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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문익
빛에 찌든 삐쩍 마른 어둠을 개고
하얗게 쉰 세월의 저 강에
저린 가슴 풀어놓으면
해빙기
질퍽이는 비탈길에서 봉합한 시간들이
눈에 녹아내린다
겨울이 남아있는
잿빛 하늘이 낮게 흐르는 강에는
낡은 허주에 기러기 울음만 쌓여가고
뒤듬바리 걸음으로 쫓아온 날들은
뒷짐을 진 채 돌아서 있구나
스산한 계절 사이로
회색 바람이 불어오던 날
낙동강 모래톱에 묻은 상념의 뿌리가
어지럽게 자란 강변에는
갈밭을 배회하는 바람이 생각을 여미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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