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 청 수 밥 상 밥은 묵고 가야제 새벽, 일터로 가는등 뒤에서처진 어깨 툭툭 치며달빛 걸쳐주는보름달 저승 간 어머니하늘에서 차려준환한 밥상
초가을 한적한 오후 꽃이 활짝 핀 월산리 들녘에서 호랑나비가 만찬을 즐기고 있다. 사진 손정호 기자
시인 김 영 식 가을 마중 가을을 보려고일월정에 올랐더니가을은 아직 멀고먼 산만 푸르다 운우에 묻힌 산 너머 산들은파도를 타고 밀려오는바람도 잠든 오후한가로이산사도 졸고 있다 가을밤의 소야곡 울어 지새는 가을밤의 소야곡은 귀뚜라미의 처량한 울음만이 아닙니다 지새는 달빛속의 기러기 날개 짓 소리와푸른 은하수 별빛의 은은한 속삭임과 스치우는 바람소리와 간절한 그리움의 시름과속절없이 깊어만 가는추풍낙엽이 떨어지는 소리와 새벽을 알리는홰치는 저 닭의 울음소리입니다
일침한의원 박도일 원장 한 할머니께서 어지럼증으로 내원하셨다. 오랫동안 뇌 MRI와 달팽이관 검사 등 온갖 검사와 치료를 백방으로 안 해본 게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렇게 진찰을 해보니 왼쪽 목 부위가 조금만 만져도 아파서 소리를 친다. 혹시 왼쪽 귀에 소리는 안 나는지 물었더니 소리가 난다고 한다. 그럼 메스껍거나 구역감은 없냐니까 없단다. 처음 어지러울 때도 구역감은 없었다고 했다. 이분의 어지럼증의 원인은 뒷목의 강직으로 인해 머리로 피가 덜 들어가서 그런 것이다. 뒷목을 푸는 치료를 한 3번하고는 바로 좋아졌다...
春江 이 종 갑 아~ 가을이다 구리빛 잠자리가 일기장을 넘기던날대머리 매미할배 흐느낌도 잦아지고어느새 소슬바람이 내 곁에서 산들산들 여름은 뒷짐 지고 아쉬운 듯 째려보고들판엔 울근불근 알알이 여무는데들국화 가풀막에서 공연준비 한창이다 담밑에 귀뚜라미 굿판 벌린 저녁이면냇물소리 속삭이듯 가슴이 설레는데타락한 달빛을 따라 왜이리 애잔한가 부엉이는 어쩌자고 이밤을 울리는지코스모스 길을 따라 소주잔을 기울이며갈잎의 시 읊는 소리에 너를 찾는 밤이다.
이 용 수 시인, 예비역 육군 소장 휴대폰 꼭 묻는다, “거기 어디세요?”술집에 있을 때도, 화장실에 있을 때도꼭 묻는다, “거기 어디세요?”하는 수 없이거짓말을 할 때가 있다. “여보, 거기 어디야?”“아파트 정문에 다 왔어요.”뒤돌아보니 저 멀리서늙은 아내가 노랑눈펭귄처럼뒤뚱두뚱 걸어오고 있다.아름다운 저녁놀빛 한 아름 안고서손을 들어 흔들며 서로 웃는다. 저승에 갈 때에도휴대폰 하나만은 꼭가지고 가야 하겠다.
서 상 조시인·소설가 지난호에 이어 어이가 없다는 듯한, 멍한 표정의 지부장이 헛것으로 보였다가 사라졌다.“이야! 민양 너, 배짱이 보통이 아니구나. 완전 장군 감이네.”주인언니는 사태를 감지하고는 정혜에게 슬슬 비벼대기 시작했다. 통닭을 시키고 맥주를 사와서는 온갖 제 삶의 이야기들만 쏟아내다가 정혜 옆에서 잠이 들고 말았다.다음날 아침, 잠든 주인언니를 깨우지도 않고 정혜는 일찍부터 짐을 정리했다. 짐이래야 커다란 가방 하나뿐이었다. 화장을 연하게 하고 옷도 제일 점잖은 것으로 골라 입었다. 오늘 일자로 다방생활을...
