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가 권영세 줄지어 가던 작은 개미떼가 잠깐 소낙비를 피했다 가고 집으로 돌아가던 새들이 날개 접고 앉아 재잘거리다 간다. 오늘밤에도 아기별들이 내려와 펑퍼짐한 등에 올라타고 새벽녘까지 뛰고 뒹굴다 가겠지. 들판에 덩그러니 혼자 있어 쓸쓸할 것 같지만. 매일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시인 이길호 한 쌍의 원앙이되지 못하였어도너만을 사랑한다말하고 싶어라 옷깃을 스쳐간인연이라도너만을 바라보는꽃이고 싶어라 작가 프로필DB(동부)화재 소장고령문인협회 낭송분과위원장왕릉복권방 운영
시인 김영식 가창 오리떼의 군무는석양 빛 찬란할 때요동치는 날갯짓이 더장관이다 호수나 늪지대에 앉고 뜨는 것이 하나같은데그 아름다움이횡홀난측이다 잠시 왔다가 떠나는철새의 위용이저렇게 경이로울 줄이야! 가고 없는 텅 빈 늪은빈 배같이 쓸쓸하다
곽도경(시인) 어떤 봄 골짝을 타고 허리에 허리를 붙잡고참꽃 열차가 도착했네요 봄을 도둑맞은 사람들아우성 속에서도냇가 버드나무들 연두를 키우고 앞마당 우체통 속에는푸르스름한 박새 알 일곱 개제 집 인양 뻔뻔하게 앉아 있어요 마스크를 하고손 소독제를 바르고우체국 앞에 줄을 서야겠네요 여기는 봄 역내리실 손님은 오른쪽 문을이용해 주세요
시인 박종대 웬수같은 인간!철천지 웬수처럼 여기던 그 시절이 있었지요밤낮없이 퍼마시는 술애도 참 많이 먹였지요 눈물도 많이 흘렸습니다 20대 월남전에서 베트콩과 생사를 넘나들던 얘기는 듣기 싫도록 들었습니다 그때는 무슨 얘긴지도 미운 마음에 아무것도 몰랐지요그 소리가 지금 모두 그리움으로 가슴속을 파고듭니다술 취해 비틀거리며 들어와 잠자며 코고는 소리도 이잰그립습니다 나라가 가난하던 60년대 월남참전의 자부심은 죽을 때까지 가지고 있었습니다참전 노병들의 명예회복이 무었인지 그렇게도 외치다가떠났습니다 한...
시인 수필가 여명 ‘찔레꽃 향기는너무 슬퍼요.그래서 울었지. 목 놓아 울었지.’ 장사익의 목젖 바이브레이션 따라도포지락 소매 끝동이 파르르 떤다 ‘사랑한다는 말은가시덤불 속에 핀하얀 찔레꽃의한숨 같은 것’ 이해인 수녀의(사랑한다는 말은) 그,낭송이 끝나는 싯구 끝가지께로 벌새 한 쌍이사뿐히 날아든다 * 2022 대가야체험축제 시화전 출품작 작가 프로필 한국문인협회 고령지부 회장 역임(3,4대)국제펜 한국본부대구지역위원회 부회장제26대 한국문협진흥재단설립위원회 위원 역임한국현대시인협회 이...
우상혁(시인) 짧은 인생저토록 소리 없이화려하게 불타오르다재 한 점 남기지 않고스르르 눈감는 이토록눈부시고 아름답게생을 마감하는 것은 아마이 세상에서노을밖에 없을 거다 * 2022 대가야체험축제 시화전 출품작
이 종 갑(시인·시조시인) 강가에서 달빛을어루만지는강물은 말이 없고 바람은가슴에서갈 곳조차 방황인데 애수는강가에 앉아한 근황이 그립다
곽도경(시인) 학 유 실 함부로사랑이라 말하지 마라 살아 천년 사랑하다죽어 천년 사랑하고다시 살아 날아오른한 쌍의 학 서로마주 보는 것만으로 잉태를 하고정수리 붉은 세 살배기 키웠다는 신비한 전설무량 무량 피어오르는 안개 위에 적는다 사랑한다면 이쯤은 돼야지바람이 읽고 지나간다 * 학유실 : 경북 성주군 가천면 중산리 창천교 아래 경치가 수려해 학이 살았다는 전설이 있는 천(川)
叡松이용수(시인 예비역 육군 소장) 행복이라 행복이란 무엇인지나에게 묻지 마라. 찬바람 부는 이른 봄날에높은 나뭇가지 위로오르락 내리락 힘들어도정답게 열심히보금자리 만드는암수 두 마리까치들 바라보아라.
동트기 전새벽 안갯속을 걸어내 생의 중심에 선다 시간은 바람처럼나를 스친다 수줍은 얼굴로 펼쳐진 햇살이 나를 향해 비추고어쩌면천당과 지옥의 경계처럼 펼쳐진수평선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오늘 내가살아있는 영역에 있음을느낀다 작가 프로필DB(동부)화재 소장왕릉복권방 운영
시인·소설가 서상조 들풀을 키운 연유-대가야의 기운은 산야에 남아 마주한 바위에 피가 돌아천년 사랑을 나눈들뉘 있어 그 사연 온전히 전하리오 맹문 없는 사가(史家)의 책갈피는 접어라빛나던 금관이 바람에 부스러져허공에 흩어진다 할지라도눈 감고 볼 수 있는 현자가 있다면그 가슴에 금관은 다시 일어서리라 기개는 빛을 휘당겨 태양을 잡고영광은 송화처럼 뜰마다 내렸지마는마지막 일성에 방울 눈물이야구름을 일구고 뚝 뚝 슬픔을 내려백성처럼 어여삐 들풀을 키웠나니 하얀 제비꽃이 피거든 가슴으로 보아라긴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