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북핵 사태와 국민의식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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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한반도 북핵 사태와 국민의식의 현주소

 

김  년  수 


세계 최고 위험의 핵전쟁 발발 초점으로 부각된 것이 2018년 봄인데 해를 넘긴 지금도 변함이 없다. 설상가상으로 금번 핵위기는 그 중심점이 한반도의 핵판도라 상자라니 참으로 두렵고도 비통한 현실이다. 휴전협정 이후 반세기 이상 지상 해상 휴전선 일대의 적과 대치해 온 우리의 병력과 화기 그리고 철책 및 장애물이 일방적으로 적에게 절대 유리하도록 감축, 철수, 후진, 철거되고 대소부대의 정보작전과 훈련연습까지 중단시킨 이상한 평화 조치는 상호 약속 불이행시 예방책이나 평화 유린시의 대응 회복조치가 전무한 체로 살얼음판을 맨발과 맨손으로 눈과 귀를 막고서 걷는 것과 다름없는 무장해제 사태를 자초하고서 2019년 중반인 악몽의 6.25를 또 다시 맞게 되었다. 여전히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농후할 뿐인데도, 국민의 안보의식은 풀릴대로 풀려 국가안보 마비 중증환자나 다름없게 되었다.

 중국의 고사 4자성어에 갈이천정(渴而穿井)이란 말이 있다. 목말라서야 샘을 판다는 뜻이다.


노나라 임금 소공(昭公)이 제(齊)나라로 도망쳐 몸을 숨기고 있을 때 제나라 임금 경공(景公)이 소공에게 “당신이 어찌하다 하루아침에 권좌를 잃고 꽁지 빠진 새처럼 불쌍한 신세가 되었는지 궁금하군요” 하고 물었다. 그때 소공은 “지난 날 용상에 앉아 천하를 호령할 때 바른 소리 해대는 충신은 목을 쳐 죽이든가 아니면 멀리 유배를 시키고, 내 앞에 살살 거리며 단물 빨아 입에 넣어주는 간신과 소인배들에게는 온갖 부귀영화를 누리도록 해 주었습니다. 그렇지만 나에게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이제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정치다운 정치를 바로 해 볼 겁니다.” 제나라 임금 경공은 소공을 돕고자 했으나 안자(晏子)는 소공이 어릴 때부터 그런 못된 습관이 몸에 밴 것이라면서 반대했다. 물에 빠지고 나서야 수로를 찾고, 길을 잃고 나서야 길을 묻는 것은, 전쟁이 터지고 나서야 무기를 만들고, 음식을 먹다가 목이 메고 나서야 물을 얻기 위해 급히 우물을 파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는 것이다.

북한이 핵무장을 한지 10년이 지났음에도 아직 대응책조차 마련하지 않고서 허송세월하다 이제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보니, 자체 핵 개발, 주한미군 전술핵 재배치, 북핵은 통일되면 한민족 자산, 주한미군 철수로 북핵 위협 회피.....등 온갖 중구난방의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처방의 공론만 벌리면서 허송세월 했지만, 어느 하나도 실현가능한 북한의 비핵화 대책은 아니었다.

 설상가상으로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군사동맹이고 혈맹이던 미국이 최근에 와서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 한국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다. 장사꾼 출신 대통령 트럼프가 큰소리로 자신하던 북핵 폐기 원칙인 CVID(완전하고 검정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북핵해체)가 FFID(최종적으로, 완전하게, 검증가능한, 비핵화)“로 변조되면서 북한이 주장하는 ”조선반도비핵화“에 호응하여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애매모호한 말로 얼버무리고는 북미관계정상화와 종전선언, 평화협정체결, 심지어는 주한미군철수 가능성 까지 시사한 미국국익우선주의룰 노골화하고 있는 충격적 변화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렇지만 우리도 이제 눈을 활짝 열고 우물의 덕을 배울 필요가 있다. 똥줄이 땅기고, 목줄을 쪼는 죽음이 임박하여 우물을 파 물을 구하려 할 것이 아니라, 목마른 자가 언제 찾아올지라도 항상 자신을 끊임없이 맑고 시원하게 만들어 놓고, 나보다는 남에게 먼저 퍼주는 우물의 의리를 베풀어야 할 것이다.

* 사외(社外)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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