후보 경쟁이 한창이다. 이름깨나 있는 정치인들 하는 꼴이 꼭 이 수서양단과 장관복서 같다. 대선후보 선정에 친문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이리 갈까 저리 갈까, 이러면 유리할까 저러면 유리할까 관망하다 더디어 유력주자 두 사람의 여론이 선두를 달리자 정책은 없고 과거를 들추어내면서까지 피 튀기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세 불리하면 내 언제 보았냐 싶게 돌아서고 세 유리하면 그때는 이때다 하고 찰싹 달라붙어 입신양명을 꾀한다. 앞에서도 말했듯 정치인에겐 지조가 생명이다. 한 나라의 정치지도자가 지조를 생명으로 여기지 않는다면 이는 시정잡배만도 못한 존재다.
중국 삼국시대 때 조조는 관우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사흘이 멀다 잔치를 베풀고 온갖 환대로써 정성을 다 기울였지만, 관우는 초지를 일관한 채 끝내 유비에게로 돌아갔다. 이때 조조는 의연한 관우의 태도에 탄복하며 부하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옛 동지를 잊지 않고(桃園結義) 저토록 거취가 분명하니 과연 장부다. 너희도 모쪼록 관우를 본받아 지조 있는 장부가 돼라.”
나폴레옹도 “지조 없는 비겁한 동지보다 지조 있는 용감한 적을 나는 더 사랑한다”고 했다. 정치인이 지조 없이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는 것은 무소신 무정견 무철학이 빚은 한심사다.
정치인이 얼마나 거짓말을 잘하고 신의를 헌신짝 버리듯이 했으면 유대인의 속담에 ‘한가지 거짓말은 거짓말이고 두 가지 거짓말도 거짓말이다. 그러나 세 가지 거짓말은 정치인 것이다’라고 했을 것인가.
또한 야권의 유력후보 윤석열 전 총장에게도 국힘당에서 입당을 권유하며 온갖 압박을 가하고 있다, 그러나 내갈 길을 가겠다, 국민의 명령에 따른다면서 국힘당 입당에 대하여는 명확한 의사표시가 없다. 이것을 지켜보는 국민들까지도 이젠 지루함을 느끼면서 기대감마저 떨어져 가고 있다. 윤석열 전 총장의 최근 행보는 오랜 검찰 생활의 외고집으로 남의 말을 듣지 않는 특히, 정치인의 조력을 받지 않는 사람으로 비치고 있어 여론조사에서 계속 하락할 뿐 아니라. 쥐 한 마리가 구멍으로 머리만 내밀고 요리조리 엿보면서 입당할까 말까, 진퇴와 거취를 결정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모습으로 비추어 지면은 안된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라디오방송에서 윤 전 총장의 지지율 흐름에 대해 “위험하다”며 “안철수 대표가 과거 정치에 미숙했을 때 했던 판단과 비슷한 판단을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의도 정치를 거부하는 사람들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나 생각한다. 잘못된 조언을 듣고 있을 수 있어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의 말에도 여러 해석이 있지만 내부에서도 방향을 못 잡는 것 아닌가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윤 전 총장이 대선 후보로서 현재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보면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다. 지지율이 답보 내지는 하향 추세인 점을 결코 가볍게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이다.


※ 사외(社外)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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