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조(시인·소설가) 지난호에 이어“저 혼자 있으니까, 구석구석 다 보고 가세요. 두 번 걸음 안 하시게요.”신 선생의 능청에 경찰은 더 맥이 빠지는지 대충 훑어보고는 돌아가는 것 같았다. 느린 발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다가 대문 닫히는 소리가 났다. 이어서 차량의 엔진 시동소리가 나더니 차츰 고요해졌다. “목사님, 이제 나가서 저녁이나 챙겨 드시죠? 최소한 오늘 밤은 넘길 것 같습니다.” “그래 그렇게 하지.”1층 거실로 내려온 두 사람에게 신 선생은 따뜻한 물을 한 잔씩 주었다.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잔을 들고 온기를...
군은 지난 12일 한국수자원공사 고령수도서비스센터 교육장에서 2022년 직장인 대상 정신건강서비스인 ‘마음톡톡 두드림’을 실시했다. 관내 고령경찰서, 한국전력공사 고령지사, 한국수자원공사 고령권지사(다산면) 직장인에 대해서도 ‘마음톡톡 두드림’을 실시할 계획이다.고령군민의 정신건강 상담서비스는 고령군정신건강복지센터(054-950-7981~6)에서 언제든지 자세한 안내와 전문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 놓고 기다리고 있다.고령수도서비스센터 구인옥 과장은 “교육을 받기 전에는 신체건강 관리만 중...
우종율(시인·수필가) 두리번거린다. 여기서 나를 가둘 자 누구인가.자동판매기 내용물은 같지만 밖엔 내가 없다.외국인 하나가 새벽 담배 먹고 있다.지난밤 못 채운 알코올 농도를 채우려는지맥주 캔을 따려 두리번거린다.둘러보니 나도 그들 눈 속에 든 어눌한 표정의외국인, 칭얼대던 지난밤의 거리를 되짚어본다.낯선 이들과 나눈 회전 초밥, 순서 되어 돌아나오는 접시만 선택했다. 그러다 들켜버린독백, 이젠 모두가 익숙하다. 여자 하나 바삐 푸른 신호등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어디로 가는 걸까. 뒤따라가려면 이미 늦은 깜빡거림,누가...
서상조(시인·소설가) 지난호에 이어구원파 본원에서 전국의 매스컴이 실시간 생중계를 하는 가운데 그의 실명을 현수막으로 내걸었기 때문이었다. 현수막의 내용이 시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유 목사 자신과의 커넥션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때문에 상대는 협박으로 느낀 나머지 그것이 분노로 바뀔 수가 있어 은근히 염려가 되어 오는 것이었다.별장의 불이란 불은 모두 소등한 가운데 두 사람은 금수원의 신 선생이 오기를 기다렸다. 양 기사가 급조한 2층의 세 평 남짓한 비밀 공간에서 전화 벨소리가 울리기만을 기다렸다...
강기철 아버지 흰 소 같은 아버지옹이 박힌 뼈를 뽑아3남매 먹이시고거죽만 남아 시가 되셨는데 아버지 하고 불렀더니큰 산이 대답하고깊은 강이 대답하고높은 하늘이 내려온다네. 어머니 시를 짓는 것보다숭고한 것이시처럼 사는 것이라고老詩人은 노래하신다. 등굽은 다랑논에백발의 老母시처럼 살지 못해시가 되어 사신다. 작가 프로필 72년생덕곡면 거주고령문인협회 회원고무신STUDY 글방 회원
작전명 “동백꽃”(1) “내일은 무슨 일이 일어날까?”“…….”“그것을 안다면 오늘 할 일이 보일 텐데, 죽음이 언젠가는 반드시 닥치게 된다는 것 같은 그런 확고한 내일의 모습 말이야.”“…….”양 기사는 대답 대신 절망 어린 눈빛으로 어두운 창밖을 내다볼 뿐이었다. 별장의 1층 거실에서 작은 조명등 하나로 두 사람은 소파와 창문 아래의 간이의자에 각자 편안한 대로 앉아 있었다. 양 기사는 깊은 두려움 속에서도 작은 불빛 속의 아늑함이 어릴 적 초가지붕 아래의 호롱불 같은 착각이 느껴졌다. 큼직한 2층 별장을 자그맣...
아동문학가 권영세 줄지어 가던 작은 개미떼가 잠깐 소낙비를 피했다 가고 집으로 돌아가던 새들이 날개 접고 앉아 재잘거리다 간다. 오늘밤에도 아기별들이 내려와 펑퍼짐한 등에 올라타고 새벽녘까지 뛰고 뒹굴다 가겠지. 들판에 덩그러니 혼자 있어 쓸쓸할 것 같지만. 매일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시인 이길호 한 쌍의 원앙이되지 못하였어도너만을 사랑한다말하고 싶어라 옷깃을 스쳐간인연이라도너만을 바라보는꽃이고 싶어라 작가 프로필DB(동부)화재 소장고령문인협회 낭송분과위원장왕릉복권방 운영
시인 김영식 가창 오리떼의 군무는석양 빛 찬란할 때요동치는 날갯짓이 더장관이다 호수나 늪지대에 앉고 뜨는 것이 하나같은데그 아름다움이횡홀난측이다 잠시 왔다가 떠나는철새의 위용이저렇게 경이로울 줄이야! 가고 없는 텅 빈 늪은빈 배같이 쓸쓸하다
요즘 ‘품위 있는 인생 마무리’가 사회적 이슈로 뜨고 있다.서울대학병원 가정의학과 윤영호 교수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안락사·의사 조력사 찬성 비율이 76.3%에 이른다고 한다. 2008년과 2016년 조사에서는 50% 정도였는데, 왜 이렇게 급증했을까. 이런 분위기를 틈탄 국회에서 재빠르게 ‘조력 존엄사법’을 발의하기에 이르렀다.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환자 본인이 원하면 의료진의 도움으로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법이 ‘조력 존엄사법’ 또는 ‘조력 자살법’이다.2018년 2월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면서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는...
곽도경(시인) 어떤 봄 골짝을 타고 허리에 허리를 붙잡고참꽃 열차가 도착했네요 봄을 도둑맞은 사람들아우성 속에서도냇가 버드나무들 연두를 키우고 앞마당 우체통 속에는푸르스름한 박새 알 일곱 개제 집 인양 뻔뻔하게 앉아 있어요 마스크를 하고손 소독제를 바르고우체국 앞에 줄을 서야겠네요 여기는 봄 역내리실 손님은 오른쪽 문을이용해 주세요
시인 박종대 웬수같은 인간!철천지 웬수처럼 여기던 그 시절이 있었지요밤낮없이 퍼마시는 술애도 참 많이 먹였지요 눈물도 많이 흘렸습니다 20대 월남전에서 베트콩과 생사를 넘나들던 얘기는 듣기 싫도록 들었습니다 그때는 무슨 얘긴지도 미운 마음에 아무것도 몰랐지요그 소리가 지금 모두 그리움으로 가슴속을 파고듭니다술 취해 비틀거리며 들어와 잠자며 코고는 소리도 이잰그립습니다 나라가 가난하던 60년대 월남참전의 자부심은 죽을 때까지 가지고 있었습니다참전 노병들의 명예회복이 무었인지 그렇게도 외치다가떠났습니다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