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종대 웬수같은 인간!철천지 웬수처럼 여기던 그 시절이 있었지요밤낮없이 퍼마시는 술애도 참 많이 먹였지요 눈물도 많이 흘렸습니다 20대 월남전에서 베트콩과 생사를 넘나들던 얘기는 듣기 싫도록 들었습니다 그때는 무슨 얘긴지도 미운 마음에 아무것도 몰랐지요그 소리가 지금 모두 그리움으로 가슴속을 파고듭니다술 취해 비틀거리며 들어와 잠자며 코고는 소리도 이잰그립습니다 나라가 가난하던 60년대 월남참전의 자부심은 죽을 때까지 가지고 있었습니다참전 노병들의 명예회복이 무었인지 그렇게도 외치다가떠났습니다 한...
시인 수필가 여명 ‘찔레꽃 향기는너무 슬퍼요.그래서 울었지. 목 놓아 울었지.’ 장사익의 목젖 바이브레이션 따라도포지락 소매 끝동이 파르르 떤다 ‘사랑한다는 말은가시덤불 속에 핀하얀 찔레꽃의한숨 같은 것’ 이해인 수녀의(사랑한다는 말은) 그,낭송이 끝나는 싯구 끝가지께로 벌새 한 쌍이사뿐히 날아든다 * 2022 대가야체험축제 시화전 출품작 작가 프로필 한국문인협회 고령지부 회장 역임(3,4대)국제펜 한국본부대구지역위원회 부회장제26대 한국문협진흥재단설립위원회 위원 역임한국현대시인협회 이...
지난호에 이어 앞에서 언급했듯 박명덕은 달성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 건축학과와 동 대학을 졸업한 공학박사이다. 동양미래대학교에서 정년 퇴임 후 현재 명예교수로 있다. 일본 교토대학 외국인 초청학자와 서울시 문화재위원 및 한옥위원회 위원, 한국건축역사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한 사람의 인생이 조금도 그 정도(正道)에서 벗어남이 없이 외길을 걷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박명덕은 오롯하게 그 길을 걸었다. 굳이 간단하게 자서전이라 칭하고 나누어 보면 그만일 것을, 책의 제목에서 보듯 ‘화문집’이라 붙인 까닭이 거기에 있...
박명덕(前 한국건축역사학회 부회장) 삼가헌(三可軒)은 대구 근처의 달성에 위치해 있다.최근에 퇴임 대통령의 사저가 달성군에 자리 잡아 입에 오르내린 일이 있다. 본래 오래전부터 달성군 파회(波回)마을은 유서가 깊은 곳이다. 순천 박씨들이 대대로 모여 사는 집성 마을로, 조선 시대 충절의 표상으로 추앙받고 있는 사육신(死六臣)의 한 분인 충정공 박팽년(朴彭年, 1417~1456)의 후손들이 모여 살아가는 곳이다.삼가란 중용(中庸)에 나오는 말에서 종택의 이름을 지었다는데, 그 뜻은 이러하다고 한다.天下國家可均也, 爵祿可辭也, 白...
우상혁(시인) 짧은 인생저토록 소리 없이화려하게 불타오르다재 한 점 남기지 않고스르르 눈감는 이토록눈부시고 아름답게생을 마감하는 것은 아마이 세상에서노을밖에 없을 거다 * 2022 대가야체험축제 시화전 출품작
정아경(수필가) 지난호에 이어“엄마도 이제 샤넬 하나 가져도 되지 않나?” 딸의 말이 시작이었다. 딸의 그 말은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수 십 년 단 하루도 게으름 피우지 않고 일하고 자식 키운 나에게 그 정도의 보상은 충분하다는 당의를 부여했다. 당의성이 생기니 욕구가 일었다. 갖고 싶다. 갖고 싶다! 조금씩 종잣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여행모임에서 모인 돈의 일부를 현금으로 돌려주며 플렉스하자며 명분을 보태었다. 예상가격의 반이 모아지고, 나머지는 가족의 찬조와 카드 할부로 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
이 종 갑(시인·시조시인) 강가에서 달빛을어루만지는강물은 말이 없고 바람은가슴에서갈 곳조차 방황인데 애수는강가에 앉아한 근황이 그립다
곽도경(시인) 학 유 실 함부로사랑이라 말하지 마라 살아 천년 사랑하다죽어 천년 사랑하고다시 살아 날아오른한 쌍의 학 서로마주 보는 것만으로 잉태를 하고정수리 붉은 세 살배기 키웠다는 신비한 전설무량 무량 피어오르는 안개 위에 적는다 사랑한다면 이쯤은 돼야지바람이 읽고 지나간다 * 학유실 : 경북 성주군 가천면 중산리 창천교 아래 경치가 수려해 학이 살았다는 전설이 있는 천(川)
정아경(수필가) 오픈 두 시간 전, 백화점 입구를 뚫어져라보며 우회전을 하고 있다. 대여섯 명이 앉아 있는 모습이 보인다. 마음이 분주해졌다. 지하 4층에 주차를 하고 비상구 계단을 잰걸음으로 올라갔다. 백화점 정문 앞에는 굵은 철문이 내려져 있지만 입구 구석진 곳에는 가느다란 줄이 길어지고 있었다.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아가씨가 나보다 한 걸음 먼저 도착했다. 그녀 다음이 내 순서다. 눈대중으로 세어보니 열 번째는 되는 것 같다. 숨을 고르기도 전에 젊은 엄마 둘이 아기 두 명을 데리고 나의 오른쪽에 다음 자리를 잡았다....
叡松이용수(시인 예비역 육군 소장) 행복이라 행복이란 무엇인지나에게 묻지 마라. 찬바람 부는 이른 봄날에높은 나뭇가지 위로오르락 내리락 힘들어도정답게 열심히보금자리 만드는암수 두 마리까치들 바라보아라.
우 종 율(수필가) 지난호에 이어눈앞에 지옥 같은 광경이 나타났다. 어린 것, 털 빠진 것, 눈에 진물이 흐르는 것 등 수십 마리의 고양이와 한 곳에는 치장한 옷조차 벗지 않은 애완견부터 숨을 헐떡거리는 늙은 도사견까지 우리에 갇혀 있었다.‘저기 갇히면, 내 아이들이…….’특히 막내는 남의 말에 졸졸 잘 따라다니기도 해서 여간 걱정이 아니었다.우리가 왜 사람들에게 이렇게까지 홀대 받아야 한단 말인가.아들, 손자, 며느리, 떼로 몰려가 채소밭을 망가뜨리기라도 했단 말인가. 사람들처럼 앙숙들끼리 모여 악다구니를 부리며 편 ...
동트기 전새벽 안갯속을 걸어내 생의 중심에 선다 시간은 바람처럼나를 스친다 수줍은 얼굴로 펼쳐진 햇살이 나를 향해 비추고어쩌면천당과 지옥의 경계처럼 펼쳐진수평선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오늘 내가살아있는 영역에 있음을느낀다 작가 프로필DB(동부)화재 소장왕릉복권방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