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신종코로나바이러스, 봄은 오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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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신종코로나바이러스, 봄은 오고 있는가

손성빈 <고령군보건소, 공중보건의사>

2020년, 새해의 시작은 뜻하지 않은 복병과 함께 찾아왔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새로운 다짐을 각오하려던 그 시기에, 귀한 얼굴 보여주랴 가족과 함께 담소를 나누려던 설 명절 그 시기에, 한껏 부푼 마음 안고 친구들과 신년회를 약속하려던 그 시기에,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나라는 신종 감염병의 두려움에 휩싸여있다. 이 질병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확진자 28,346명과 사망자 565명, 대한민국은 확진자 23명, 검사결과를 대기하며 격리 중인 환자 169명1)에 달하는 수많은 환자를 배출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2019-nCoV) 감염증이다. 설상가상(雪上加霜) 17번 확진자가 이동 경로 조사결과에서 동대구역·수성구·북구 등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져 대구 시민과 경북 도민의 ‘혹시나’하는 근심의 깊이는 차마 헤아릴 수도 없다.


매해 겨울부터 봄까지 유행하는 단순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 중 하나인 코로나바이러스는 2003년 변종이 등장하면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스)라는 신종 감염병이 세계보건기구(WHO)에 등재되었다. 뒤이어 2012년에 낙타에 감염되어있던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이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키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로 세계를 다시금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2019년 12월 중국에서 또 한 번 새로운 변종의 등장으로 일명 ‘우한 폐렴’이라 불렀던 질병이 발생하였다.


현재 아비규환(阿鼻叫喚)일 우한 시 병원의 의료진과 여러 기관의 협업으로 신종 폐렴 확진자 99명의 특징을 다룬 논문2)이 지난 1월 30일에 게재되었다. 주요 증상으로 발열(83%), 기침(82%), 호흡곤란(31%), 전신 근육통(11%), 혼란(9%), 두통(8%), 인후통(5%), 콧물(4%), 흉통(2%), 설사(2%), 오심/구토(1%) 등이 있었다고 한다. 경중에 차이가 있겠지만, 이는 심한 몸살감기나 다른 원인에 의한 폐렴에서도 흔히 보일 수 있는 증상이므로 문진만으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을 정확히 감별하기 어려울 것이 예상된다. 그렇기에 의심환자에게 현재 사용되는 신종 감염의 확진법은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직접 검출하는 실시간 유전자 증폭법(real-time PCR)이다.


모든 감염병이 그러하듯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역시 이환 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미국 질병관리본부는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의 감염증인 사스와 메르스 사태를 비추어보아 신종코로나바이러스도 ‘직접 접촉’과 ‘비말 감염’이 주된 전파 방식일 것이라 조심스럽게 추측하였다. ‘직접 접촉’이란 악수나 포옹 등의 일상생활에서 밀접한 접촉을 통해 전파되는 방식이고, ‘비말 감염’이란 기침이나 재채기 시 분출되는 작은 물방울 형태의 비말을 통해 전파되는 방식을 말한다.


비말 감염은 치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파란색 마스크인 ‘일회용 덴탈 마스크(dental mask)’로 예방이 가능하고, 심지어 미국 질병관리본부는 의료기관에 종사하지 않는 일반인의 경우 주위에 기침 등의 호흡기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없다면 마스크의 사용을 권장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기침 등의 호흡기 증상을 보이는 환자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권고한다. 손 위생은 정확한 방법으로 시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에서 배포하고 있는 포스터나 안내문에 연거푸 등장하는 “30초 이상 흐르는 물에 비누를 이용한 6단계 손 씻기”를 정확히 숙지하고 시행할 것을 권장한다. 물과 비누를 이용한 손 씻기가 여의치 않다면 알코올이 60% 이상 함유된 손 세정제 사용이 권장되고, 씻지 않은 손으로 눈·코·입을 자주 만지지 않을 것을 당부한다.


예방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확진자나 의심환자로부터 전파의 방지이다. 기침하기 전에 휴지나 소매로 코와 입을 가리는 기침 예절은 상시 강조되는 사항이다. 덧붙여, 해외를 방문한 경우 반드시 방문한 나라와 일자를 의료진에게 정확히 알려주어야 하며, 해외 방문 후 증상이 발생하거나 해외를 다녀온 사람과 접촉한 후 증상이 발생하면 1339나 보건소로 반드시 신고하여야 한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 하였던가? 안타깝지만 현대 의학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를 대비한 백신이나 정확한 치료법 등 완전무장 태세를 갖춘 상황이 아니다. 이런 시기일수록 개인 위생수칙과 전파 방지수칙을 철저히 준수하여 혹독한 시련과도 같은 이번 겨울을 극복해야 할 것이다. 깊어져 가는 고령군의 밤을 밝히는 등대 마냥 우두커니 서 있는 보건소와 오늘 밤을 지새우는 당직자가 바라는 것은 모든 고령군민의 안녕이다.

1) 질병관리본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 발생동향, 2020년 2월 6일 09시 기준
2) “Epidemiological and clinical characteristics of 99 cases of 2019 novel coronavirus pneumonia in Wuhan, China: a descriptive study”, Nanshan Chen et al., Jan 30, 2020, The Lanc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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