서 상 조(시인·소설가) “넌, 아니! 희다방은 이제 영원히 끝이야. 그리고 너도 철창에 집어넣기 전에 사라져라. 야! 비서실장 이 새끼야, 군수실이 소나 개나 막 집어넣는 곳이야? 여기 미친년 이거 끌어내 임마.”“아뇨, 제 발로 나갈께요. 그리고 군수님, 협상은 결렬된 것으로 하고 철창도 지금 바로 제 발로 갑니다.”영문도 모르고 쩔쩔매는 비서실장과, 무슨 일을 저지를 것만 같은 정혜의 태도에 분노와 걱정이 얽힌 군수의 표정을 두고 정혜는 유유히 밖으로 나왔다.경찰서는 군청과 담하나 사이였다.정혜는 정문의 의경에게 안내...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가 창궐하는 지금 모두에게 화두가 되는 단어가 있다. 바로 면역력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이겨내는 몸의 방어력이 바로 면역력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면역력은 뭔가 힘을 의미하는 것처럼 들리며 또한 기력으로 이해하기 쉽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정확한 면역력의 의미를 알아보고 또한 면역력이 깨졌을 때 만성질환으로 이환되는데 한의학으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차근차근 알아보자.면역이란 ‘인체가 외부에서 침입해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세균 곰팡이 독소 등을 방어하는 것’을 말한다. 초기 2~3시간동안 코에서 폐...
지난호에 이어 서 상 조시인·소설가 정혜는 차분하고도 단호하게 얘기하고 끊어버렸다. 그리고는 주방으로 가서 김치와 소주 두병을 가지고 와서 잔도 없이 병 채로 마시기 시작했다.술에 취한 채 잠들었다가 다시 깬 것은 다음날 점심때가 다 되어 갈 때 쯤 이었다.주인언니가 독이 오른 말소리로 정혜를 깨웠다. 연락소장이 이른 아침부터 군청 위생계로 출근하다시피 나와서는 ‘희 다방‘을 불법 티켓다방으로 고발했다는 것이다. 담당 공무원은 등이 떠밀리다시피 벌금과 영업정지 기일이 기재된 통보서를 주고 같다고 독사 같은 얼굴로 상황 전...
春江 이 종 갑 여름밤 열대야가 사립열고 난동하는 시간이다마당에 멍석 깔아 모깃불 피워놓고하나 둘 별을 세면서 바람을 불러본다 원폭도 수폭도 아닌 찜통같이 무더운 밤 냇물소리 귀에 걸고 추억을 더듬으며두견이 애달픈 사연 그 사연을 읽노라면 뜨겁게 지고온 삶 덧없이 무너지고 노을진 언덕에서 회한에 젖노라면조용히 흐르는 땀이 내안의 울음 같아 풀벌레 잠이 들고 고요만 일렁이는데마음만 삼경 넘어 그 먼 봄에 돛을 달아실연한 달빛을 안고 뒤척이는 밤이다.
서 상 조 시인·소설가 “아이구~ 지난밤에 고생했지? 밥 다 됐으니 밥부터 먹자.”주인 언니는 영문도 모른 채 큰 일꾼 부추기 듯 부산을 떨었다.“언니, 그런데 연락 소장인가 그 자식한테 돈 안 받기로 했어요?”“아니! 돈을 받아야지 안 받으면 되니? 우린 뭐 말마따나 논 팔아서 장사하나?”주인 언니는 뭔가 잘못 된 걸 느끼고는 눈을 5 백 원짜리 동전만큼이나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다.“개보다 못한 놈! 어제 그 자리는 원래 업주가 부담한다나? 그러고는 다방에 돌아다닌다고 사람 취급도 아예 않더구만요.” 정혜는 또다시 눈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