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군사는 실험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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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정치와 군사는 실험하는 것이 아니다

김년수<수필가 / 일선김씨 문충공파 종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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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년수<수필가 / 일선김씨 문충공파 종친회장>

 

이것은 고대국가 이래, 최고의 금기사항이다. 세상에서 실험이 안 되는 것, 실험해서도 안 되고, 실험해 볼 수도 없는 것이 이 두 가지이다. 정치에서 정책을 내놓고 일단 실험해 보고 결정하자 했을 때 실패하면, 어떻게 되느냐, 개인이나 기업의 경우에는 그 피해는 그 개인만의 것이고, 그 기업만의 것이다. 그러나 정치의 경우, 그 피해는 정책을 실험한 정치인의 것이 아니라, 전 국민의 것이 된다.
그래서 맹자에 나오는 연목구어 후필재앙이라는 어휘에 대해,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가슴깊이 새겨야 하는 금기어가 있다. 나무에 올라서 고기를 잡을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럼에도 기어코 나무에 올라가 고기를 잡으려는 사람이 있다. 그것이 정치인이다. 그러나 그 피해는 그 어리석은 정치인에게 가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로 간다. 그리고 그것은 반드시 재앙이 된다. 그것도 국가적 재앙이 된다. 군사에서도 실험삼아 적을 공격해 보고, 실험삼아 전쟁해 보자. 과연 그것이 가능한 일이겠는가! 
적은 대화를 기회로 전쟁준비를 하고, 그 현금을 재원으로 핵무기를 만들고, 미사일도 만든다. 그 절호의 찬스를 어느 적이 놓치겠는가. 실험삼아 해 본 것이 적에게는 천혜가 되고, 준 쪽에서는 재앙이 된다. 더욱 기이한 것은 그것이 얼마나 재앙을 불러오는 실험인가를 의식 없이 실험하는 것이 정치인의 실험행태이다. 대통령이 되고 난 뒤, 느닷없이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발표했다. 국민은 알지도 못하는데, 선거 때의 국정과제라고 했다. 환경단체의 실험과제를 숙의도 없이, 전문지식도 없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것이다. 그래서 얼마나 많은 피해를 보았는가. 내가 어떤 실험을 하고, 그 실험의 결과 어떤 재앙을 만나든 나에겐 책임이 없다. 그것이 대통령이고, 정치인이고, 그리고 권력 실세들이다. 그 돈은 국민인 내가 내야 하는 것으로, 아닌 밤중에 벼락 맞는 꼴이다. 맹자 말대로 완전히 후필재앙이다. 최저임금 몇 천원 올리느냐로 온 국민이 촉각을 세우는데, 그들에겐 몇 천이며, 몇 십억 원은 돈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것이 아니라, 모두 국민이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국민은 선거 때 외는 실체가 없다. 그래서 함부로 국민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다. 대통령의 안보특보라는 사람은 동맹을 파기하는 일이 있어도 평화는 지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런 안보특보가 정녕 대통령을 보좌할 수 있었겠는가. 안보가 실험대상이 아니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그런데 그 특보는 안보를 실험하려고 했다. 그러한 특보가 지금은 장관이 되어 대통령을 국제 미아로 만들고 있다.
우리에게 동맹은 곧 평화이다.
적어도 우리에겐 동맹과 평화는 같은 말이다. 동맹이 깨지면 자동적으로 평화도 깨진다. 그 생명의 동아줄인 동맹에는 그 어떤 논리 어떤 수사학으로도 파기라는 말을 함께 쓸 수가 없다. 그런데 특보라는 사람이 태연히 그렇게 말하고, 다른 동료들도 아무렇지도 않은 양, 태연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안보에 관한 한, 그래도 前정권이 지금 정권보다는 훨씬 더 국민의 마음을 안심시켰다. 그럼에도 현 정권의 정무수석이었던 사람이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시기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닌 문제인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다는 게 정말 다행이고 안심이 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안보를 말하면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고 하는데도, 밑에 보좌하는 사람들은 현실과 전혀 다른 인식을 하고 있다. 청와대의 정책실장으로 있었던 사람이 삼성을 이 나라의 원흉이라고 책에도 쓰고 주장도 하고 있다. 이 사람은 원흉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썼는지 알 수가 없다, 원흉은 못된 짓을 하는 사람들의 우두머리이다. 삼성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못된 짓을 하고 있고, 또한 삼성은 우리나라 기업들을 대표하고 있으니, 우리 기업들은 모두 이같이 못된 짓을 하고 있단 말인가. 
부끄럽고 안타까워서 감히 하기 힘든 말이지만, 교육부 장관이란 사람이 지난 번 청문회에서 한 “그때는 표절이 관행이었다”는 말을 잊을 수가 없다. 그러그러한 수준의 사람들이 장관이 되고, 대법원장이며, 헌법재판소 소장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지만, 적어도 교수였다는 사람은 달라야 한다. 배우는 학생이 있고, 평생 연계를 갖는 제자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교수가 표절이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고 쓰고 있다면, 그거야말로 학생들에게나 제자들에게  너무 수치스럽지 않는가. 표절의 표는 훔치는 표자이고, 표절의 절은 도적질하다의 절 자이다. 「훔치고 도적질 하는 일」이 대학에서나 학계에서 어느 시대이고, 어찌 관행이 될 수 있겠는가? 그런 일은 옛날에도 없었고, 지금도 없다. 
이 정부는 입만 열면, 적폐청산을 내건다. 조선이 어떻게 망하던가, 적폐정산을 하다 망했다. 적폐만 아니고, 숙폐, 구폐까지 모두 내 걸었다. 쌓인 폐단(적폐) 묵은 폐단(숙폐) 옛날 폐단(구폐) 일소를 부르짖다가 나중에는 망할 힘도 없어 외국인이 와서 망하게 했다. 적폐든 숙폐든 구폐이든 지난날의 잘못된 것이고, 지난날의 것은 지금 절대로 일소되지 않는다. 과거의 잘못을 새로운 시대의 자산으로 삼는 정권은 성공해서 미래를 열지만, 그것을 청산하려고 하는 정부나 정권은 반드시 실패한다. 왜냐하면 미래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소득 주도로 하는 성장 또한 실험의 대상이 될 수가 없다. 그것으로 성장을 일으켜 본 예가 없기 때문이다. 공무원 수를 늘려 일자리 만드는 나라치고 망하지 않는 나라가 있었던가. 이 모두 철저히 국민을 우롱하는 실험들이다. 前 정권이 정권을 우롱했다면, 지금 이 정권은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앞으로도 국민 우롱은 더 계속될 것이다. 그것이 아마추어 정권의 실체이다. 노 정부가 철부지 정권이듯이, 이 정부는 그야말로 풋내기 정권이라고 생각된다.

* 사외(社外)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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