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권자는 사람을 알아보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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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임명권자는 사람을 알아보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김년수(수필가 / 일선김씨 문충공파 종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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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년수(수필가 / 일선김씨 문충공파 종친회장)

 

‘인사만사’라는 말이 있다. 좋은 인재를 잘 뽑아서 적재적소에 배치, 그 능력을 잘 발휘하게 하면 모든 일을 잘 풀리고 순리대로 돌아가게 된다는 뜻이다. 이 말을 뒤집어보면 사람을 잘못 뽑았다가는 기존의 조직, 수행하는 업무, 대내외의 신뢰 관계 등 모든 것이 다 틀어져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적 의미 또한 있다고 하겠다.
지금 우리 사회는 갑질 논란과 내로남불로 계층 간 세대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자리에 앉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그 자리를 바르게 지키느냐가 문제다. 능력 있는 인재가 쓰임을 받지 못하는 조직풍토에서 혁신과 발전은 화중지병에 불과할 따름이다. 능력 있는 인재는 어쩌면 사회 곳곳에 숨어 있을지 모른다. 인재를 육성하는 것 이상으로 인재를 알아보고 발탁해서 사회에 이바지하게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조선 세종 조에 국가 위세를 떨치고 문화적 황금기를 누린 것은 그 당시 뛰어난 인재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면 과연 세종 치세에 맞춰 유난히 뛰어난 인재가 많이 태어났다는 말인가? 물론 상대적으로 볼 때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뛰어난 인재들을 조정으로 발탁하여 국사에 임하게 한 것은 바로 백락의 눈을 가진 세종이다. 세종실록을 보면 “총명하고 민첩한 자를 가리어, 전심으로 학업을 닦게 하여야 후일에 크게 쓰이게 될 것이다.”라고 지시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것만 보더라도 세종이 인재를 잘 키워 등용하는 데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잘 알 수 있다. 이런 세종이기에 한글을 창제하고 재위 32년 동안 국운 융성과 태평성대를 구가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본다.
주나라 때 일이다. 어느 날 백락(伯樂)에게 말 장수가 찾아와 자기 말을 좀 감정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말을 팔려고 시장에 내놓아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으니 한번 봐 달라고 사정을 하는 것이었다. 그 부탁이 너무도 간절하기에 백락은 말 장수와 함께 마장에 가서 그 말을 보았다. 뜻밖에도 말 장수가 자랑할 만한 훌륭한 말이었다. 백락은 자기도 모르게 경탄하는 눈빛으로 다리와 허리, 엉덩이와 목덜미, 그리고 눈동자와 털의 색깔 등을 찬찬히 살펴보다가 아깝다는 표정을 지은 채 그 자리를 떠났다. 당대 최고의 말 감별사의 이런 모습을 지켜본 사람들이 앞다투어 이 말을 서로 사려고 하는 바람에 그 말값은 순식간에 열 배나 껑충 뛰었다. 이 준마는 백락이 있었기에 그 진가가 나타난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백락이 한 번 돌아만 봐도 말의 가치가 올라간다는 ‘백락일고(伯樂一顧)’의 고사이다. 원래 백락은 전설에 나오는 천마를 주관하는 별자리를 말하는데, 춘추시대 손양은 명마를 가려내는 안목이 가히 신의 경지에 도달하여 사람들은 그를 존중하여 백락이라고 불렀다. 이런 에피소드 일화도 있다. 초나라 왕의 명을 받고 좋은 말을 구하러 나선 백락이 어느 길에서 소금 장수의 마차와 마주쳤다. 소금 마차를 끌던 말은 비쩍 마르고 볼품없이 생겨 일견 쓸모없어 보였지만 백락은 단번에 그 말이 준마임을 알아챘다. 불세출의 천리마로 태어나 천지를 호령하는 왕을 태우고 온 세상을 달려야 할 말이 제대로 먹지도 못해 비쩍 마른 채 소금 수레나 끌고 있는 모습을 보자 백락은 절로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자신이 입고 있던 베옷을 벗어 말의 등에 덮어 주었는데, 그 말은 백락이 자신을 알아주는 데 감격하여 하늘을 향하여 길고 우렁차게 울었다고 한다.
이렇게 백락처럼 준마를 알아보는 뛰어난 안목은 적시에 인재를 찾아내어 등용하는 능력으로 비유되곤 한다. 하루에 천 리를 달릴 수 있는 적토마도 이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어야만 그 능력이 발휘될 수 있듯이 지혜로운 신하도 이를 알아보고 등용하는 현명한 군주가 있어야만 그 재능이 발휘될 수 있다는 뜻이다. 흔히들 “항우는 백락을 얻지 못해 패했고, 유방은 백락의 도움으로 천하를 얻었다.”라고 말한다. 이는 항우가 여러모로 유방보다 능력이 뛰어나지만, 인재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지만, 유방은 자신의 역량은 쳐지지만, 백락같이 인재를 정확히 식별하는 안목이 있었음을 말한다. 사실 책사 제갈량도 유비가 삼고초려 끝에 발탁했기에 그 지모를 제대로 발휘할 수 있었다.
당나라의 문장가 한유는 잡설(雜說)이란 글에서 “세상에는 백락이 있고 그러고 나서 천리마가 있는 것이다. 천리마는 항상 있지만 백락은 항상 있는 것이 아니다. 천 리를 달리는 명마라 해도 백락이 없으면 평생 조랑말 취급을 받으며 혹사당하거나 마구간에서 하찮은 말들처럼 그냥 죽어간다.”라고 했다. 임명권자가 사람을 알아보는 눈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아무리 훌륭한 인재라 해도 그 능력을 펴보지도 못하고 사라지게 마련이다. 그렇다. 어느 조직이건 흙 속에 묻혀있는 보석 같은 인재를 찾아내어 그 지혜를 활용하도록 하는 것은 리더가 갖춰야 할 최고의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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