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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처럼

기사입력 2023.10.06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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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나.jpg

    박수나(시인/(사)국제문인협회 회원)

     

    담담하고 차분한 심경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밀려오는 생의 흔적의 그리움이
    가슴을 살짝 조아려 주었건만

     

    이젠 삶의 감정이 메말라져
    그토록 애틋했던 그리움도
    다 깊은 계곡 너머로 사라진
    허무한 머언 옛날 이야기

     

    진실을 가슴에 묻어두고
    숨죽인 시야에서 헐떡이던
    어설픈 존재감의 옆모습마저
    허망함 실어 뽀얗게 증발하려 한다

     

    아무리 찔러보아도 통증조차 없는
    길고 깊은 슬픔의 호수처럼
    미련한 나를 저버리지 않은 긴 세월
    이대로 의연하게 아픔 씹어 넘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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