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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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

김년수(수필가/일선김씨 문충공파 종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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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년수(수필가/일선김씨 문충공파 종친회장)

 

어느 날 공자가 제자들과 산을 넘어가는데 여인의 슬픈 울음소리가 들려 그 연유를 물어보니 여인이 답하기를 “호랑이가 시아버지를 죽였고, 남편을 잡아먹었으며, 아들마저 죽음으로 몰아가 슬프게 우는 것”이라고 답했다. 공자는 “그렇게 무서운 호랑이가 사는 이곳을 왜? 떠나지 않느냐”고 되묻자 여인은 “이곳은 가혹한 정치가 없는 곳이라 떠나지 않는 것”이라고 답했다. 공자는 제자들에게 “잘 새겨 담아라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라고 가르침을 설파했다.
그렇다.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것이다.’ 국민이 나라를 사랑할 때에는 나라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이 사람을 믿지 못하면 그 나라는 존재하지 못한다. 출장입상(出將入相)이란 말이 있다. 나라를 사랑하고 백성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정치인은 전장에 나가서는 장수가 되어 나라와 백성을 지키고, 돌아와서는 재상이 되어 백성이 편히 살도록 정치를 펼친다. 이처럼 “백성의 절망을 극복하는 자연적 근본이 되는 것이 정치이다.” 그 정치가 권력으로 둔갑하여 백성을 가혹하게 매질하면, 백성은 갈 곳이 없어 정치를 피해 숨어버린다. 백성이 없는 정치는 필요가 없다는 교훈이다.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자연적으로 우러나오는 사랑이어서 가장 근본이 되는 도덕적 철학이다. “인간의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 부모의 자식 사랑이고 자식은 그 고마움을 알고 효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욕망의 눈이 먼 부모는 자식을 학대하고 모질게 대한다. 이런 부모의 대표적 인물은 자식의 고기로 만든 국을 거리낌 없이 먹은 ‘악양’이란 인물을 꼽고 있다.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는 “부모가 자식의 고기를 못 먹을 리 없다”고 일갈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악양’ 같이 권력을 위해 권력에 빌붙어서 가족조차 사랑하지 않는 인간은 구제할 가치가 없다는 교훈으로 후세사람들이 ‘악양’의 만행을 교훈으로 삼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정치를 하는 사람의 자식은 국민들이다.” 그런 국민들을 핍박하고 이용하며, 못살게 하는 정치를 펴는 정치인은 ‘악양’과 다를 바 없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정치를 하겠다는 인간들이 자식인 국민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고 있는 형국을 만들고 있다. 어찌 말로만 국민들을 위한 정치를 편다고 하는가 국민들은 죽거나 말거나 오로지 권력만을 손에 쥐려고 안달이 났다. 이들이 국민을 대표한다고 국회의원이 되어 정치판으로 올라가면 태도가 돌변해 작은 기초, 광역 정치인들을 종 부리려 하면서 온갖 악행을 저지른다.
이때부터 이들은 권력의 하수인이 되어 국민은 나몰라하고 오로지 권력 유지에 몰두하면서 국민을 위한 일이라는 명목을 앞세워 가혹한 정치를 하는 인간으로 돌변한다. 그때부터 대다수 국민은 그들의 손으로 뽑은 정치인으로 인해 아무런 희망도 없는 외롭고 비참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내 손으로 뽑아준 정치인들인데 후회해도 아무 소용없는 일이다. 내 발등 내가 찌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명심해야 한다. 앞으로는 작은 마을 국민들부터 국민을 자식처럼 위하는 마음가짐을 겸비한 출장입상(出將入相)의 정치인을 뽑으면 가혹한 정치로부터 숨지 않아도 될 것이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은 왜 모두 말년이 좋지 않을까. 진영이 다른 원수 같은 사이에서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든, 평화적 정권교체가 이뤄진 경우든, 여지없이 전임 대통령들은 고초를 겪어야 했다. 우리의 아픈 현실이다. 외교가 대통령의 국정 추진에 치명적 함정이 될 수 있는데도 역대 대통령은 이를 피하지 못하고 좌절을 반복하곤 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한보 사건’에 차남 김현철이 연루되어 구속되면서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고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일방적 사랑으로 끝났고, 노무현 대통령도 도덕적 잣대는 보수정치보다 훨씬 엄격했기에 친인척 관리 실패에 대한 질책은 더 따가왔다. 노사모와 같은 열정적 소수의 생각으로 다수를 설득하고 소통하려다 한계를 보였다. 본인 스스로도 “대통령이 되기 위한 준비도 부족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 전승절에 시진핑과 열병식에 참여했다가 한미관계 손상을 불러왔다. 이를 만회하려다 사드 사태로 중국에서조차 보복을 당했다. 이런 우울한 관행이 대통령 자신은 물론 ‘주변’ 때문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대통령이 ‘법이 정한 것 이상의 특권’을 누린다는 그릇된 오해와 이에 따른 남용이 그런 결과를 초래해 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인 정권은 상대를 동반자 혹은 경쟁자로 생각하기 보다는 오히려 약화시키거나 없애야 할 적에 가까운 대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패거리 정치가 심각한 수준이다. 공적인 일에 있어서도 자기 패거리 내부와 외부에 적용하는 규칙이 다르다. 결국 대통령은 대권을 쥔 채 점차 현실에서 멀어지고 주변은 이런 대통령에게 거슬리는 말을 하지 않게 된다. 대통령의 제왕적 전횡과 독선을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으로 대통령제를 3권 분립의 원칙에 근거해 서로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하는 것이라고 한다. 특히 검찰이나 국가정보원 국세청 경찰 등 중요 권력기관 수장을 임명할 때는 국회 인준이 받도록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시민사회와 야당과의 소통강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보다 거시적이고 근본적인 정치개혁을 고민해야 한다.

* 사외(社外)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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