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금선(동시인 / 스토리텔링 동화 연구가) 비닐 대신 시장바구니로장을 보시는 엄마도세재 대신 밀가루 풀어설거지하는 아줌마도 뱅글뱅글 이리저리 다녀도벗겨지지 않는 비닐 목에 건 돌고래가 야금야금 먹었던 플라스틱배 속에 쌓여 죽어가는 동물들이 생길까 봐 하는작지만 위대한 노력들 말하지 않고표정도 없는데알 수 있는 동물들의 슬픔 그 슬픔이 우리들의 슬픔으로 이사하지 못하도록 천년만년 친환경‘참 잘했어요’ 도장 꾸욱
진금숙(동시인/스토리텔링 동화연구가) 쾌락의 오물로 창조되어기어이 뚫고 나온 매립지 위꽃 한 송이 거친 줄기마다 피가 맺히고시커먼 토양과 함께 찢겨 나온 꽃잎들은오물의 양분을 빨아 먹고독하게 돋아 올랐다 꽃 입술이 열릴 때면썩은 향기로 날아올라코끝을 마비시키는 매력 추악한 벌레들이난잡하게 꽃으로파고들게 하는 견인력 거대한 꽃절정의 꽃이 시대의 걸작시체 꽃 한 송이가아름답게아름답게피었다
곽도경 시인 플러그를 뽑자 서울 신림동 어느 반지하폭우에 갇힌 가족들빠져나오지 못하고생을 마감했다는 뉴스 참담하다 자동차, 플라스틱, 비닐, 전자제품인간이 편하자고 만든 것들이부메랑 되어 재앙으로 돌아오는 병든 세상지구 어디쯤에 연고를 바르고 반창고를 붙여야다시 새살 돋고 치료될까 에어컨을 끄고 부채질을 하니허파 속으로 바람이 들어온다지구를 위해우리를 위해나는 지금 플러그를 뽑는다
정순분시인 바람이 시려파르르 경끼를 한다 햇살, 비, 바람살결 부비며 새잎 올리고 시간 여행 즐겼더니황혼에 물들었네! 금산재 내리막길 자동차 움직임 따라떼구르르 폴폴 후두둑정전기를 일으킨다 곤두박질 친 잎사귀젖은 몸 짓눌리고마른 몸 바스러진다 프로필한국문인협회 고령지부 회원
오해옥시인 사랑하고 싶다눈뜨는 아침도이글대는 정오도빛 따라해거름까지 그물에 얽힌 새우처럼바다 품속 파도에서파닥대고 싶다 노을 붉은 당신과약속하지 않아도그 자리그 틈바구니 변치 않는 건계획을 세우는 그 순간의 첫 감정 따개비와 바위에게 철썩 처얼썩순환하는 사랑 이야기듣는다 거센 파도가 쳐도찰싹 붙어살아가고 싶다 고령 쌍림면 출생, 〈문장〉 수필 2017,〈한국시학〉 시 신인상 등단, 통일부장관상(2017년 한민족통일협의회 백일장) 수상, 대구문인협회·문장작가회·죽순문학회·고령문협 회...
설화영(시인) 고개 들어 아스라이 낙동강을 바라보게 돌아보면 굽이진 세월 금산재 허리 따라 바람의 길은 회천을 가슴에 품어 가야의 혼으로 길을 열었네 머리 푼 역사의 오솔길 위에 삶터를 지난 수많은 영혼들은 슬픔의 칠성판 위에 숨을 죽이고 짝 잃은 쑥국새 처절히 울고 지친 나그네 자줏빛 노을이던가 청정한 새벽에 서린 기운 여기 대가야 산림 숲 정혈의 푸르름 무성한 잎새로 청아한 새소리 영원하여라
이길호(시인) 문득 어린 시절 생각에담벼락을 의지하며물구나무를 서 보았네 하늘 바다엔조각구름이 떠다니고나무들은 머릴 풀어바람결에 깃발처럼 흔들고 있네 세상을 거꾸로 보니시간도 되돌아가잊었던 풍경이 다시 보이네
김영식 (시인) 청춘은아침 햇살이다청초한 풀잎의 이슬이다 시냇가의 싱싱한 송사리떼의신선함이다 옛날 내가 잃어버린추억이다 번개처럼 번쩍천둥과 함께 사라진꿈이었다.
이 종 갑시인·시조시인 두껍게 옷을 입는 그런 날이 잦아졌다어두운 고샅길을 울며 가는 가랑잎들뒷산에 걸린 조각달 입술이 시퍼렇다 창앞에 잎 다 지운 라일락을 짚고 서면덧없이 흘러버린 한생이 휘감기고조용히 고요를 찢는 냇물소리 처연하다 목없는 수수대가 팔 내둘러 더듬는 밤바람이 시려운 듯 하나둘 불도 꺼지고멀리서 개짖는 소리 적막이 흔들린다 내다 버리고 싶은 무거운 이밤을하얀 저 떨림은 또 누구의 흔들림인가바람에 눈물을 짓는 별들이 수심차다.
한현정시인·소설가 마음에도 메아리가 있나 봐요. 미워!구름 뒤에 숨어서누군가에게 말했더니 나도 너 미워!씰룩씰룩 화난 목소리천둥처럼 되돌아옵니다. 마음에는 정말 메아리가 있나 봐요. 미안해~~봄바람에게아주 조그맣게 속삭였는데도 나도 미안해~~햇살처럼 웃는 얼굴되돌아오니 말이에요.
어디로 흘러가나마음이 울쩍하다가을을 타는 건가 황혼길 문턱에서가을바람에 나뒹구는가로수 낙엽이나를 더욱 슬프게 하네 젊은 시절한 때 품었던 꿈여기까지 오고 보니 추억만이 허공으로 사라지네 혼자 울면서 왔다가여럿 울리고 가는 인생가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시인 정효영 윤리도덕 뼈에 사무치도록 살아오신 아버지구순을 바라보는 힘에 부친 육신기력도 가풍도 감당할 수 없어하루하루가 허무한 나날 조상도 뿌리도 송두리째 흔들어버린 시대이대로는 조상님 뵈올 면목 없어절망을 끌어안고 야위어 가는 풍속 앞에죄인인양 하늘 향해 한 숨 쉬는 나날 삼강오륜 무색하고 장유유서 실종되고 스승도 어른도 상실되고 견공이 상좌시대.세월이 왜 이럴까 허망한 마음으로변방의 노인네는 말하고 싶다 동방의 백의민족너나나나 한 핏줄후손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