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금선(스토리텔링 동화연구가/시조시인) 먹구름 동그랗게 뜬 두 눈금세 감춰버린 꽃게처럼뭉게뭉게 놀던 새하얀 구름들이먹구름 온다고 꼭꼭 숨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퉁퉁 부어오른 얼굴로 다가오면새하얀 구름도하하 호호 같이 놀던 해님도금방 숨는다 자기랑 놀아주지 않고사라진 친구들이 미웠던 걸까한참을 미운 마음 빗방울로와르르 쏟아내면 놀아주지 않고 가버린새하얀 구름 대신꼭꼭 숨은 해님 대신 산과 들의 나무와 꽃들이환해진 얼굴로 방긋방긋 웃으며서운한 마음 위로해준다
정아경(수필가) 금지된 공간, 금지된 시간, 금지된 시선 …… 그녀는 지금 ‘금지’라는 벽 앞에 서서 자유를 꿈꾼다. 아무도 그녀에게 강요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녀 스스로 구속했을 뿐이었다. 그래야만 한다고, 그러면 다들 알아줄 것이라고 믿었던 탓일 것이다. 마치 도덕교과서를 실천하듯 제1과를 이행하고 나면 다음엔 2과, 3과를 펼쳤다. 세월은 흘렀다. 세상도 변하고 그녀도 변해갔다. 자신을 옥죄었던 굴레들이 하나씩 가면을 벗고 진실의 모습을 드러내었을 때, 그녀는 아연실색했다. 그것은 배신감이었다. 사람에 대한 배신, ...
万 折(문필가) 고향 얘기는 언제 해도 어머니 품속 같이 따뜻하고 푸근하다. 시대는 이른바 ‘글로벌’이고 지구촌 시대이니 고향이라는 한정된 관념에 메이는 것이 시대적 오류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고향이라는 고전적 의미의 순정(純正)함은 변치 않으리라.사실 나는 행정상으로만 성주이지 고령이 성주 못지않은 고향이다. 지리적으로도 그렇고 언젠가 얘기했듯 어릴 때부터 5일장 고령장을 드나들었으니 ‘고령’ 글자만 봐도 고향생각이 떠오른다. 더구나 50여 년 전부터 고향 땅을 떠나 타지생활을 하다 보니 때로는 아련한 감회도 있었다.얼...
叡松이용수 웃음 웃음은 이상해요,당신이 날 보고 웃으면당신이더욱 아름다워 보여요. 웃음은 이상해요,당신이 날 보고 웃으면나도 따라웃어 버려요. 웃음은 정말 이상해요,우리가 함께 웃으면하늘과 땅의 그 모든 것도다 따라 함께 웃어 주어요. 우리 늘 함께 웃어요,이곳이 천국(天國)이 되게.
시인·소설가 한현정 언덕 바람 부는 날소나무 아래에 서면걱정거리 먼 산처럼 작아진다.솜털구름처럼 가벼워진다. 울고 싶은 날바위에 기대앉으면괜찮다 괜찮다 선생님처럼 어깨를 두드린다.엄마처럼 감싸안는다. 동네가 내려다보이는작은 언덕 그곳에 가면풀잎을 스치는 찬바람의 숨결도 따스하다.새소리도 든든하다. 프로필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동시), 신춘문예 당선(소설), 아르코문학나눔 선정, 대구문화재단 개인창작기금 수혜, 동시집 ‘고자질쟁이 웃음, 후비적후비적’ 등
정아경(수필가) 숙명! 살면서 숙명이라는 단어를 곱씹어 본 기억이 없다. 하지만, 운명은 자주 애용하는 단어이다. 운명이라는 단어는 복잡한 매듭을 한꺼번에 자르듯 해결의 실마리가 되곤 했다. 잘못된 선택이지만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도 운명은 합리의 정당성을 부여했다. 철석같이 믿고 싶은 인연 앞에도 운명은 관계의 정당성을 부여했다. 운명이라는 단어를 뒷담화의 은유처럼 쉽게 쏟아내고, 가볍게 소비하며 살았다. 가끔 힘겹고, 가끔 절망적이지만 운명이라는 단어 뒤에 숨어서 그럭저럭 여기까지 살았다. 하지만, 숙명...
