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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나무의 전설

기사입력 2020.12.04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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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청수.jpg

    시인  김청수

     

     

    귀 열고도 듣지 못하는 말
    천년의 시간 품은 팽 나무의 굽은 허리를
    나는 느리게 감싸 안았다

     

    용트림과 인고의 세월 앞에
    경봉선사는 어디 가시고
    아픈 역사의 상처와 기억, 저 노인네와 함께 했을까

     

    부드러운 바람이 볼을 쓰다듬는 날
    나무 그늘 아래 휘어진 이야기 듣다
    마음이 붉은 수박을 먹는다

     

    단내 맡고 달려드는 파리 떼 보살
    날았다, 앉았다
    삶이란 저렇게 단맛에 흠뻑 젖는 것

     

    바람이 염불소리를 타고
    팽나무 가지를 돌아 나올 때
    한 곳에 머물 수 없는 운명
    물까치전설을 물고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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