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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2.2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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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윤희.JPG

     

    유윤희(수필가)

     

    미련이 많은 사람들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도로에 어딘가 어색함을 느낀 것은 지난 유월경 신천지 교회 소동이 점차 수그러지던 시점인가 싶다.
    물론 희고 검은 마스크를 쓴 군상들이 도로를 가득 왕래하는 그 자체가 ‘아직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인 경우지만 그래도 왕래하는 사람들의 구성에 분명히 약간의 부조화를 느꼈다. 일상 와중에 그 부조화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려 적지 않은 날을 보낸 후 내 나름 그 원인을 찾았다. 그것은 나이가 든 양반들이 거리에서 현저하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도심 공원 등에 있는 도로에 턱에 힘을 주고 굳은 얼굴로, 마치 큰 일을 해치우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걷기 운동을 하는 나이든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무릇 ‘운동은 폼이 반’이란 말이 있듯이 내 생각으로는 걷기 운동도 여유 있게 주위 경치도 즐기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걸음을 즐겨야 효과도 있을 것 같은데 보는 나로 하여금 저렇게까지 기를 쓰고 걸어야 하나라는, 메마른 이내 가슴에 엉뚱하게 측은지심까지 불러일으키던 일군의 사람들이 도로에서 현저하게 줄어든 것이다.
    수년 전 동남아에 여행 갔을 때, 어느 나라인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나라 평균 수명이 당시 내 나이보다 10살가량 낮다는 가이드의 말을 듣고 도로나 시장 등에 왕래하는 사람들을 유심히 살펴보고는 모습이 초라해서 나이가 든 것처럼 보이지만 한 번 더 바라보면 나보다 어린 것 같아 도로 전체에 내가 가장 나이가 많음을 알고 늘 보던 우리나라의 거리 모습을 생각하며 이질감과 이방인의 감정을 짙게 느낀 적이 있다.

     

    * 고령문학 24집 코로나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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