시인 유윤희 허 공 저기 작은 새떼도시의 지붕위에서 한바탕 어우러진다삼각형 빠르게 사각형또 순식간에 옆으로 일직선이 되어일제히 위로 치솟아 오르다 순간그중 한 마리 아래로 뚝 떨어진다 나머지 새들은 빠르게 사라지고···. 아래로 떨어진 한 마리저 혼자 열심히지붕 사이 나무 사이 오르락내리락또 사라진다. 텅 빈 공간 그대여아직도 터질 것 같은 이 가슴을 어찌하오.
시인 곽호영 관 계 서민횟집 수족관광어, 우럭, 참돔…사람들은 이들을 횟감이라고 부른다재수 없게 그물에 걸린 놈애초에 식용으로 양식된 놈들이관 같은 수족관에서 자신을 해체할주방장의 처분만 기다리고 있다 살다보면우리도누군가의 처분만 바랄 때가 있다 작가 프로필월간 한비문학 詩 등단한국문인협회 고령지부 사무국장 역임시집-연꽃눈물
우담 김계수 무제 둥둥둥 북소리 울린다 못난 나를 버리고잘난 척 했던 나도 버리고 묵은 것, 낡은 것모두 다 벗고새날을 맞이하자 다 같이 숨죽여우주의 소리를 들어보자
시조시인 김성선 마음의 스크래치 병이든 봄이 가고 긴 장마로 여름 가고가을이 들자마자 들어 닥친 거센 태풍떨어진 사과를 쥐고 흐느끼는 아픔아 꽃 피던 그제 가고 뜨겁던 어제 가고포도밭 주렁주렁 그 날은 잠이 들어상처만 가슴에 가득 응어리로 뭉쳤네 다시 봄 꽃 가지에 손대어서 웃으리검은 날 손끝으로 밀어내고 긁어서밝은 해 하늘 가득히 밝히는 날 오리라 두 가지 맛 봄이다 진달래가 지천이데 뭐하노화전이 묵고싶다 하더니 안 오나열어둔 대문 꼭대기에 지는 해가 걸치었네 여름엔 수박 잘라...
春江 이종갑 캄캄한 벼랑 끝에서 새해를 맞습니다. 우리들 가슴에 흔들리지 않는 촛불이 있다면아~아~~ 당신의 지친 어깨위로 壬寅(임인)의 밝은 해가 솟고 있습니다. 여명의 새아침이 붉게 타 오릅니다.새해에는 대통령 선거와 지방 선거가 있는 해.좌익의 탁난으로 탁랑의 소용돌이가 된코를 꿴 황태와 과메기 같은 나라.이 난국의 극복은 우리의 몫입니다. 무엇이 허와 실인지 거울 속에 뒷모습을 살펴봅시다.헐벗고 배고픈 가난의 보리 고개를 면하자며개헌의 국민 투표가 있던 한 甲子前(갑...
춘강 이 종 갑 눈발이 가지 끝에 꽃으로 매달리면토끼 같은 가슴에는 한 사나흘 바람일어그립다 나를 있게 한 지난날의 그 고향이 젊은날 고향집이 가파른 강울음으로문풍지에 떨고 있다 베개머리 적신다향수는 창가에 앉아 톱질을 하고 있고 목에 두른 추억들만 어제인 듯 일렁이네수레 끌고 달려온 길 몇 말리가 휘어졌나물방아 돌던 천개가 눈에 삼삼 걸린다 눈가에 달이 뜨면 처마 끝에 내다걸고매화꽃 향기 이는 때묻은 찻잔 속에마음만 눈꽃을 따라 고향집이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