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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인물> 열부(烈婦)상 세번 받은 이홍란 할머니

기사입력 2018.08.19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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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여년 남편 병수발
    이웃주민 칭송 자자


    유교사회에서 부부간의 관계는 남편에 대한 아내의 순종과 수절(守節)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었다.


    예로부터 남편이 죽은 후 수절하거나 위난 시 죽음으로 정절을 지킨 여자 또는 죽은 남편을 따라 죽거나 남편을 위해 대신 죽은 여자를 통칭하는 말로 열녀(烈女), 또는 열부(烈婦)라고 한다.


    조선시대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 우리 주변에 있어 열녀나 열부 그 이상의 미담을 여기 소개하고자 한다.


    쌍림면 송림2리 이홍란(81) 할머니 얘기다. 합천군 봉산리에서 동갑인 남편(故 유강우)과 살던 중 남편이 군 생활에서 다친 허리병이 악화돼 마흔 세 살 때부터 병원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문제는 남편이 대퇴골에 병이 깊어 무릎 관절을 오므릴 수 없어서 병원에 갈 때 자동차를 탈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여자의 몸으로 남편을 들쳐 업고 병원을 드나들기를 수년 동안이나 계속됐지만, 병세는 점차 깊어만 갔다.

    업고 다니기가 너무 힘에 벅차서 때로는 리어카에 남편을 태우고 병원을 가기도 했다. 그러나 치료가 어렵다는 의사의 말에 망연자실 절망하고 있을 수만은 없어서 병에 좋다는 약은 무엇이든지 구해다 먹였지만 그야말로 백약이 무효였다.


    설상가상으로 살던 곳이 수몰지구여서 1988년 경 쌍림면 산당리로 이사를 했고, 20여년을 그곳에서 살다가 2010년 경 현재의 송림리로 와서 터를 잡았다. 이홍란 할머니는 남편 대신 가장의 역할을 도맡아 막노동을 비롯해 식당일, 농사일 등 닥치는 대로 해야 했다. 남편 병수발, 3남1녀 자녀 뒷바라지, 살림 등 그야말로 슈퍼맨이 될 수밖에 없었다.


    지극정성으로 남편 병수발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이웃들이 그냥 보고만 있지 않았다. 봉산리, 산당리, 송림리 등 사는 곳마다 노인단체에서 열녀상을 주었다는 것은 남편을 향한 이 할머니의 정성이 주변 이웃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남편을 살리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지만, 40여년을 병상에서 헤어나질 못하던 남편이 지난 정월에 할머니 곁을 떠났다.


    이 할머니는 어려운 가운데도 4남매 자녀들을 공부는 많이 못시켰지만 구김살 없이 키워서 모두 짝을 만나 외지에서 살고 있고, 할머니는 관에서 주선해 준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조금씩 생활비를 벌고 있다.


    인터뷰를 위해 송림2리 마을회관을 찾은 기자에게 유종수, 이창배(84) 어르신은 이홍란 할머니 칭찬 일색이다. “4년도 아닌 40여년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남편을 살리려고 애쓴 할머니야 말로 이시대의 열부”라며 “관에서 큰 상이라도 내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어 기자는 오재권(73)씨의 안내를 받으며 이홍란 할머니 댁을 방문했다. 할머니는 남편 병수발은 당연한 일인데 신문 인터뷰는 가당치 않다고 대뜸 손사래부터 쳤지만, 설득 끝에 할머니가 살아오신 얘기며 남편 병수발 얘기를 어렵게 들을 수 있었다.


    자녀들이 하나같이 효자·효녀라는 자랑을 들으며 인터뷰를 마치고 할머니 댁을 나오는 기자의 마음이 왠지 숙연했다. 얼마전에 떠나신 남편 얘기를 하면서 할머니 눈에 맺힌 눈물을 보았기 때문이다. 

    최종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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