春江 이 종 갑 아~ 가을이다 구리빛 잠자리가 일기장을 넘기던날대머리 매미할배 흐느낌도 잦아지고어느새 소슬바람이 내 곁에서 산들산들 여름은 뒷짐 지고 아쉬운 듯 째려보고들판엔 울근불근 알알이 여무는데들국화 가풀막에서 공연준비 한창이다 담밑에 귀뚜라미 굿판 벌린 저녁이면냇물소리 속삭이듯 가슴이 설레는데타락한 달빛을 따라 왜이리 애잔한가 부엉이는 어쩌자고 이밤을 울리는지코스모스 길을 따라 소주잔을 기울이며갈잎의 시 읊는 소리에 너를 찾는 밤이다.
이 용 수 시인, 예비역 육군 소장 휴대폰 꼭 묻는다, “거기 어디세요?”술집에 있을 때도, 화장실에 있을 때도꼭 묻는다, “거기 어디세요?”하는 수 없이거짓말을 할 때가 있다. “여보, 거기 어디야?”“아파트 정문에 다 왔어요.”뒤돌아보니 저 멀리서늙은 아내가 노랑눈펭귄처럼뒤뚱두뚱 걸어오고 있다.아름다운 저녁놀빛 한 아름 안고서손을 들어 흔들며 서로 웃는다. 저승에 갈 때에도휴대폰 하나만은 꼭가지고 가야 하겠다.
春江 이 종 갑 여름밤 열대야가 사립열고 난동하는 시간이다마당에 멍석 깔아 모깃불 피워놓고하나 둘 별을 세면서 바람을 불러본다 원폭도 수폭도 아닌 찜통같이 무더운 밤 냇물소리 귀에 걸고 추억을 더듬으며두견이 애달픈 사연 그 사연을 읽노라면 뜨겁게 지고온 삶 덧없이 무너지고 노을진 언덕에서 회한에 젖노라면조용히 흐르는 땀이 내안의 울음 같아 풀벌레 잠이 들고 고요만 일렁이는데마음만 삼경 넘어 그 먼 봄에 돛을 달아실연한 달빛을 안고 뒤척이는 밤이다.
야화 시인 문성희 밤이 되면 수줍은 미소로그리움을 속삭이는 넌 달맞이꽃휘영청 달이 뜨면흐르는 구름 사이로 얼굴을 감추면난 심장이 멎습니다 잔잔한 은빛 물결 따라 잊혀진빛바랜 추억이 흘러갑니다 오늘 밤도 빌딩 숲 한 곳에서달을 품고 기다리는 여인고향의 따뜻한 향기 되어스치는 겨울바람에 옷깃을 여미는그대는 달맞이꽃
春江 이종갑 당신 잠에서 눈을 뜨면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소리똑!똑! 똑! 똑! 똑! 부엌에서 들려오는 도마 위의 칼질 소리새벽을 걸레질하며아침 밥상 준비하는 소리내 유년에는어머니가 그러했고지금은 그대 있어 그러하니아~따뜻한 온기가 풍긴다.못다 할 고마움이여그대 있어 날(日) 있으니나는 또 그대 마음 잡아야지.무엇에도 아니 묄쇠.
고엽제전우회 고령군지회장시인 박종대 유월이 되면월남전에 참전했던 전우들의 치열했던 정글의 함성과 절규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십대 젊은 꽃송이들은 부모님들이 겪었던 보릿고개를 뒤로하고 이억만리 월남 전쟁터로 조국건설을 외치면서 떠난 날이 오십육년이란 세월이 흐르고 있다 오천일백명이 전사하고 일만일천명이 팔다리가 떨어져 돌아오지 않았나그리고 정글의 고엽제를 맞고 돌아온 전우들은아직도 몸이 비틀어지고 수많은 병마와 싸우면서전쟁의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전쟁터로 떠나면서 조국 건설을 외치던 그 청춘들이지금은 ...
시인·예비역 육군소장叡松 이용수 독작 술을 마셨네홀로 앉아 술을 마셨네 봄꽃이 아름다워 술을 마셨네날씨마저 너무 좋아 술을 마셨네 그리운 사람 보고 싶어홀로 울었네
春江 이 종 갑 봄밤 어둠 묻은 봄바람이 그리움 일 줄이야. 마음의 그리움은 애간장을 녹여내고 말 못할 그리움은 눈 덮인 산입니다. 가까운 것은 눈이 보고 먼 곳은 귀가 봅니다. 그대를 향한 그리움에 나의 피는 까맣게 타 버렸고눈 과 귀는 재가 되었습니다.
서상조시인·소설가 그물에 걸리는 바람도더러는 있더라 어느 날 무심코 방충망을 열어젖혔을 때의 온전한 바람그것은 그물 같은 망에 결렸던바람의 거침없는 행진이었어 내가 그대에게 둘러친 마음의 그물그 속에 갇혀 여위어 가는그대의 영혼도 그제야 보았지 설령, 얼기설기 코 넓은 그물이었더라도이제 걷어야지그대의 마음 길은바람보다도 거침없이나뭇가지를 딛고푸른 하늘을 노닐도록 이제는 걷어야지
성철스님 행복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립니다.미소 진 행복이 당신의 문을 두드립니다.삼계가 두루 열리고 작약과 수련이 핀 뜰에는 벌과 나비 춤추고골마다 꾀꼬리 소리 요란한데어찌 몽환 속에서 피는 공화를혼자서 잡으려 애씁니까.높이 오른 화살도 끝내는 떨어지며피었던 잎도 떨어져 뿌리로 돌아가는데이를 연, 윤회, 인과라고 하지요.만물은 처음부터 한 뿌리요.시비 선악도 처음부터 하나에서 시작되는 것분별심을 가져서는 아니 됩니다.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분별심을 버려야 합니다.분별심 때문에 천만 갈래로 갈라지고욕심과 고통이 일어납니다.내가...
가얏고 시인 문성희 금산 너머 보름달 밝아오면고즈넉한 밤 풀벌레 소리시공간을 초월하여 울리는 음가슴 깊이 파고드는 영혼의 소리애끓는 열두 줄 가야금 음률이신비의 왕국 대가야를 노래한다. 섬섬옥수 한 줄 금선 멍들만큼 뜯고 퉁기며순간에서 영혼으로 이어지는 소리달빛 젖은 오동잎 고독 머금고애틋한 사모의 정 나누고 싶어도망국의 깊은 시름 그 누가 알랴 옷매무새 고쳐 잡고 단정히 앉아 신비에 감추어진 가야인의 혼 한 맺힌 응어리 서러움 미움으로둥기 둥 둥당~ 가락에 실린천 년의 신비 영혼의 숨결가...
春江 이 종 갑 꽃을 보려거든 진정한 봄을 만나라. 꽃을 보려거든 갓 태어난 아기에게 있어라. 꽃을 보려거든 새가 우는 숲을 걷어라. 꽃을 보려거든 어머니 가슴에 있어라. 꽃을 보려거든 99페이지를 펼쳐라. 물은 흘러 맑고 꽃은 거짓 없어 아름답다. 꽃을 보려거든 아직도 버리지 못한 흉기를 버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