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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초하는 날

기사입력 2020.09.25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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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청수.jpg

    시인  김청수

     

    벌초한다고 날 잡았는데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고향 집 앞마당에 들어서니
    아버지가 심어 놓은 늙은 자두나무
    우산을 활짝 펼치고 반긴다

     

    開化堂에 앉아 伯兄과 차를 나누고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에 귀를 열고
    간밤 참새 한 마리 처마 밑 전깃줄에 앉아
    졸고 있던 측은지심 이야기 듣다
    게걸스럽게 살아왔던
    어느 도시의 모퉁이에 비를 피하던
    해 질 무렵의 어린 영상이 떠올라
     가슴이 뜨거워질 때

     

    접무봉과 화개산방 사이 쌍무지개가 걸렸다
    무지개다리 위에서 아버지 한 말씀 던지신다
    그래도 너희는 좋은 세상에 살고 있다
    오늘 벌초는 형제간 따뜻한 정으로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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