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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

기사입력 2020.09.12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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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성희.jpg

     

     

    시인 문성희

     

     

    풀잎

     

     

    가냘픈 풀잎이라 얕보지 마라

     

    누울 때 눕고 설 때 설 줄 아는
    내게도 지조가 있다.
    밤에 내린 파편에 상처 난 몸에도
    햇살이 내리면 진주가 되니
    인연의 끈 참 질기기도 해라.
    예쁜 꽃잎 바람 타고 낙화유수 춤출 적에
    텅 빈 꽃술 알몸이 되었네.
    벌거벗은 몸으로 동장군 맞이하니
    이 또한 환희를 꿈꾸는 인고가 아니던가.
    살 곳처럼 성이 나면 파란 하늘에
    칼이 되어 춤을 춘다.

     

    가냘픈 풀잎이라 얕보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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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

     

     

    헐떡거리며
    찾아온 너는
    피하고 싶은
    악마 같구나

     

    너의 눈빛이
    무섭게 보여
    시원한 그늘
    찾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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