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 청 수 공벌레 한 마리빌딩 길모퉁이 앉아 먹이를이리저리 굴린다 잠시 바람이 쉬어갈 뿐 파지에 가려진 손수레공처럼 비틀비틀길을 피해 걸어간다 몸집보다몇 배나 큰 먹이를 굴리며사막을 걸어간다
文筆家 万 折 어른들이 하늘을 보고 있다 한 어른이 달이 간다고 하니 다른 어른은 아니지, 구름이 가는 거야······ 왜 서로 맞는다고만 하며 싸우는지 어른들은 참 이상해, 그지?
봄 春江 이 종 갑 언제쯤 오셨는지 봄은 이미 저기 있고눈자위 붉은 매화 주먹 쥔 산수유도아직은 찬바람인데 벙글어 터진 가슴 복수초 아장거려 진달래 붉어졌나달보다 훤한 목련 눈시울 저린 벗꽃다투어 피는 꽃들이 무지개로 걸리었다 개나리 기상나팔 풀꽃마저 잠을 깨워청보리 너울춤에 민들레 터진 배꼽복사꽃 붉은 가슴에 달빛이 시를 쓰고 봄이 걸린 언덕에는 꽃구름이 뭉개 뭉개실버들 머리 감는 물그림자 그늘에서 마음에 색동옷 입혀 그 먼 봄을 헐고 있다.
시인·소설가 서상조 ‘너는 무엇으로 살 것이냐?’ 봄꽃이 던진 화두가 가슴에 들어와 앉는다 나의 열정은 연약해 샛바람에 삭아지고,머뭇거린 일상들이지난온 발자국처럼 희미하다 꽃처럼,마주한 그 누구의 영혼 속에화사한 느낌 하나 건넬 수 없을까? 어리석음을 느끼는 순간에도 봄은 나를 멀거니 바라보며낙화에 얹혀 떠나가고 있다
시인 김청수 봄날은 푸른 구름이라고 불러야 하나바람 건너오는 매화 향기에 취해눈부신 분홍치마 자락을 보느라, 뒷산에 올라 숲과 돌의 가슴속에발가락을 담갔다가 먼 산 너머 보네 도시는 전쟁의 폐허, 침묵하는 식당들숨어서 노리는 코로나19카톡, 카톡, 아가씨가 친절하게어제도 왔고 오늘도 오네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가하룻밤 사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네 감기약처럼 몽롱한 31번 확진자고양이처럼 발자국을 찍고 다닌 말씀 따라 봄꽃들 화르르화르르세균으로 마른기침으로 번져고통 받는 이들에게 약이 되지 못하는 ...
홍쌍리를 가다 섬진강 굽이굽이 물안개로 걸린 매화홍쌍리 산중턱엔 꽃구름이 둥실 댄다꽃내음 우거진 길을 삐뚤삐뚤 걷다보면 밤새며 꿈을 그리던 파란 꿈은 어디가고껍질만 남은 생각 풍경처럼 흔들린다.강물은 도란거리며 해 뜨는 곳을 가는데 그대는 어느 곳에서 경전을 읽고 있나죽순처럼 돋아나는 주체 못할 그리움에나 오늘 무릎을 꿇고 노을처럼 붉겠노라 아~ 늑대가 몰려온다 발길을 돌려야지그리운 마음에는 연기만 피어오르고바람을 기댄 매화는 눈시울이 저리다.
봄은 오고 있는가 시인 김영식 계절은 어김없이 매화를 꽃 피우고철새들은 입춘대길을 노래하니대가천 천변에는 오리 떼 노닐어대가야의 봄은 고분군 능선에서 졸고 있다 때는 바야흐로운세는 자연으로 돌아와야 하거늘쥐구멍의 쥐새끼들은머리를 내밀어 사방을 살피며천적을 경계하고 기회를 엿보는데 다급한 이리 떼들은 앞을 가면서도고개를 자꾸 뒤 돌아보는 것은의심 많아 내숭을 떨지만음흉한 야성은 숨길 수 없구나 대망의 꿈을 안고 금의환향한봉황은 벽오동 가지가 없어만어가 되어 바다로 가버렸네 반도의 삼국지는 다...
얼음의 눈물 시인 이용수 얼음이 웁니다. 해동이 되니계곡의 얼음들이눈물을 흘립니다. 이제 죽어물이 된다고얼음들이 웁니다. 본시의 물로되돌아감을모를 리 없건만은 이제 물이 되어 흘러가면이 계곡 다시 못 올세라 이별이 아쉬워하염없이 웁니다.
시인 김청수 입춘열차 매화나무 가지마다 물 흐르는 소리 들리고멍울이 아기 젖꼭지처럼 부풀었다 산기슭망개나무 덤불 속에서 어쩌다 마주친 고라니 눈망울이 한층 맑고 깊었다 산속 옹달샘에서 목 축일 때하룻밤 사이입춘의 달착지근한 물맛으로 변해 있고 고령 장날 소구래 국밥집에서막걸리로 목을 축이고집에 돌아오는 길에는겨울의 야윈 시간이피난민처럼입춘열차에 실려 가고 있었다
春江 이종갑 벌써 무심코 지나치던 길 아직은 2월인데... 찬바람 꺾어들고 어느새 매화가 부풀었다. 보는 이 그믐이라 고요속의 난풍은 그리움에 새가 울고 벌써 라는 마음에는 옛정의 달이 밝네.
우상혁(시인) 분수(噴水) 엎드려낮은 곳으로만겸손히 흐르는 것을 거부하고무슨 분노인가무한 공간을 향해하늘 높이치솟아 올라야만 하는 숙명' 형체조차 만들 수 없었던부드럽고 연약한 몸체얼마나 달구어지면강철처럼저토록 탄탄하고 강하게곧추세울 수 있는가 그의 시선은 오직 공중을 향할 뿐한 점 허공만 응시일직선으로 숨 가쁘게 솟구쳐 올라온전한 몸체로 직립절정의 순간을 기다려 지상으로 곤두박질포말로 산산이 부서지는 아픔홀로 견디면서 기어이 자신을 소멸시켜 완성하는저 애달픔
시인 이용수(예비역 육군 소장) 봄이 오나 봅니다.창 밖에 봄비가 나립니다. 지난날에 아쉽게 보내 버린 봄날이순환열차처럼 돌아서다시 오나 봅니다. 푸시킨이 노래했던가요,“지나가 버린 것은 모두가그리운 것이 된다”고 어려웠던 지난날의 그리움이봄이 오는 기쁨보다앞을 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