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상세페이지

단편소설 토끼의 뿔(4)

기사입력 2021.07.23 23:43

SNS 공유하기

fa tw gp
  • ba
  • ka ks url

    서상조(홈페이지용).jpg

    서 상 조 <시인·소설가>

     

    “아이구~ 지난밤에 고생했지? 밥 다 됐으니 밥부터 먹자.”
    주인 언니는 영문도 모른 채 큰 일꾼 부추기 듯 부산을 떨었다.
    “언니, 그런데 연락 소장인가 그 자식한테 돈 안 받기로 했어요?”
    “아니! 돈을 받아야지 안 받으면 되니? 우린 뭐 말마따나 논 팔아서 장사하나?”
    주인 언니는 뭔가 잘못 된 걸 느끼고는 눈을 5 백 원짜리 동전만큼이나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개보다 못한 놈! 어제 그 자리는 원래 업주가 부담한다나? 그러고는 다방에 돌아다닌다고 사람 취급도 아예 않더구만요.” 정혜는 또다시 눈시울이 붉어 졌다.
    “할 수 없네, 시간비 못 챙긴 것은 민양 월급에서 정리해야지 뭐”
    주인언니는 너무나 태연히 상황을 정리해버렸다.
     원래 다방생활에서 개인 볼일을 보기위해 쉬게 되면 월급의 하루 분을 빼는 것이 아니다. 하루 시간비로 벌어들이는 금액을 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금 주인언니의 이야기가 바로 그렇게 처리한다는 뜻이다.
     정혜는 들길을 산책하면서 가라앉기 시작하던 마음이 다시 화가 솟구쳐 올랐다. 두 달을 마저 마치고 할 것도 없이 이미 떠난 마음에 바로 끝내고 싶었다.
    “언니, 그러면 연락소장 전화번호 좀 줘요. 그리고 배달 오면 언니가 하든지 아가씨 하나 부르든지 하세요.”
    주인언니와 다투기도 싫은 정혜는 연락소장의 전화번호를 챙겨 받아 주방 뒤에 위치한 방으로 들어갔다.
     어차피 아침부터 서두를 일도 아니고 정혜는 피곤한 몸을 방바닥에다 뉘었다.
    일을 포기하고 누운 자리인 관계로 마음 편하게 오래도록 잤다. 어렴풋이 잠이 깬듯해져도 또 다시 나른하게 깊은 휴식으로 빠져들어 한동안의 쌓인 피로가 말끔하게 풀린 기분이었다. 미움조차도 차분하고 담담해졌다. 그러나 정혜의 눈빛만은 생사의 전투를 앞둔 전사와도 같았다. 하루가 저물어 어둑해진 방에서 전화를 걸었다.
    “소장님, 우리 공정하게 살다갑시다. 희다방에 제 시간비 이틀 분을 입금해주세요. 내일 오전까지 입금 안 되면 댁으로 가서 부인한테 직접 받을께요. 부탁합니다.”
    <다음호에 계속>

     

    backward top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