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청수
귀 열고도 듣지 못하는 말
천년의 시간 품은 팽 나무의 굽은 허리를
나는 느리게 감싸 안았다
용트림과 인고의 세월 앞에
경봉선사는 어디 가시고
아픈 역사의 상처와 기억, 저 노인네와 함께 했을까
부드러운 바람이 볼을 쓰다듬는 날
나무 그늘 아래 휘어진 이야기 듣다
마음이 붉은 수박을 먹는다
단내 맡고 달려드는 파리 떼 보살
날았다, 앉았다
삶이란 저렇게 단맛에 흠뻑 젖는 것
바람이 염불소리를 타고
팽나무 가지를 돌아 나올 때
한 곳에 머물 수 없는 운명
물까치전설을 물고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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