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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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간은 멈춤 없고 세월은 고장 없네.
아~지난 옛 시절 초근목피로 연명하고 배고파하던 그때 호롱불 밑 베틀에서 한올한올 짜서 무명삼배 바지저고리 물들여 만들어주신 잊지 못할 부모님. 지금 어디에 계시는가? 불효한 눈물이 앞을 가리네.
검정고무신 아껴 신던 그때 어김없이 찾아오는 고달픈 보릿고개. 비가림옷 도룡과 무거운 삿갓 고불고불 논두렁에 소 힘으로 논갈이 쓰레한 논 한모퉁이에 석자세치 벼묘판에 손으로 묘 뽑고 지개로 묘춤 옮겨 구성지게 여기저기서 끊임없이 들려오는 풍년염원 모심기 노래소리.
그때 발목에선 불청객 거머리의 비밀 헌혈 강제탈취에 놀라는 농심. 추수 때면 허리 굽혀 낫으로 벼 베어 손으로 한단한단 묶어 지개와 리어카로 온종일 운반하여 밤새워 탈곡해서 마당 가운데 갈구리와 벼자루로 모여진 곡식무더기에 흐뭇한 표정.
사랑방에 장치해놓은 가마니틀로 만들어진 볏짚가마니에 담은 몇 개의 양으로 어렵게 일 년을 살아온 지난날들. 서당에서 하늘 天, 온 平, 잇기 也, 동몽선습 명심보감 삼강오륜 인간의 됨됨이와 학문의 기초를 여는 유교정신의 학습소리가 지금도 귓전에 쟁쟁하네.
학구별 지역초등학교 가을운동회는 지역민의 큰잔치. 아침 일찍부터 일몰시까지 축제장에 5백여 명 주민의 함성과 동(洞) 대항 경기의 응원모습이 영화필름처럼 스쳐가네. 이 모든 것이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마을마다 빈집과 6백여 명이 뛰놀던 텅 빈 시골학교는 곳곳마다 폐교가 되었고, 울퉁불퉁 자갈길 신장로는 시원한 포장길로 변모되었으며 넓은들 곧은 두렁 확트인 농로에 힘찬 대형 기계소리 진동하네.
지상낙원의 광명을 우리 모두의 선조님은 대단히 기뻐하실 것이다. 코흘리개 소년들이 호호백발 주름살이 어울리는 인생종착역이 가까워지고 있다. 내고향 학동의 명물인 장수의 상징 학은 긴 다리와 날개, 목을 만날 때마다 자랑하네. 잊지 않고 우리는 손사래로 반겨주고 오늘도 어김없이 산행에서 또 만나네. 공기 맑고 전망 좋은 학림산악 등산로를 끊임없이 노후건강 보존하세.

 

이 성 기
쌍림면 노인회장, 학림산악회

 

* 사외(社外)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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