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곳으로 임하는 계곡의 정신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피니언

낮은 곳으로 임하는 계곡의 정신

                          김 년 수

가뭄이 들어 세상이 모두 타들어가도 마르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계곡이다.
계곡은 세상의 모든 것이 말라도, 마르지 않는 정신을 갖고 있다. 가장 낮은 곳에 있기 때문이다.


낮은 곳으로 임하는 계곡의 정신이야말로 가장 강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지닌 원천이다. 이 계곡의 정신을 노자는 도덕경에서 곡신(谷神) 이라고 한다. 곡신의 의미는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강하고 딱딱한 모습보다는 부드럽고 유연한 모습이 중요하며, 곡신이 담고 있는 다양한 의미이다. 도덕경은 부드럽고 겸손한 것이 강하고 교만한 것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계곡의 정신은 마르지 않는다. 노자가 꿈꾸었던 위대함은 근엄하고, 군림하고, 강압적인 존재가 아니라 부드럽고, 낮추는 따뜻한 계곡의 정신이었다.


센 것이 오래 가고 경쟁력 있을 것이란 잘못된 생각이 팽배하고 있는 요즘, 부드러움과 낮춤의 계곡 정신이 어떤 시절보다 돋보이는 시대이다. 우뚝 선 산의 모습도 아름답지만, 자기를 낮추고 있는 계곡의 아름다움도 결코 이에 못지않다.


조화로운 인간관계란 주는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 받고자 하는 마음이 앞서면 상대는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다. 마음의 문을 열기는커녕 경계하는 마음이 된다.


주는 마음은 열린 마음이다. 나만을 고집하지 않고 남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열린 마음이다. 자신을 낮추고 상대의 말을 들어주고 상대의 마음을 받아 주는 마음, 그 마음이 열린 마음이다. 무엇인가를 애써 주려고 하지 않아도 마음이 열려있으면 그 마음만으로도 모든 게 풍족하다.


그냥 열린 마음으로 존재하라. 열린 마음이면 그냥 있어도 그건 주는 마음이다. 나를 낮추는 마음은 열린 마음의 시작이다.


나를 낮추고 또 낮추고 비우고 또 비워서 저 대지와 같은 마음이 되면 그 마음엔 더 이상 나와 남을 분별하는 마음의 울타리가 없다. 벽도 없고 담장도 없다. 어떠한 분별하는 마음도 없다. 넓은 대지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꽃들이 다투어 피고 뭇 짐승들이 와서 머물다가 떠나간다. 그러나 대지와 그 대지위의 모든 생물과 무생물 간에는 아무런 시비도 없다. 분별도  비교도 장벽도 없다. 모두가 거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주는 마음은 열린 마음이요, 열린 마음은 자유로운 마음이다. 마음의 울타리 안이 비좁으면 들어 설 자리도 좁다. 많이 쌓고 싶으면 마음의 울타리를 넓게 쳐라. 더 많이 무한대로 쌓고 싶으면 아예 마음의 울타리를 허물어버려라.


드넓은 대지나 허공에는 아무리 많은 양을 쌓아 놓아도 여전히 빈자리가 남는다. 열린 마음은 힘이 무한대로 세다. 아무것도 지킬 게 없으니 무엇과도 맞설 일이 없다. 맞서지 않으니 누구도 대적할 일이 없다. 무한대로 힘이 센  그 마음은 곧 허공과 같아 누가 감히 허공을 꺾겠다고 나설 자가 있겠는가!

 지혜로운 인간은 높이 오를수록 낮아져야 한다. 많이 가질수록 겸손해져야 한다. 진정 강해지려면, 어디에도 무엇에도 구속받지 않는 자유인이 되고자 하면, 마음을 활짝 열고 끝없이 자신을 낮추어라.

 저 광활한 대지가 어떤 것과도 자리다툼을 하지 않듯이 이 세상 모두가 나와 더불어 살고 아낌없이 나누기를 즐겨 할 것이다. 세상에 제 아무리 높은 것이라도 세우지 않은 것과 높이를 다툴 수는 없다.


그래서 낮은 것이 높은 것이고 열린 마음이 힘이 세다는 것이다. 손은 두 사람을 묶을 수도 있지만 서로를 밀어 낼 수도 있다. 손가락은 두 사람을 연결시키기도 하지만 접으면 주먹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어색하게 두 손을 내린 채로 서로를 붙잡지 못하고 있다.


지혜와  어리석음이 모두 손에 달려있다. 그런데 그 손을 움직이는 것은 마음이다. 준비되지 못한 내 마음 준비되지 못한 어리석은 내 손이 남을 손가락질 할 때마다 나머지 세 개의 손가락은 항상 자기 자신을 향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구독 후원 하기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