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조시인·소설가 그물에 걸리는 바람도더러는 있더라 어느 날 무심코 방충망을 열어젖혔을 때의 온전한 바람그것은 그물 같은 망에 결렸던바람의 거침없는 행진이었어 내가 그대에게 둘러친 마음의 그물그 속에 갇혀 여위어 가는그대의 영혼도 그제야 보았지 설령, 얼기설기 코 넓은 그물이었더라도이제 걷어야지그대의 마음 길은바람보다도 거침없이나뭇가지를 딛고푸른 하늘을 노닐도록 이제는 걷어야지
성철스님 행복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립니다.미소 진 행복이 당신의 문을 두드립니다.삼계가 두루 열리고 작약과 수련이 핀 뜰에는 벌과 나비 춤추고골마다 꾀꼬리 소리 요란한데어찌 몽환 속에서 피는 공화를혼자서 잡으려 애씁니까.높이 오른 화살도 끝내는 떨어지며피었던 잎도 떨어져 뿌리로 돌아가는데이를 연, 윤회, 인과라고 하지요.만물은 처음부터 한 뿌리요.시비 선악도 처음부터 하나에서 시작되는 것분별심을 가져서는 아니 됩니다.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분별심을 버려야 합니다.분별심 때문에 천만 갈래로 갈라지고욕심과 고통이 일어납니다.내가...
가얏고 시인 문성희 금산 너머 보름달 밝아오면고즈넉한 밤 풀벌레 소리시공간을 초월하여 울리는 음가슴 깊이 파고드는 영혼의 소리애끓는 열두 줄 가야금 음률이신비의 왕국 대가야를 노래한다. 섬섬옥수 한 줄 금선 멍들만큼 뜯고 퉁기며순간에서 영혼으로 이어지는 소리달빛 젖은 오동잎 고독 머금고애틋한 사모의 정 나누고 싶어도망국의 깊은 시름 그 누가 알랴 옷매무새 고쳐 잡고 단정히 앉아 신비에 감추어진 가야인의 혼 한 맺힌 응어리 서러움 미움으로둥기 둥 둥당~ 가락에 실린천 년의 신비 영혼의 숨결가...
春江 이 종 갑 꽃을 보려거든 진정한 봄을 만나라. 꽃을 보려거든 갓 태어난 아기에게 있어라. 꽃을 보려거든 새가 우는 숲을 걷어라. 꽃을 보려거든 어머니 가슴에 있어라. 꽃을 보려거든 99페이지를 펼쳐라. 물은 흘러 맑고 꽃은 거짓 없어 아름답다. 꽃을 보려거든 아직도 버리지 못한 흉기를 버려라.
시인 김 청 수 공벌레 한 마리빌딩 길모퉁이 앉아 먹이를이리저리 굴린다 잠시 바람이 쉬어갈 뿐 파지에 가려진 손수레공처럼 비틀비틀길을 피해 걸어간다 몸집보다몇 배나 큰 먹이를 굴리며사막을 걸어간다
文筆家 万 折 어른들이 하늘을 보고 있다 한 어른이 달이 간다고 하니 다른 어른은 아니지, 구름이 가는 거야······ 왜 서로 맞는다고만 하며 싸우는지 어른들은 참 이상해, 그지?
윤성희수필가 코로나19와의 전쟁을 한지도 딱 1년이 된다. 지난해 2월 23일 70여명의 회원들이 윷놀이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데, 대구 신천지교회 사태가 봇물 터지듯 하면서 온 나라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떨결에 시작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렇게 1년이란 세월을 넘나들 줄이야 짐작이나 했을까? 작년 이맘때 처음 사회적 활동을 금지할 때가 생각난다. 기껏해야 1주일이면 되겠지? 라는 생각에, ‘이참에 나의 몸과 마음을 조금 쉬어주자’ 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대응했다. 그러던 중 1주일이 아닌 몇 주일이 지나가니 ...
봄 春江 이 종 갑 언제쯤 오셨는지 봄은 이미 저기 있고눈자위 붉은 매화 주먹 쥔 산수유도아직은 찬바람인데 벙글어 터진 가슴 복수초 아장거려 진달래 붉어졌나달보다 훤한 목련 눈시울 저린 벗꽃다투어 피는 꽃들이 무지개로 걸리었다 개나리 기상나팔 풀꽃마저 잠을 깨워청보리 너울춤에 민들레 터진 배꼽복사꽃 붉은 가슴에 달빛이 시를 쓰고 봄이 걸린 언덕에는 꽃구름이 뭉개 뭉개실버들 머리 감는 물그림자 그늘에서 마음에 색동옷 입혀 그 먼 봄을 헐고 있다.
시인·소설가 서상조 ‘너는 무엇으로 살 것이냐?’ 봄꽃이 던진 화두가 가슴에 들어와 앉는다 나의 열정은 연약해 샛바람에 삭아지고,머뭇거린 일상들이지난온 발자국처럼 희미하다 꽃처럼,마주한 그 누구의 영혼 속에화사한 느낌 하나 건넬 수 없을까? 어리석음을 느끼는 순간에도 봄은 나를 멀거니 바라보며낙화에 얹혀 떠나가고 있다
시인 김청수 봄날은 푸른 구름이라고 불러야 하나바람 건너오는 매화 향기에 취해눈부신 분홍치마 자락을 보느라, 뒷산에 올라 숲과 돌의 가슴속에발가락을 담갔다가 먼 산 너머 보네 도시는 전쟁의 폐허, 침묵하는 식당들숨어서 노리는 코로나19카톡, 카톡, 아가씨가 친절하게어제도 왔고 오늘도 오네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가하룻밤 사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네 감기약처럼 몽롱한 31번 확진자고양이처럼 발자국을 찍고 다닌 말씀 따라 봄꽃들 화르르화르르세균으로 마른기침으로 번져고통 받는 이들에게 약이 되지 못하는 ...
홍쌍리를 가다 섬진강 굽이굽이 물안개로 걸린 매화홍쌍리 산중턱엔 꽃구름이 둥실 댄다꽃내음 우거진 길을 삐뚤삐뚤 걷다보면 밤새며 꿈을 그리던 파란 꿈은 어디가고껍질만 남은 생각 풍경처럼 흔들린다.강물은 도란거리며 해 뜨는 곳을 가는데 그대는 어느 곳에서 경전을 읽고 있나죽순처럼 돋아나는 주체 못할 그리움에나 오늘 무릎을 꿇고 노을처럼 붉겠노라 아~ 늑대가 몰려온다 발길을 돌려야지그리운 마음에는 연기만 피어오르고바람을 기댄 매화는 눈시울이 저리다.
봄은 오고 있는가 시인 김영식 계절은 어김없이 매화를 꽃 피우고철새들은 입춘대길을 노래하니대가천 천변에는 오리 떼 노닐어대가야의 봄은 고분군 능선에서 졸고 있다 때는 바야흐로운세는 자연으로 돌아와야 하거늘쥐구멍의 쥐새끼들은머리를 내밀어 사방을 살피며천적을 경계하고 기회를 엿보는데 다급한 이리 떼들은 앞을 가면서도고개를 자꾸 뒤 돌아보는 것은의심 많아 내숭을 떨지만음흉한 야성은 숨길 수 없구나 대망의 꿈을 안고 금의환향한봉황은 벽오동 가지가 없어만어가 되어 바다로 가버렸네 반도의 삼국지는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